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 탈퇴(EU)를 결정하는 브렉시트 투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브렉시트 재료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압도하며 시장에서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브렉시트가 발생할 가능성이 여전히 낮으며, 만에 하나 현실화되더라도 유럽 경제 전반에 미칠 파급이 제한될 것이란 낙관론도 만만찮다. 브렉시트 공포가 예상보다 오래 가고 있는 시점에서 시장이 부여잡고 싶은 논리일 수 있지만 설득력이 없지 않다.

◇ 부동표까지 감안하면 EU 잔류 무게
최근 브렉시트 공포가 증폭된데는 여론조사 영향이 지대했다. 영국 언론이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브렉시트 찬성율이 50%를 웃돌며 반대표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찬성과 반대가 팽팽히 맞서기만해도 불안한 상황에서 아예 찬성여론이 반대여론을 앞서자 시장에서는 브렉시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불안한 상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브렉시트 여론조사가 실제 브렉시트 투표 비율과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브렉시트 여론조사는 전화와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데 찬성이 반대를 크게 앞선 조사는 대부분 온라인 조사다. 전화 조사의 경우 연초대비 격차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EU 탈퇴를 반대하는 의견이 50대 40 정도의 비율로 우세한 편이다.
대개 온라인 조사가 훨씬 더 솔직한 답변이 가능할 것이란 통념이 있지만 영국의 경우 그동안 전화조사의 정확도가 온라인보다 훨씬 더 높았다.
찬성이나 반대를 선택하지 않은 부동층이 15%에 달하는 것도 반대표를 키울 수 있는 결정적인 부분으로 지목된다. 대개 온라인 조사에서는 부동층 비중이 높게 나타나는데 이들이 결국 실제 투표에서는 EU내 잔류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년전 스코틀랜드 독립 국민투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투표에 앞선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반대를 앞질렀지만 부동층 대부분이 반대 쪽에 표를 던지면서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았다.
하나금융투자 등은 베팅업체들이 보는 확률 역시 잔류가 72%로 크게 우세하다며 실제 탈퇴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 유럽 붕괴는 없다..기존 교역관계 유지 가능
브렉시트가 실제 발생했다고 가정할 경우 단기적인 충격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브렉시트 자체가 유럽의 붕괴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믿음에서다.
투표가 찬성으로 결론 나더라도 곧바로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는 것은 아니다. 먼저 영국이 탈퇴 의사를 EU에 통보하면 EU는 각료이사회 합의를 거치게 되고, 유럽의회의 동의와 각료이사회의 투표까지 거쳐야 한다. 이런 절차를 밟는데만 해도 최소 2년이상이 소요된다.
유안타증권은 "최종 탈퇴가 승인되기 전까지 영국은 EU의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며 "심리 외에 당장 변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미래에셋대우도 "협상의 범위와 복잡성을 고려할 때 브렉시트가 현실화되기까지는 길게는 10년 이상까지 소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 파급도 제한적일 수 있다. 과거 그렉시트와 달리 브렉시트는 유럽내 은행의 직접적인 손실로 이어지지 않는다. 각국의 재정적자를 키우는 역할을 하지는 않기 때문에 유럽 전반의 재정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없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더라도 EU 전체와 다시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거나 개별국가와의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것도 무리 없이 가능하다. 유럽과 영국의 실질적 교역관계의 절대적인 비중 역시 낮다. 한국투자증권은 "영국과 EU의 교역비중은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4.1%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국가의 교역비중 역시 1% 내외"라며 "실물쪽으로 의미있는 영향을 주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