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스피지수는 2500선을 돌파하며 신기록을 세웠고, 코스닥지수도 10년 만에 장중 800선을 돌파하며 급등했다. 주식시장 지수의 상승과 함께 거래대금이 큰 폭으로 증가하며 증권사 브로커리지 수익을 끌어올렸다.
또 지수 상승으로 신용거래융자, 상품 운용, 자기매매 등에서도 수익이 늘어났다. 부동산 PF 중심의 구조화 금융 영향으로 기업금융(IB) 부문 수수료수익도 긍정적이었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채권평가 손실이 일부 증권사에 영향을 미쳤지만 충분히 다른 부분에서 상쇄가 가능할 정도로 증권업계 실적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 한투·미래, 숨 막히는 1위 쟁탈전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은 순이익 1위 자리를 두고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선두 경쟁을 벌였다.
지난해 1분기엔 한국투자증권이 순이익 1위를 차지했지만 2~3분기에는 미래에셋대우가 왕좌를 빼앗으며 합병 후 자기자본 1위의 위엄을 보여줬다. 미래에셋대우는 2분기 163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으로 업계 최대의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4분기 일회성 비용이 발생하면서 미래에셋대우 순이익이 1000억원을 밑돌았고, 한국투자증권은 전년 4분기보다 2배 이상 증가한 1221억원의 순익을 달성하면서 막판 역전에 성공했다.
최종 승자는 한국투자증권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전년 대비 121.5% 급증한 5244억원의 연결 순익을 기록했다. 2007년 기록했던 직전 최대치 3077억원을 2000억원 이상 뛰어넘는 수준으로 전년 순위 2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미래에셋대우는 5049억원의 연결 순익을 기록했다. 합병 후 자기자본 1위로 올라서며 자본 효과를 냈고, 고객 자산이 245조원으로 크게 늘어나면서 시너지 효과가 한몫했다. 이로써 연간 순이익은 전년 159억원 대비 31배 증가한 5049억원으로 7계단 순위가 상승해 2위에 자리했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가 분기별로 치열한 경쟁 끝에 1, 2위에 나란히 자리했으나 두 회사 순이익 차이는 200억원에 불과했다. 나란히 5000억원대 순이익을 내며 아름다운 경쟁이었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 너도나도 역대 최대치
대형사 중에는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메리츠종금증권, 키움증권 등 4개사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또 간발의 차이로 역대 최대치에 근접한 실적을 내놓은 증권사도 잇따랐다.
1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2계단 내려온 메리츠종금증권도 2015년 2873억원의 사상 최대 기록을 2년 만에 다시 썼다. 자체 강점인 기업금융(IB) 부문 성장세와 함께 메리츠캐피탈의 자회사 편입 효과로 3552억원의 순익을 달성했다.
키움증권도 지난해 연간 순이익이 2402억원으로 전년 1799억원 대비 33.5% 늘었고, 연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4분기 코스닥지수의 상승과 함께 개인 투자자 거래대금이 늘면서 키움증권의 브로커리지 수익이 급증했다. 또 신용융자 잔고가 늘어나면서 이자수익도 개선돼 키움증권 실적을 끌어 올렸다. 그런데도 순위는 2계단 내려온 6위에 머물렀다.
NH투자증권은 2007년 옛 우리투자증권 시절 4324억원의 순익으로 역대 최대 이익을 기록한 데 이어 10년 만에 최대 순익을 달성했다. 삼성증권도 2007년 3764억원 이후 역대 3번째 순익을 기록했다. 하나금융투자는 6년 만에 최대 성과를 내며 1000억원대로 올라섰다.
2015년 업계 호황으로 달성했던 최고 기록의 문턱까지 다가간 증권사도 눈에 띈다.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은 2015년의 최대치 기록을 2년 만에 다시 썼다. 삼성증권은 전년과 같은 5위에 머물렀지만 나머지 증권사는 이익 급증에도 불구하고 상대적 영향으로 순위가 하락했다.
KB증권은 실적과 순위 모두 상승했다. KB증권은 존속법인인 구 현대증권이 기록한 2015년 2796억원의 최대치에 버금가는 2353억원의 호실적을 달성했다. 합병에 따른 각종 비용이 발생했지만 합병 효과를 곧바로 반영하며 상위권에 안착해 7위로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