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도,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일주일의 긴 여름휴가를 떠났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모토인 '쉼표 있는 삶'과 눈치 보지 않은 휴가 문화를 위해 솔선수범하자는 취지다.
하지만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에겐 다른 나라 얘기다. 황 회장은 아직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본적으로 산적한 현안이 많은 데다 올해가 임기 마지막 해인 만큼 대형사 표심을 비롯해 연임을 의식한 행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형 증권사들의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와 법인지급결제 업무 허용,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시즌2'와 'K-OTC 프로' 활성화 등 최근 증권업계에 이슈가 많긴 하다.
특히 초대형 IB 인가는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미래에셋대우를 비롯한 대형 5개사가 지난달 초대형 IB를 위한 발행업무 인가를 신청하면서 협회는 제반사항 점검에 분주하다. 특히 삼성증권이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심사 자체가 보류되면서 대책 마련이 필요해졌다.
협회는 조만간 자체적으로 증권업 경쟁력 강화 방안도 내놓을 계획이다. 초대형 IB와 중기특화 증권사 등 새로운 제도 도입을 앞둔 만큼 증권사들의 의견을 모아 금융당국에 앞으로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할 방침이다. 최근 오픈한 전문투자자 대상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인 'K-OTC 프로'와 세법 개정과 함께 매력이 높아진 'ISA 시즌2'의 활성화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
황 회장이 당장 여름휴가를 떠나지 못할 정도로 큼직한 이슈가 많긴 하지만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증권업계를 대표하는 협회장으로서 새 정부의 기조에 맞춰 솔선수범해 휴가를 떠날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 와중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대책 발표를 앞두고 여름휴가를 떠났다. 일부에선 무책임한 휴가라는 논란이 있긴 하지만 경직된 휴가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바람직한 행보라는 평가가 더 많다.
올해가 임기 마지막인 황 회장이 내년 초 연임 도전을 앞두고 입김이 센 대형사들의 표심을 의식한 행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황 회장은 초대형 IB 인가 결정이 난 후인 10~11월쯤 짧은 휴가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