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희망이 증오를 이겼다"며 극적인 승리의 기쁨을 표시했다. 하지만 시장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친시장 성향이 강했던 아에시우 네비스 후보가 낙마했고, 호세프의 연임 시 브라질의 경제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금융상품에 관심이 많았던 한국 투자자들도 선거결과를 주시해왔지만 원했던 호재는 결국 비껴간 모양새다. 절대금리 매력이 컸던 브라질 채권이었지만 헤알화 약세와 브라질 경제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당장은 신중하자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호세프 대통령 연임..시장은 실망매물 대기
26일(현지시간) 브라질 대선 2차 결선투표 결과 호세프 대통령은 51.64% 득표율로 네비스 후보(48.36%)를 근소한 표차로 이겼다. 이로써 호세프 대통령은 연임에 성공한 세번째 브라질 대통령이 됐다.
호세프 대통령과 그를 지지한 국민들은 극적인 승리에 감개무량해 하고 있지만 시장이 원했던 결과는 아니다. 호세프 대통령은 강력한 복지정책을 펼치며 브라질 계층간 소득 재분배에 나섰고, 과도한 규제와 투자 부진으로 브라질 경제 성장세는 부진을 거듭했다. 지난 임기 동안 브라질 경제는 1990년대 초반 이후 가장 느리게 성장했고, 민간부문 규제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급감했다. 특별한 묘책 없이는 두번째 임기 또한 비슷할 것으로 우려돼 왔다.
이 때문에 시장은 친시장, 친기업 성향이 강한 네비스 후보의 승리를 원했고 실제로 선거 중반까지만해도 정권교체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이를 반영하며 브라질 주가가 크게 오르고 헤알화도 안정을 보이기도 했다.
호세프 대통령의 연임 확정으로 27일 브라질 시장은 트리플 약세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한국시간 기준으로 밤 10시 개장을 앞두고 일본 도쿄거래소에서 브라질 주식과 연계된 상장지수펀드(ETF) 가격은 7%나 급락했다. 지난 24일 브라질 헤알화는 호세프 대통령의 연임 우려로 2005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서 마감했다.

◇ `가시밭길` 지속될 듯..시장 고려한 정책변화 주목
브라질 채권 투자가 활발했던 한국도 브라질 대선 결과를 주시해왔다. 비과세 혜택과 절대금리 매력이 높은 브라질 채권은 올해 들어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헤알화 변동성이 발목을 잡았다.
최근 원자재 시장 부진과 브라질의 주요 수출국인 중국과 유럽 모두 부진하면서 외부 환경도 녹록지 않은데다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우려로 이머징 통화 전반이 10월 들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네일 쉬어링 캐피탈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브라질 주식의 밸류에이션을 감안하면 주가 하락이 제한되겠지만 헤알화는 더 취약해질 수 있다"며 "성장 부진에도 단기간내 금리가 뛰면서 인플레 압력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승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선 결과가 기대와 상반되면서 실망감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며 "난적한 브라질 경제 문제를 해결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호세프 대통령도 이를 인지하고 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시장의 불신을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친 시장정책으로 선회할 가능성이다. 박유나 동부증권 연구원은 "기존의 재정지출 축소는 어렵겠지만 불필요한 지출 축소와 세입 구조 다변화로 재정건전성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 신용평가사가 경고한 부분을 우선적으로 보수해 나갈 것"으로 판단했다.
◇ 브라질 채권 장기 매력 불구 "단기 보수적"
브라질 채권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금리가 매력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박유나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선거에 따른 실망매물이 출회되며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다만 선거 불확실성이 선반영됐고 금리 매력도가 높은 만큼 장기 투자로 접근한다면 브라질 채권 수요는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 증권사 채권 소매판매 관계자도 "엄격하게 보면 누가 되든 브라질 문제들이 해결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고 브라질 경제의 자체적인 문제 외에 대외 여건도 좋지 않다"며 "단기적으로는 신용등급이 투기등급 직전에 와 있고 환리스크까지 감안하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장기적으로는 절대금리 매력이 여전하고, 20%의 헤알화 하락을 감안해도 국내 시중은행 금리보다 브라질 채권이 제공하는 금리가 높다고 보기 때문에 장기적인 사이클 상으로는 투자기회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