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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위기 극복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하겠다"

  • 2024.11.25(월) 20:52

25일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결심공판서 최후 진술
"합병 도움될 것이라 생각…주주 피해·기만 의도 없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고등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 관련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최후 진술에서 삼성의 위기 극복을 위해 헌신할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을 비롯해 삼성 임직원 13명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이 회장은 오후 7시30분부터 최후 진술을 했다. 그는 법원 관계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올해 초 1심 판결에 대해 언급하며 최후 진술을 시작했다.

이 회장은 "3년이 넘는 오랜 재판 끝에 무죄 판결이 내려졌지만, 사실 안도감보다는 훨씬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며 "삼성과 저에게 보내주신 애정 어린 비판과 격려를 접하면서 회사 경영에 대한 새로운 각오도 마음속 깊이 다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간 진행된 항소심 재판은 다시 한번 제 자신과 회사 경영을 되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소회를 밝힌 후, "삼성에 대한 국민의 높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 아닌가 하며 자책했지만, 회사의 생존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유도 이와 같다고 비유했다. 이 회장은 "두 합병에 대해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제 개인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 주주들에 피해를 입히거나, 투자자를 속이거나 하는 의도는 결단코 없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여러 오해를 받은 것은 저의 부족함과 불찰 때문"이라며 "물어야 할 잘못이 있다면 온전히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회장은 "지금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다"며 최근 불거진 삼성의 위기론을 언급하고, 본인에게 주어진 과제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며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위법하게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올해 1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검찰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이날 검찰은 1심과 같은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날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훼손한 것은 우리 경제의 정의와 자본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헌법적 가치"라며 "건전한 시장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여러 제도 장치를 마련하고 있지만, 피고인들은 그룹 총수의 사익을 위해 권한을 남용하고 정보 비대칭을 악용하는 등 우리 사회가 만든 각종 제도적 장치를 무력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은 명확히 실체가 존재하는 사안이며 우리 자본시장이 더욱 투명하고 공정한 방향으로 한 단계 도약할 기회"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원심을 파기하고 피고인에 전부 유죄를 선고해달라"고 강조했다.

2심 선고는 내년 초로 예상된다. 그간 재판부는 내년 초 법관 인사 전 판결을 선고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내년 재판 결과는 이 회장의 경영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회장이 지난 9년 동안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히면서, 삼성은 미래 사업을 결단할 리더십의 부재를 겪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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