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지난해 악몽같은 한해를 보냈다. 글로벌 업황 부진의 타격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실적이 고꾸라졌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2019년 이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역시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영업 환경에 우호적인 재료가 없어서다.
LG화학도 이를 고려해 올해에는 재무건전성 확보를 우선시 한다는 방침이다. 불황을 견뎌내기 위한 체력다지기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악몽의 2024년…4Q, 5년만에 분기 기준 적자
LG화학은 3일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48조9161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916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9%였다.
전년 대비 순익이 곤두박질 쳤다. 매출은 2023년 55조2000억원에서 11.5% 빠졌다. 영업이익은 전년 2조5290억원과 비교해 63.8%나 감소했다. 지난해 업계 불황의 여파를 고스란히 받으면서 실적이 악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나 지난해 4분기가 뼈아팠다. 이 기간 LG화학은 25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 적자를 낸 것은 지난 2019년 4분기 276억원 손실 이후 약 5년 만이다.
사업 부문 별로 보면 생명과학을 제외한 대부분에서 순익 규모가 줄어들었다.
중국의 저가 물량공세의 직격탄을 맞은 석유·화학 부문은 13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를 제외하고는 분기 내내 적자가 이어졌다.
첨단소재 부문은 51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585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는 점과 비교하면 순익 규모가 줄어들었다.
배터리 사업을 펼치는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영업이익이 2023년 2조163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5750억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전기차 수요 감소로 인한 재고 조정 등 '캐즘'의 영향이 컸다.
팜한농은 2023년 460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지난해에는 440억원으로 줄었다.
그나마 생명과학 부문에서 실적이 개선된 점이 위안거리다. 이와 관련 생명과학 분야의 영업이익은 2023년 290억원에서 2024년 110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도 쉽지 않다…허리띠 졸라메는 LG화학
올해 역시 석유·화학, 배터리, 첨단소재 등 핵심 사업분야의 업황이 녹록지 않으면서 암울한 시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 이날 LG화학은 배터리를 담당하는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의 올해 매출 목표를 26조5000억원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목표인 27조8000억원보다 하향 조정된 것이다.
지난해 관련 업황이 '최악'이었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지난해보다 더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내다본 셈이다.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는 이날 실적컨퍼런스 콜에서 "2025년은 미국 보호무역 기조 심화와 친환경 정책 변동성 확대 등 어느 때보다 대내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과 변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올해 역시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봤다.
LG화학은 긴 터널을 지나기 위해 일단 재무 건전성 확보에 전념한다는 방침이다.
차동석 최고재무책임자는 "모든 투자의 경제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최적의 자원 투입을 통해 재무 건전성 제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감축했던 투자 규모를 올해에도 유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LG화학은 지난해 4조원 수준의 설비투자 계획을 세웠지만 업황 부진으로 이 규모를 2조3000억원대로 줄였다. 올해 역시 지난해의 기조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러면서도 터널을 지났을 때 선제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작업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게 회사 측의 방침이다.
차 최고재무책임자는 "고성장, 고수익 중심의 사업구조 재편 가속화, 신성장동력의 내실강화로 확실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미래 준비를 위한 과제 사업 가속화 등에 나설 것"이라며 "단기 실적 변동성은 최소화하고 중장기 성장성 또한 견조히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