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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재계의 APEC 지원사격…이제는 정부가 응답할 때

  • 2025.11.03(월) 16:30

APEC 성공적 마무리…AI 인프라 초석 마련 성과
재계 숨가쁜 움직임 성과 주목…APEC 성공 지원
정부, APEC 성과 이어가려면 재계 목소리 들어야

올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공을 들인 행사인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행사가 막을 내렸다. 올해 APEC은 유독 의미가 컸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고조되어온 상황에서 APEC을 계기로 이를 어느정도 덜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APEC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건 정부 당국자들 등 범부처 차원에서 머리를 맞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가장 큰 관문이었던 관세협상에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무엇보다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이번 APEC을 위한 재계가 들인 노력이다. 

APEC을 전후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APEC 홍보대사를 자처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기도 한 최 회장은 APEC CEO 서밋 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킨 이후 글로벌 리더들에게 초청장을 돌리는 등 네트워크 활성화에 앞장섰다. 뿐만 아니라 이번 APEC을 경제와 정책 조화를 위한 논의의 장으로 자리잡도록 하기 위한 토대를 구축한 것도 최태원 회장의 역할인 것으로 전해진다. 참가자들의 교통편, 숙소까지 성공적인 APEC을 위해 사소한 부분까지 직접 챙겼다고 한다. 

이번 APEC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보다 더욱 주목받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참석토록 한 것도 최 회장의 역할이 컸다. 젠슨 황 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이 서울 삼성동 '깐부치킨'에서 회동하면서 '상징적인 장면'을 연출한 것도 최 회장이 APEC에 공을 들인 것과 연장선 상에 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치킨 회동은 단순히 상징적인 것에 머물지 않았다. 이튿날 SK, 삼성, LG, 현대차, 네이버 등 다수의 기업들이 엔비디아와 AI 기술 협력에 나선다고 일제히 발표했다. 특히 엔비디아의 최신형 AI 가속기 25만개가량을 국내에 들여오기로 했다.

엔비디아가 한해 약 400만개의 AI 가속기를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7%가량을 우리나라가 소화하게 된 셈이다. 물론 들여오는 시차는 있겠지만 AI가속기의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엄청난 성과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는 아시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AI 인프라를 확보한 국가로 발돋움 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APEC은 이제 '과거'지만 앞으로 할 일은 남아있다. 관세협상이 사실상 마무리 되면서 숨죽였던 경제를 다시금 끌어올릴 계기가 마련됐다. 미래 핵심 산업인 AI의 중추적 역할을 도와줄 인프라 확대도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APEC때보다 더 바쁜 시기가 펼쳐질 것이란 의미다. 

정부는 APEC에서 재계가 민·관 원팀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여준 만큼 이를 진짜 성과로 이어나가도록 하기 위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 올해 정부는 상법 개정안, 법인세 인상, 노란봉투법 통과 등 정책적인 지원보다 압박을 이어나갔고 재계의 건의사항은 사실상 묵살해왔다.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정책 방향이 오락가락 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이제 정부는 적극적으로 기업들과 소통해야 한다. 정책의 방향이 수정되더라도 적극적인 규제 완화에 나서야 한다. 더욱 유연한 노동환경을 만들고 기업들이 활발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통해 자금 순환을 촉진하고 낡은 법에 발목 잡혀 신사업에 진출치 못하는 일이 없게 해야한다. APEC의 성과가 용두사미가 되지 않으려면 정부가 이제 응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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