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증시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그러나 코스피 기준으로 2000포인트를 넘어서기 쉽지 않은 모습이다.
미국이 글로벌 통화정책 공조에 동조하긴 했지만 금리인상 가능성이 여전한데다 연준 인사들을 중심으로 4월 인상을 배제할 수 없다는 발언이 잇따라 나오며 안도랠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우호적인 분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관망세가 공존하는 이유다. 일부에서는 현금보유 비중을 늘리라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 오르긴 했는데 2000선은 '난망'
![]() |
이달 유럽과 미국에서 글로벌 통화정책 회의가 잇따라 열린 후 통화완화 기대가 확산하며 우호적인 시장심리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 매수세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지난 한 달 간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3조6000억원이 훌쩍 넘는다. 글로벌 통화정책 공조로 신흥국 전반으로 자금이 활발하게 유입된 영향이 컸다.
다만 상승동력은 크게 둔화됐다. 외국인 매수 강도도 크게 줄어들며 지난 한 주 간 순매수 규모는 1400억원대에 그치며 속도조절에 나섰다. 증시가 마냥 오르기에는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이 완전히 걷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 미국 경제지표·매파적 발언이 찬물
미국 FOMC 회의 이후 당분간 완화적인 스탠스에 무게가 실렸지만 시장이 경계감을 완전히 버리진 못하고 있다.
미국 경제지표가 일단 긍정적으로 나오면서 금리인상에 무게를 싣는다. 지난해 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는 1.4%로 잠정치보다 상향조정됐다. 내주초 예정된 미국 고용지표 추이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미국 고용이 양호하고 물가상승 신호가 계속된다면 연준의 통화완화 정책의 지속성에 대해 시장은 의구심을 표명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FOMC 회의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도 꾸준히 이어지며 시장의 신경을 계속 거스르고 있다.
주말 사이 제임스 블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4월이나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주에도 데니스 록하트 애틀랜타 총재를 비롯 중도파와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연은 인사들이 4월이나 6월 금리인상을 지지한다고 밝히며 시장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들은 비둘기파로 분류되기 때문에 매파적 발언은 상반기 중 금리인상 우려감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 달러 인덱스 추이(출처:대신증권) |
◇ 추가 상승 분기점서 옐런의장 발언 주목
증시는 안도랠리 속도를 늦추고 연준을 주시할 수밖에 없게 됐다. 매파적 발언이 이어진다면 다시 위험자산 선호를 후퇴시킬 수 있다. 마침 29일에는 자넷 옐런 연준 의장의 연설이 예정돼 있고 옐런 의장이 4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할 경우 시장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옐런 의장의 연설은 내주 예정된 FOMC 의사록과 더불어 중요 분기점으로 지목된다. 마침 최근 금융시장은 통화정책 완화 기대로 크게 오르면서 지난해 12월 미국의 금리인상 당시 수준까지 반등했다.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동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렇다 보니 차익실현 욕구가 강해질 수 있고 일부에서는 현금보유를 늘리라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이미 메릴린치와 골드만삭스 등은 FOMC 회의 이후 물가 상승 등을 의식해 현금보유 비중을 늘리라고 조언했다.
대신증권도 시장 친화적 통화정책이 위험자산 투자심리를 개선시켰지만 심리 개선에 의존한 자산가격 상승은 지지력이 약하고 지속기간도 짧다고 판단했다. 내수 부진과 수출 감소로 인한 성장성 둔화, 신흥국의 높은 부채 등 신흥시장의 위험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준위원들의 매파적 목소리를 잠재우기는 어려울 전망으로 이는 시장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심리 후퇴와 코스피 차익실현 힘시 확대로 시클리컬주(경기민감주)에 대한 경계감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극단적인 신흥국 비관론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며 "'신흥국=소비'가 아닌 '신흥국=투자'의 관점으로 보는 시각도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