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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울고 웃는 철강·조선 '제로섬 게임'

  • 2025.02.21(금) 12:01

中후판 덤핑 방지 관세 27∼38% 부과
철강업계 "왜곡된 후판시장 정상화"
조선업계 "장기적 원가경쟁력 타격" 

중국과 경쟁하는 철강과 조선업이 한쪽이 이익을 보면 다른 쪽이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원가 이하로 수입되는 중국 후판에 대해 잠정 덤핑 방지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과 건설 자재로 쓰인다. 중국산 후판에 관세가 부과되면서 국내 철강사는 후판 가격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후판을 원재료로 쓰는 조선소는 원가 부담이 커질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원가 이하 수입 철강, 반덤핑 관세는 당연"

지난 20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중국산 탄소강 및 그 밖의 합금강 열간압연 후판 제품'에 대한 잠정 덤핑 방지 관세 27.91∼38.02% 부과를 결정하고,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의하기로 했다. 지난해 현대제철이 중국산 후판에 대해 제기한 반덤핑 제소 결과가 나온 것이다. 

중국 철강업체는 자국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재고로 쌓인 후판을 한국 등 시장에 저가로 밀어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작년 12월 기준 중국산 후판 가격은 톤(t) 당 74만6000원으로 국내산(90만원)보다 17% 가량 싸게 팔렸다. 중국산 후판 가격을 계속 내리면서, 국내 철강업계는 울며 겨자 먹기로 국산 후판 가격을 내리는 상황이다.

중국산 저가 밀어내기 등으로 국내 철강사 실적은 악화됐다. 작년 연결 기준 현대제철 매출은 23조2261억원으로 2023년보다 10.4% 줄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3144억원으로 60.6% 급감했다. 2024년 포스코 매출은 37조560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6%, 영업이익은 1조4700억원으로 29.3% 각각 줄었다. 작년 영업이익률은 포스코 3.9%, 현대제철 1.3%에 머물렀다.

철강업계에선 중국산 탓에 왜곡된 국내 후판 시장이 정상화됐다고 환영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원가 이하로 국내에 밀어낸 철강으로 왜곡된 국내 시장이 정상화되는 의미가 있다"며 "정부가 저가 중국산 철강에 의한 피해를 인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원가 이하 수입 물량에 대해선 반덤핑을 때리는 것이 당연하다"며 "국내 철강사의 후판 생산량이 줄고 중국이 시장을 차지하게 되면 결국 나중에 중국이 가격을 인상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조선, 이제 막 회복단계 들어섰는데…"

조선업계 입장은 정반대다. 후판은 선박 원가의 20~25%를 차지하는 핵심 원자재다. 후판 가격에 따라 조선업 실적이 좌우되는 것이다. 조선사와 철강사는 반기마다 후판 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중국산 후판 사용 비중이 높은 중소 조선업체 수익성은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조선업계는 실적은 크게 개선됐다. 수주가 몰리고 원자재 후판 가격이 내리면서다. 작년 HD한국조선해양 영업이익은 1조4341억원으로 2023년보다 408% 급증했다. 영업이익률은 5.6%를 넘었다. 작년 한화오션 매출은 10조776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5.5% 늘었고, 영업이익은 2379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이 기간 삼성중공업 영업이익은 5027억원으로 115.5% 늘었다.

대형 조선사는 당장 중국산 관세 부과에 따른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산 후판 비중이 20%대에 머물고, 종합보세구역으로 지정된 조선소에 관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이다.

종합보세구역으로 지정된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는 수입산 후판에 대한 관세를 환급받을 수 있다. 삼성중공업 조선소도 보세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업무 효율성을 위해 중국산 철강 적재 장소를 조선소 밖에 운영하고 있어 면세를 받기 위해선 추가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화오션은 중국산 반제품 '블록' 생산 공장을 활용할 관세 조치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론 대형 조선소도 원가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산 후판에 관세가 부과되면 국내산 후판 가격도 오르게 되기 때문이다. 특히 선박 수주부터 건조까지 3~5년이 걸리는 조선업 특성상 후판 가격 인상은 현재 건조 중인 선박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게 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보세구역 등으로 중국산에 관세가 붙지 않겠지만 결국 국산 후판 가격이 오르게 될 것"이라며 "이제 막 회복단계에 들어선 조선업계가 중장기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2022년 철강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 급등하면서 후판 가격이 올랐고, 이로 인해 조선소 실적 정상화 시점이 늦어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철강이나 조선업 모두 결국 중국과 경쟁해야 하는 시장"이라며 "현재도 중국 조선사가 한국에 비해 원가 경쟁력이 우위에 있는데, 장기적으로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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