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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人워치]드라마 찍는 증권맨

  • 2018.04.18(수) 16:50

김기원 대신증권 브랜드전략실 대리
'직장인 웹드라마 제작' 페이스북서 인기
"브랜드 인지도 제고·고객과 소통에 기여"

"아…그, 김 대리" 페이스북 좀 하는 사람이라면 눈에 익는 얼굴이다. 최근 페이스북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웹드라마의 주인공 김 대리, 김기원 대신증권 브랜드전략실 대리를 만났다.

연예인을 보듯 반갑게 아는 척을 하자 "요즘 길 가다가도 알아보시는 분들이 꽤 있으세요. 저희 팀장님과 제가 연예인 병이 걸리기도 했을 정도예요."라며 너스레를 떤다.

증권회사 직원이 웹드라마 주인공이라니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하지만 맞다. 처음에는 어떻게 회사를 알릴까 고민하면서 시작한 일이 시즌4까지 제작하게 됐다. 일반인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성공하면서다.

김 대리는 2010년 대신증권에 입사해 5년 동안 영업점에서 영업하던 '평범한' 증권맨이었다. 경제학 전공을 살려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증권회사에 입사해서는 사람들이 투자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최고의 분석과 최선의 상담을 하겠다는 포부가 있었다. 그러다 최근 3년 동안은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일을 하고 있다. 풍부한 
영업 경험이 기반이 됐다.   

▲ 김기원 대신증권 브랜드전략실 대리

- 웹드라마는 언제부터 시작했고, 몇편 정도 나갔나
▲ 지난해 하반기에 시작했고 17편 나갔다. 시즌제로 운영하는데 이번이 시즌5고, 5편 계획하고 있다. 기획부터 대본작성, 연기, 영상촬영, 편집까지 자체적으로 하다 보니 쉽지는 않다.

- 반응이 좋은데 실감하나
▲ 실제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다. 영상 반응은 평균 4만뷰 정도, 댓글도 한편당 500건~1000건 정도 달린다. 회식편이라든지 인기 에피소드의 경우 댓글이 1200개를 기록하기도 했다.

-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소개해달라
▲ 기본적으로 직장인들의 생활을 에피소드로 만들어 제작하고 있다. 조회수 기준 1위는 에피소드 7편 '여자들이 간식을 먹는 이유'로, 4만3520뷰를 달성했다. 여직원의 관점에서 팀장이 묻지도 않고 3일째 점심으로 순댓국을 먹으러 간다든가, 카페에 가서 케이크를 주문했더니 화장실 간 사이 남자 직원들이 다 먹어 버린다든가 하는 일상적인 경험을 녹였는데 여직원들이 공감을 많이 한 것 같다.

2위가 조회수 4만1295뷰를 달성한 에피소드 13편 '회식은 정글이야'인데 회식 중 고기 굽는 것부터 술 따르는 것까지 터치하는 상사, 일 얘기로 잔소리하는 상사의 모습을 담아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았다는 평가다.

최근 17편은 '외모 직원주의'인데 올린 지 1주일 만에 4만뷰를 돌파했다. 남자직원들이 신입 여직원 외모를 평가하는 장면부터 그런 남자 직원들을 여직원들이 못마땅해하는 장면까지 나온다. 회사에서는 일을 잘해야 예쁜 것이라는 마무리 멘트로 웃음을 자아냈다.

- 웹드라마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됐나
▲ 브랜드전략팀에 와서 맡은 업무는 페이스북과 SNS 담당이었다. 증권사다 보니 경제나 재테크 관련 지식을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SNS 특성상 휘발성이 강해서 사람들이 쉽게 보고 관심을 끌지 않으면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기존 블로그와 차별화해 블로그와 회사 사이트로 통하는 게이트웨이 역할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서 일반인 관심을 끌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이 있을까 생각했다. 증권이라는 어렵고 딱딱한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 중요했고, 많은 사람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웹드라마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테스트로 '혼밥(혼자 밥 먹기)' 시리즈를 만들었다. 혼밥 레벨1부터 레벨7까지를 시리즈로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정식으로 웹드라마를 만들었다.

- 전문 배우를 섭외할 수도 있었을 텐데
▲ 전문 배우를 섭외하면 완성도는 높아지니 고민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주제가 직장인이 공감을 쉽게 할 수 있는 야근, 회식, 보고서 등으로 하다 보니 우리 같은 일반인이 직접 하면 더 공감이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주로 연기하는 사람은 저 김 대리랑 이재훈 팀장 두명이다. 여직원 역으로 구채희 대리가 출연하고 종종 다른 직원들이 카메오로 출연해 다채로운 컷을 만들고 있다. 공감, 소통, 재미를 끌어내는 데는 우리가 전문 배우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 실제 에피소드를 만들면서 통쾌하기도 할 것 같다
▲ 김 대리가 팀장이 부당하게 야근을 시킨 것과 회식 자리에서 임원 욕을 하는 것을 본부장에게 이르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해본 적 없지만 연기를 통해 상상하기도 하고 통쾌함을 느끼기도 한다. 아마 이 영상을 보는 많은 직장인의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주고 있지 않을까.

- 팀장님 연기가 실감이 난다. 실제 캐릭터인가.
▲ 가지고 있는 캐릭터에 과장이 더해졌다. 팀장이 워낙 얄미운 장면이 많아 실제로 그러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아니다. 팀장이 안티가 많이 생길 것 같다며 걱정하고 있다.

▲ 에피소드16. '보고 또 보고' 편.

- 궁극적 목적은
▲ 공감 가는 콘텐츠를 통해 게이트웨이 역할을 한다고 했는데, 증권에 관심이 없거나 관심이 있어도 접근하기 어려워하는 일반인에게 관심을 확대해주는 것이 일차적인 목적이다. 다른 회사에서도 이벤트라든가 광고로 친근하게 일반인에게 다가가려는 부분이 있는데 우리는 콘텐츠 자체로 공감하고 소통하겠다는 의미다.

일반인이 증권을 처음 시작할 때 대형사를 먼저 찾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우리 브랜드를 친숙하게 노출하고 관심을 확대해 브랜드 가치를 향상하는 것이 목적이다.

- 실제 웹드라마 제작 후 브랜드 가치가 올라갔나
▲ 수치나 데이터를 통해 평가한다. 이전에는 SNS를 통해 새로운 상품 소개를 게시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웹드라마 송출 후 블로그는 월평균 100만명이 유입되고 있고, 페이스북 페이지 순 유입자 증가율도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 향후 계획은
▲ 에피소드가 떨어질 때까지 제작할 예정이다. 다만 승진 비법, 주식 비법과 같은 비법 전수부터 1인 방송 콘셉트까지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 바라는 점은
▲ 증권사에 입사해 영업하다 연기를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큰 부분은 다르지 않다. 영업할 때는 기본적으로 주식, 상품 등을 고객에게 소개해야 하므로 이성적인 부분이 많다. 하지만 지금은 고객의 감성적인 부분을 자극하는 것뿐이다. 재미있다.

개인적으로는 유튜브 스타가 되고 싶다(하하). 그리고 대신증권이 소통을 잘 하는 대표적인 기업이 됐으면 좋겠다. 어떻게 보면 우리 회사 문화를 비하해 웃음으로 승화시켜 소통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기업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있다. 옆집 친구처럼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소통의 장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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