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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싣고 '밤 비행'…한화에어로, '민간 우주시대' 첫 시험대

  • 2025.11.26(수) 17:09

27일 새벽 1시 안팎 발사…최종 점검 후 카운트다운
차중 3호·국산 큐브위성 12기까지 다중 기술 실증
민간 체계종합 본격화…5·6차서 한화 역할 확대 예정

누리호 발사 기록./그래픽=비즈워치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7일 새벽 네 번째 비행에 나선다. 총 13기의 위성을 싣고 고도 600km 태양동기궤도를 향하는 이번 발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처음으로 제작 전 과정을 총괄한 첫 민간 주도 발사라는 점에서 한국 우주산업의 구조 전환을 가늠하는 상징적 시험대로 꼽힌다.

정밀 궤도 안착 도전

발사대에서 기립 완료한 누리호./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26일 우주항공청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누리호는 오는 27일 오전 0시 55분께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4차 발사에 나선다. 항우연은 이날 오전 11시5분 발사대 설치를 마무리한 뒤 오후까지 발사 운용을 위한 막바지 점검을 이어갔다. 저녁 7시30분에는 발사관리위원회가 열려 기술적 준비 상황, 기상, 우주물체 충돌 가능성 등을 종합 검토하고 오후 8시15분 최종 발사 시각을 발표할 예정이다.

누리호 4차의 1차 임무는 주탑재위성 차세대중형위성 3호(516kg)를 고도 600km의 태양동기궤도에 정확히 안착시키는 것이다. 

고도 오차는 35km이며 경사각 97.7~97.9도 구간에 투입해야 발사 성공으로 인정된다. 이번 발사가 새벽 1시 전후로 잡힌 것도 이 위성의 관측 조건 때문이다. 승교점 지방시(LTAN)를 12시40분에 맞춰야 오로라·대기광·전리층 관측에 최적화된 태양광 조건을 확보할 수 있어 이를 역산한 결과 발사 창이 새벽 시간대로 설정됐다는 게 항우연 측 설명이다.

차중 3호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제작했으며 한국천문연구원의 광시야 대기광 카메라(ROKITS), KAIST의 우주플라즈마·자기장 측정장치(IAMMAP), 한림대의 바이오 3D 프린팅·세포배양 장비 등 세 개의 국산 탑재체가 실린다. ITAR 제약을 피하기 위해 국산 소자를 대폭 확대한 표준 플랫폼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부탑재 12기의 큐브위성은 임무 스펙트럼이 넓다. 우주로테크 '코스믹'은 임무 종료 후 궤도를 이탈·폐기하는 PMD 장치를 검증하고 스페이스린텍 '비천(BEE-1000)'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성분의 단백질 결정화를 세계 최초로 큐브위성에서 실증한다. 

한컴인스페이스·쿼터니언·코스모웍스는 지구·해양 관측 임무를 맡고 서울대·KAIST·세종대·인하대는 분리-편대-도킹, 홀 추력기, 항법 송신, 롤러블 태양전지 등 고난도 기술에 도전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발사된 큐브위성 15기 중 완전 임무 성공 사례가 없는 만큼 이번 성과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누리호는 이륙 후 2분05초에 1단을 분리하고 3분54초에는 페어링(위성보호 덮개)을, 4분32초에는 2단을 분리한 뒤 3단 점화에 들어간다. 발사 13분27초에 차중 3호를 분리한 뒤 약 20초 간격으로 큐브위성 12기를 순차 사출하며 21분24초에 비행을 종료한다. 이후 남은 연료 배출과 회피 기동을 거쳐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 5·6차 발사로 비중 확대 주목

누리호 3차·4차 발사 비교./그래픽=비즈워치

이번 발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누리호 제작을 처음부터 끝까지 총괄한 첫 체계종합 발사라는 점에서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3차 발사에서 항우연이 제작·조립을 주관하고 민간이 일부 구성품을 맡는 형태였다면 4차부터는 민간 체계종합기업이 제작을 전담하고 항우연이 이를 인수받아 발사운용을 진행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한화에어로는 구성품 참여업체 품질 관리, 단 조립, 전기체 조립, 종합조립까지 제작 전 과정을 담당했다. 발사 현장에도 직접 투입된다. 발사지휘센터(MDC) 4명, 발사관제센터(LCC) 16명, 발사대(LP) 10명 등 총 30여명이 참여해 발사 준비·점검·운용 전 절차를 수행하며, 발사체 제작과 운용 기술을 동시에 축적하는 구조다.

정부의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 로드맵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의 역할은 5·6차 발사에서 더 확대될 예정이다. 5차 발사에서는 운영 콘솔 참여와 운용 범위가 늘어나고 6차 발사에서는 발사책임자(MD)·운용책임자(LD)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콘솔과 발사운용을 한화가 주도하는 체제로 전환된다. 반복 발사 종료 이후에는 누리호 후속 발사와 차세대발사체 사업이 사실상 민간 상용 비즈니스로 넘어가는 과도기가 될 전망이다.

한화에어로는 지난해 조달청과 차세대발사체 총괄 제작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번 누리호 제작 총괄을 통해 발사체 시스템 공정·품질·시험·발사운용 전 과정을 실전에서 축적하게 된다. 향후 달 착륙선 발사 등 국가 로드맵에 포함된 임무뿐 아니라 글로벌 발사서비스 시장 진입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누리호는 전날 트랜스포터에 실려 제2발사대로 이동해 기립을 완료했으며 엄빌리칼 연결과 기밀 점검을 마친 상태다. 26일 오후 발사관리위원회가 추진제 충전 여부와 최종 발사 시각을 확정한다. 이후 T-4시간에는 액체산소·케로신 충전이 시작되고 T-10분에는 발사자동운용(PLO)이 가동된다.

최정환 LS증권 연구원은 "이번 4차 발사를 시작으로 5차발사부터 초소형위성이 탑재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초소형 발사체 운용 노하우를 본격적으로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방위산업 전반에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초소형위성 분야 대응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방산에서 위성 활용성이 확대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발사체, 한화시스템의 초소형위성, 쎄트렉아이의 중·대형 위성과 관제 서비스까지 연결되는 턴키 수주도 기대할 수 있다"면서 "현재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항공우주 부문도 2030년 GTF RSP 수익 구간 진입과 우주사업 확대를 통해 장기 성장 기반을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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