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전반에 온기가 퍼지면서 글로벌 큰 손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통화완화 공조에 유럽계 자금의 활발한 유입이 점쳐지고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반등은 한동안 돈을 거뒀던 중동펀드들의 귀환을 재촉하고 있는 것. 이들의 매수 재개는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외국인의 매수세가 근 한 달 째 꾸준히 이어지면서 이런 기대감에 힘을 싣고 있다.
◇ 증시 상승 견인하는 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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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글로벌 통화정책 공조에 청신호를 준 이후 증시 분위기가 한결 밝아졌다. 특히 한동안 한국 증시에서 등을 돌렸던 외국인의 매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10일 이후 9거래일째 순매수를 지속 중이고 간헐적인 순매도를 감안하면 거의 한 달 이상 사자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달 22일부터 전날(22일)까지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사들인 규모는 3조7000억원이 넘는다. 한 주동안 사들인 순매수 규모만 해도 1조2000억원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 국내 증시 파급력 큰 유럽자금 복귀
외국인의 순매수 뒤에는 그간 매도세로 일관해왔던 유럽계 자금의 복귀 영향이 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럽계 자금은 지난해 12월 8500억원, 지난 1월 2조2000억원 이상 순매도를 했고 2월에도 5000억원에 가까운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3월 들어서는 외국인 자금 유입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월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회의에서 강력한 통화부양에 나서며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를 다시 크게 키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스피 흐름을 주도하는 외국인 자금 가운데 유럽계 자금의 영향력이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정현 IBK증권 연구원은 "이들은 경기 상황이나 환율에 민감한 반응 반응을 보이며 단기적으로 수급 변동성이 큰 자금"이라며 "ECB에 이어 FOMC 에서 점진적인 금리인상 기조를 확인하면서 유럽계 자금 유입 환경이 조성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과거 유럽계 자금이 유입된 시기의 외국인 순매수 업종에 대한 관심도 크다. 이들은 대개 경기소비재와 소재, 산업재 중심으로 매수에 나섰고 이번에도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 2월 주요국 한국 주식 매매 추이. 사우디와 노르웨이가 소폭 순매수 전환했다.(출처:유안타증권) |
◇ 중동 자금도 2월부터 매수중
유럽뿐 아니라 지난해 말 무섭게 한국을 빠져나갔던 중동계 자금 복귀도 조심스럽게 진행 중이다. 최근 유가 하락세가 주춤하고 반등시도가 나타나고 있는 덕분이다.
유가 상승에도 아직까지 중동 산유국들의 균형 재정수준을 맞추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2월 들어 주요 산유국 주식 시장 대부분이 순매수로 전환했다.
중동 자금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각각 8323억원과 521억원을 순매도한 후 지난 2월에는 946억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중동계 자금뿐 아니라 노르웨이 등 다른 지역의 산유국 국부펀드들도 한국 증시에서 순매수로 전환한 것 또한 주목할만 하다.
지난해 하반기 외국인 순매도를 이끌었던 주체가 이들 자금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외국인 자금 유입 지속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부분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부분의 산유국들이 균형재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가가 40달러로 높아져야 하기 때문에 올해도 이들의 자금 유출 가능성이 열려 있다"면서도 "일단 산유국 국부펀드를 중심으로 한 순매도는 잦아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