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앤에프가 2조원대 신규투자를 결정했다. 대구국가산업단지 17만평 규모에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및 차세대 음극재 관련 생산 시설을 짓는다는 것이 골자다. 그간 고성능 전기차에 탑재되는 하이니켈 양극재에 주력해온 엘앤에프가 보급형 전기차 시장을 겨냥,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배터리 종합 소재사’ 도약 노린다
엘앤에프는 27일 대구시와 대구국가산업단지 내 약 17만평 토지에 대한 신규 투자협약을(MOU)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은 2조5500억원의 초대형 투자라는 점에서 업계 이목이 집중된다. 이는 단일 규모로 지역 내 최대 금액이기도 하다. 신규 부지를 비롯 LFP 양극재 및 음극재 각 공장 등 생산시설 설립비용이 포함됐다.
엘앤에프는 2030년경을 목표로 중장기 투자계획을 세웠다. 해당 부지에 △LFP 양극재 공장 2개동(총 16만톤) △차세대 음극재 공장 1개동(2.2만톤) △하이니켈 양극재 공장 2동(총 13만톤) 등 설립을 계획 중이다.
생산이 본격화되면 연간 약 9조5000억원 매출을 낼 수 있는 규모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를 통해 3000명 이상의 신규 고용이 발생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최근 수요가 급증하는 LFP 양극재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 대응 및 탈중국화를 위한 차세대 음극재 관련 사업을 먼저 시작할 방침이다.
아울러 하이니켈 양극재 공장은 구지3공장이 본격 운영될 내년 하반기 이후 중장기 수요에 맞춰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엘앤에프는 총 1조1000억원을 투자해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에 1~3공장을 지은 바 있다. 1·2공장은 현재 라인 가동 중이며, 3공장은 내년 8월경 설비 가동이 시작된다. 이번 투자까지 더하면 엘앤에프는 대구에만 3조6500억원을 투자하는 셈이다.
“LFP·음극재 신규사업 공격투자 불가피”
최근 전기차 수요 감소로 배터리 기업들의 투자계획 재정립이 잇따르는 가운데 엘앤에프의 초대형 투자 결정 배경에도 눈길이 쏠린다.
이에 대해 엘앤에프 측은 “LFP 양극재 생산시설을 위한 선제투자”라고 설명한다. 배터리업계 및 소재업계 대기업들과 달리 엘앤에프는 원재료부터 폐배터리 재활용까지 전 주기를 관통하는 ‘클로즈드 루프(Closed Loop)’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 투자전략에 있어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당사는 클로즈드루프를 이제 구체화시키고 있는 단계라서 이에 필요한 부지가 상당히 필요한 시점”이라며 “특히 LFP 양극재와 관련해선 전방 수요의 단기적 추이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투자를 해야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해당 투자를 통해 엘앤에프의 포트폴리오 다변화에도 가속이 붙을 전망이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4분기부터 다수 고객사와 협력해 LFP 양극재 개발을 진행해오고 있다. 양산 목표 시점은 오는 2025년 하반기로 전해진다.
LFP는 철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가격이 저렴하고, 열화현상이 적어 수명도 길다. LFP를 탑재하는 전기차도 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서 LFP 배터리 점유율은 2020년 11%에서 지난해 31%로 늘었다. 오는 2030년엔 40%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다만 공장 착공 등 계획은 업황에 따라 시기 변동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당장 향후 2~3년 내에 모든 공장을 짓겠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에 시황을 살펴 일부 속도 조절을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투자금 마련은 논의중이고 향후 사업계획이 구체화되면 확정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