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주식시장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북핵 이슈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변수 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어서다.
방한 기간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이 끝날 때까지 속도 조절에 들어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환율시장의 흐름에 따른 간접적인 영향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 대북 문제 관심…미·중 회담도 주목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부터 아시아 5개국을 순방 중이다. 일본에 이어 오는 7~8일 한국을 국빈 방문한다. 국빈 방문 형식의 방한은 25년 만에 처음으로 7일에는 한·미 정상회담, 8일에는 국회 연설이 각각 예정돼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문 국가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국회 연설을 계획하고 있어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가장 관심이 큰 이슈는 단연 북핵이다. 그간 트럼프와 북한이 수차례 날을 세울 때마다 시장이 높은 변동성을 보인 만큼 한동안 잠잠했던 대북 이슈가 재차 불거질 수 있다.
대신증권은 "트럼프의 방한은 대북 제재를 위한 한미 동맹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구체적인 대북 제재안을 도출한다면 북한이 군사 도발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물론 중국을 자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는 7~8일 한국에 이어 곧바로 8~10일 중국을 방문한다. NH투자증권은 "대북 고립정책은 다소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단기 악재가 되진 않겠지만 중국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으면 한국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간 대북 관련 변수는 증시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진 못했지만 이번엔 최고치 랠리를 재개한 코스피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평가다. 반면 미·중 정상회담이 동북아 긴장완화 계기로 작용할 경우 아시아 증시 전반의 추가 랠리에 힘을 실어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 한미 FTA 재협상 가늠자 기대
트럼프가 이번 방한에서 북한과 함께 다룰 주요 키워드 중 무역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한미FTA 재협상이 결정된 만큼 이에 대한 의견 조율이 어느 정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한·미 간 다양한 통상 현안을 둘러싸고 신경전이 예상된다. 미국은 현재 자동차와 철강 등 적자가 많은 분야를 위주로 협정 수정을 원하고 있고, 법률과 의료 등 서비스 분야에서도 무역 장벽 해소를 요구 중이다. 반면 한국은 자동차를 포함해 협정 유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은 FTA 개정 협상에 앞서 세탁기와 태양광모듈 등에 대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카드를 꺼내든 상태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국내 업체에 심각한 피해 발생 우려가 있을 때 수입국이 관세 인상이나 수입량을 제한하는 무역 장벽 중 하나다. 시장에서는 트럼프가 이를 지렛대 삼아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원화 강세 강화시킬지 주시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원화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더욱 강세로 전환할지도 주목된다. 원화 강세는 외국인의 주식 매수에는 긍정적이지만 과도할 경우 수출주에 부담이 된다.
지난달 환율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하긴 했지만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위안화도 강세를 보이는 등 최근 원화 강세는 달러 약세를 주장해온 트럼프의 방문을 어느 정도 의식한 결과로 비친다.
원화 강세가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이 역시 증시에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KB증권은 "지난 4월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 이후 위안화 강세 전환 경험을 보면 원화 강세는 추세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으로 비둘기파를 지명하는 등 미국의 점진적인 긴축 속도를 고려할 때도 달러 약세에 따른 원화 강세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