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美연준보다 '신경 긁는' 브렉시트

  • 2016.06.03(금) 11:17

투표 3주 앞두고 찬반론 갈수록 '팽팽'
유럽경제 '먹구름'…韓증시 수급악재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가 이달들어 서서시 글로벌 증시 악재로 급부상하고 있다. 불과 얼마전만해도 실제 가능성을 '제로(0)'로 점쳐지며 기우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지만 찬성 여론 또한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나며 갈수록 우려가 높아지는 양상이다.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영국은 물론 유럽 경제 타격이 불가피해 한국에도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 증시의 경우 영국계 자금 이탈로 수급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다.

 

 

◇ 英 EU탈퇴 여론 갈수록 증폭

 

지난달 31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여론조사기관 ICM의 조사에 따르면 브렉시트 찬성률이 52%로 반대(48%)를 웃돌았다. 브렉시트 찬성론이 반대여론을 앞선 것은 처음이다.

 

특히 오는 23일 투표에 앞서 4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여전히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6월 금리인상 우려를 압도할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


한 조사에서 영국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브렉시트가 선진국 통화긴축이나 중동과 동유럽의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으로 지목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 총재 출신인 악셀 베버 UBS 회장은 CNBC에 출현해 "브렉시트 투표가 상당한 불확실성을 만들고 있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브렉시트 우려를 감안하면 6월보다는 7월에 금리를 올릴 것이란 판단이다.

 

브렉시트 논란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돼왔지만 실제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돼왔다. 그러나 최근 몇주사이 분위기가 크게 바뀌면서 시장에도 불안감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지난 2월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 일정이 확정된 후 지난 5월까지 파운드화는 대체로 강세를 보였지만 최근에는 올해 들어 미국 달러대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 英은 물론 유럽 전반 타격 불가피

 

이처럼 브렉시트 우려가 갈수록 증폭될 조짐을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유럽 경제에 미칠 파급 효과를 바쁘게 계산하고 있다.

 

영국의 EU 탈퇴는 당사자인 영국 경제에 일단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영국 재무부는 EU 탈퇴 시 무역과 투자 감소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편익을 크게 넘어설 것으로 봤으며 브렉시트 발생 15년 이후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이  3.8~7.5%나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 베어링자산운용은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파운드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영국 경제에 상당한 위협을 가할 것이라며 영국 내수 기업이 상당히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UBS는 영국의 EU 탈퇴시 영국 FTSE 100 지수가 내년에 10%까지 폭락할 수 있다고 분석하며 실제 투표일까지 불확실성이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게다가 영국의 EU 탈퇴는 유럽 전반의 정치 불확실성을 높이고, 유로존 시스템에 대한 신뢰 역시 무너뜨리면서 유럽 경제 전반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시장이 더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김문일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렉시트가 실제 발생한다면 단기적으로 유로존 시스템은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유럽중앙은행(ECB)의 자산매입을 추가로 확대할 필요가 있지만 독일 등이 반대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 한국 증시, 유럽자금 썰물 우려

 

한국 증시에도 불똥이 튀는 것은 명약관화다. 영국계 자금 이탈은 물론 유럽 전반이 불안해질 경우 유럽계 자금의 매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브렉시트 투표 전까지 미국 금리인상과 함께 시장 불확실성을 키울 전망이다.

 

증권사들의 분석에 따르면 1992년 영국이 EU통화동맹에서 탈퇴했을 당시 유럽 스톡스600 지수는 18.1%나 하락했고 2012년 이후 유럽스톡스600 지수가 한달간 5%이상 하락한 기간에는 유럽계 자금이 한국 주식을 평균 6조8000억원 가량 순매도했다.

 

작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브렉시트 이슈가 부상했을 당시 영국계 자금은 1조3700억원이 빠져나갔고, 파운드 환율과 코스피 간 상관계수도 0.4로 높은 편으로 분석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영국이 EU에 잔류한다면 영국만 한정되는 이슈로 작용하겠지만 EU 탈퇴시엔 글로벌 증시가 위험자산 회피심리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며 "한국 증시의 경우 수급이 얇아진 만큼 영국계 자금의 이탈로 촉발된 조정 압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브렉시트 이슈 부각과 파운드화 약세 재개가 가시화될수록 영국계 자금 이탈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라며 "코스피 외국인 수급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