HMM이 지난 10일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2조1300억원, 영업이익 160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7.7%, 94.5%씩 급감했습니다. 올해 초부터 해운업이 본격 침체 국면에 진입한 탓에 HMM 실적도 뒷걸음질 쳤습니다. ▷관련 기사: HMM, 3년만에 평시 이익률로…'수익성 방어전략 펼쳐'(8월10일)
하지만 HMM은 코로나 기간동안 엄청난 수익을 올리면서 현금을 두둑하게 보관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HMM의 현금성 자산은 12조원을 넘어섰는데요. HMM은 현재 이 돈의 상당 부분을 금융자산에 투자하며 이자 수익을 쏠쏠히 챙기고 있습니다.
뱃값보다 금융수익이 더 '쏠쏠'
HMM은 코로나 기간이었던 2020~2022년 매년 역대급 실적을 내놨습니다. 이 기간 영업이익 추이를 보면 2020년 9808억원, 2021년 7조3775억원, 2022년 9조9516억원 등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습니다. 특히 창사 이래 가장 실적이 좋았던 2022년의 영업이익률은 54%에 달했습니다. 운임료 100원을 받아 54원을 남겼다는 이야기입니다.
계속된 실적 호조에 재무상태도 좋아졌습니다. HMM의 지난 2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24%인데요. 통상 기업의 적정 부채 비율이 100~200%인 점을 고려하면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코로나 이전이었던 2019년 말 부채비율이 556.7%였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좋아진 겁니다.
특히 이 기간 가장 눈에 띄는 건 '현금 흐름'입니다. 영업이익이 매분기 개선되면서 현금성 자산이 크게 불어났습니다. HMM의 작년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기타유동금융자산 포함)은 11조9456억원에 달했습니다. 코로나 직전이었던 2019년 말 대비(6578억원) 약 18배가량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번 2분기 현금성 자산은 12조3092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소폭 증가했습니다.
그렇다면 HMM은 그간 벌어드린 현금을 쌓아두고만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HMM은 그간 확보한 현금을 바탕으로 예금, 국채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투자 항목을 정확히 알 순 없지만 HMM의 현금흐름표에 있는 금융상품의 취득 항목을 통해 그 규모를 추산할 수는 있습니다.
HMM의 현금흐름표를 살펴보면 번 돈(영업활동현금흐름)의 많은 부분을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2021년에는 5조8043억원, 2022년에는 4조4198억원을 금융상품에 투자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벌어들인 돈(8091억원)보다도 더 많은 돈을 금융상품(2조7444억원)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HMM의 이 같은 현금 활용은 당기순이익에도 보탬이 되고 있습니다. HMM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6512억원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4666억원)보다 많습니다. 통상 당기순이익이 영업이익보다 더 적은 게 일반적입니다. 영업이익에서 법인세 비용과 같은 다른 비용들을 차감한 것이 당기순이익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금융수익 중 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습니다. HMM의 올해 상반기 이자수익은 3421억원으로 전체 금융수익 비중의 54%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작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이자수익이 5배 이상 증가한 겁니다.
5년간 15조원 투자한다더
기업이 현금을 많이 보유하다고 있다고 해서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현금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연구개발(R&D) 등과 같은 선제적 투자에 소극적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HMM의 지난 2년 반(2021~2023년 상반기) 현금흐름상황을 보면 투자활동현금흐름 중 금융상품취득 비중이 가장 높았습니다.
HMM은 지난해 7월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향후 5년 간(2022~2026년) 15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선박, 터미널, 물류시설 등에 10조원, 선사, 친환경 연료 종합 물류 다각화에 5조원입니다.
컨테이너선단을 현재 82만TEU(1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에서 120만TEU까지 늘리고, 사업 다각화를 위해 벌크선을 19척에서 55척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입니다.
그렇다면 HMM의 중장기 전략 진척 상황은 어떨까요. HMM은 2021년 국내 주요 조선사로부터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 지난 2월 9000TEU급 메탄올 컨테이너선 9척을 발주했습니다. 1만3000TEU급은 내년 상반기, 9000TEU급은 2025년 말에 인도될 예정입니다. 현재 기준대로라면 2025년 말 컨테이너선단 규모가 105만7000TEU 정도가 되겠네요.
벌크선은 올해 상반기 사업보고서 기준 21척입니다. 하지만 지난 1일 중고 대형 벌크선을 매입하면서 22척으로 늘어났습니다. 투자 계획대로라면 향후 2년 반 안에 33척을 발주 혹은 매입해야합니다.
HMM 관계자는 "앞으로 더 선박들을 발주하거나 매입할 계획"이라며 "2026년까지 투자를 이행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본업보다는 금융수익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있는 HMM. 과연 HMM이 투자 계획을 얼마나 이행할 지 한 번 지켜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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