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에서 제대로 된 핀테크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기술보다 규제 완화가 더 중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안 문제에 과도하게 치중하다 핀테크 활성화가 늦어져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22일 코스콤이 주최한 자본시장 IT 컨퍼런스에서 전문가들은 이미 국내 핀테크 산업이 크게 뒤처진 상태에서 보안 문제로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미세한 개선에 안주하기 보다 큰 판을 흔들 필요가 있다"며 "개인정보보호와 보안 문제로 핀테크 활성화가 늦어져선 안되며 전향적인 정부 지원과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완벽한 보안은 없는 만큼 최소한의 안전체계를 갖춰 빨리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핀테크에서의 정보 보호와 보안 문제는 자동차산업과 보험의 관계처럼 보험 영역에서 위험분석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유신 서강대학교 교수도 "한국의 핀테크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늦옸지만 정보기술(IT) 분야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동북아 핀테크 허브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시장 잠재력을 감안하 때 결제 송금 등의 규제만 뚫리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글로벌 이슈가 돼 버린 핀테크는 이제 선택할지 말지의 이슈가 아니다"며 "한국도 준비를 하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역시 "한국에서도 핀테크가 2000년대부터 조기 출범했지만 보수적인 금융 규제로 인해 서비스 상용화에 실패했다"며 "정부 규제가 문제였다"고 일침했다. 그는 "핀테크는 기술의 문제가 아닌 제도의 문제"라며 "사전 규제에서 사후 책임 체계로 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핀테크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제안도 잇따랐다. 황 회장은 금융과 IT 기업의 클러스터 조성이 필요하다며 기존의 증권유관공동펀드나 창조금융공동펀드를 핀테크 기업에 투자해 자본시장에서 '엑셀러레이터(스터트업에 초기 자금과 멘토링을 제공하는 단체)'기능을 수행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제안했다.클러스터는 유사 업종에서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기업, 기관들이 한 곳에 모여있는 것을 뜻하며 그간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은 핀테크 클러스터 필요성이 강조돼 왔다.
정 교수도 "과거와 달리 베이스와 플랫폼이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관련 인프라 조성을 통해 혁신 서비스 업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곳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