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주식 매수가 주춤했던 외국인이 한국 증시로 돌아올지 주목받고 있다. 증시 흐름이 지지부진했던 상황에서 든든한 수급 동력으로 작용할지 관심사다.
작년보다 덜해진 한국 주식 투자 매력이나 글로벌 증시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쉽게 발을 담그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남북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크게 완화되면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국내 주식 쇼핑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가 맞선다.
◇ 현·선물 공격적 매도…'불확실성 확대' 등 돌렸나
최근 석 달간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2조원 이상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개인이 2조8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사들인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지난해와 달리 외국인은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며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은 코스피 주식을 6조5000억원 어치나 순매수했다. 반면 지난 3월 한 달간 순매도한 날(13거래일)이 순매수한 날(7거래일)을 크게 앞섰고 4월에도 순매도한 날이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
최근 선물 시장 흐름은 좀 더 심각하게 해석됐다. 외국인의 코스피200선물 순매도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외국인이 돌아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NH투자증권은 "외국인이 2016년 이후부터 유지해 온 매수 사이클을 중단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들어 미국 금리 인상과 무역 분쟁 우려 등 글로벌 증시 불확실성이 불거지며 외국인은 한국뿐 아니라 이머징 시장 전반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지난해 증시가 크게 오른 탓인지 상대적으로 더 소외됐다.
◇ 작년보다 매력 줄어…中 MSCI 이머징 편입도 부담
여기에는 기업 이익이 예년만은 못한 데다 일부에서 반도체 업황 둔화를 우려하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매도가 늘어난 것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더해 올해 예정된 중국 A주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이머징 지수 편입에 따른 한국 주식 비중 조정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5월 MSCI는 정기 리뷰에서 중국 A주의 이머징 지수 편입을 결정했고 올해 5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편출입이 이뤄질 예정이다.
편입 지수에서 중국 증시 비중은 0.73% 증가할 전망으로 이를 추종하는 자금의 비중 조절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이 일부 불가피한 상태다.
신한금융투자는 MSCI 이머징 지수 추종 패시브 펀드 규모는 2600억달러를 넘어선 상태로 이를 감안할 때 약 7000억원 규모의 외국인 매도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증시 조정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지만 외국인이 1조원을 순매도할 경우 코스피 지수가 1.7% 내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종전 선언' 기대등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호재 주목
이처럼 아직 외국인의 귀환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주변 여건을 감안할 때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다시 사들일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최근 시장을 옥죄었던 불확실성이 일부 걷히고 월말로 갈수록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외국인의 한국 주식 매도 이유 중에는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도 포함됐다.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5월에는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남북 정상회담에서 종전 선언을 추진할 것이란 소식까지 들리며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본과의 정상회담에서 "남북한이 종전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이 논의를 축복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외국인은 전날(18일) 3400억원이상을 순매수한 후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선물 시장에서도 5000계약이 넘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날도 순매수를 기록 중이다.
신한금융투자는 "대북 리스크 완화를 반영한 수급 개선이라며 종전 논의는 지금까지 남북 관계에서 나왔던 가장 긍정적인 단어인 만큼 주식시장 투자심리 개선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메리츠종금증권은 통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독일의 경우 동일 이전부터 주가가 선반영하며 상승했다며 통일 이후에는 외국인 자금 유입이 빠르게 진행됐다는 점을 지목했다. 실제 1990년 194억 마르크 수준이었던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가 7년 뒤인 1997년에는 8배나 급증한 1559억 마르크에 달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