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으면서 국내 증시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직접적인 타깃으로 하며 글로벌 무역분쟁 여파가 상대적으로 덜할 수 있지만 강대강 충돌에 따른 파편에 한국도 고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단 양국 간 무역 분쟁 우려 자체만으로도 시장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이번 무역분쟁이 중간선거를 겨냥한 정치용이란 분석이 여전히 우세하고 양국 모두 손해가 막대할 수 있는 만큼 협상을 통한 리스크 완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 미-중간 무역 충돌 점입가경
밤사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해 2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은 향후 15일간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 중국산 제품을 선별할 예정이다.
미국의 관세 폭탄에 중국도 곧바로 맞물을 놨다. 중국 역시 미국산 철강 제품과 돈육 등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받아쳤고 주미 중국대사관은 무역전쟁에서 끝까지 싸울 것이란 성명을 발표했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의 강대강 충돌이 현실화하면서 글로벌 증시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당분간 보호무역주의를 둘러싼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무역전쟁이 눈앞에서 벌어지자 뉴욕 증시가 급락했고 국내 증시도 부담을 표출하는 모습이다.
KB증권은 "보호무역주의가 아주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강경한 입장을 예상보다 길게 견지하고 있는 점이 부담스럽다"며 "중국의 강경 대응도 예상돼 단기 투자심리에 부정적"이라고 판단했다.
대신증권도 "주요국 중앙은행들과 국제기구가 명시적으로 트럼프 보호무역 정책을 금융시장 리스크로 지목한 상황"이라며 "보호무역 주의 중심이 중국을 향하면서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평가했다.
◇ 세계 경제 회복 찬물…리스크 확산 우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경우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면서 미국의 금리 인상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와 반대로 오히려 미국의 제조업 약화에 따른 경제 성장 부진 가능성도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내에서는 무역전쟁이 수입 물가 상승을 부추기면 기업 비용이 오히려 더 증가할 것이란 경고가 나온 상태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의 전체 수입 중 35%가 중간재 수입이고 미국 국내총생산(GDP) 기여도가 높은 제조 산업일수록 중간재 수입 의존에 따른 부가가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대신증권은 현재는 보잉과 캐터필라 등 일부만 피해 기업으로 꼽히지만 컴퓨터와 전자제품, 자동차와 항공기, 석유제품 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교역 악화 시 수출이 끌었던 글로벌 경제 회복 개선세가 주춤하고 국내도 수출주로 여파가 확산할 수 있다. 달러 약세에 따른 원화 강세가 수출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가 한국의 대중 수출 감소로 이어질 개연성도 존재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6%로 중간재 비중이 70%를 차지한다.
◇ 단기 혼란 무게…협상 통한 완화 주목
다만 미국이 중간선거 등 정치적인 목적으로 무역분쟁을 일으켰다는 점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 따라서 전면적인 전쟁보다는 협상을 통한 리스크 완화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는 평가다.
미국과 중국이 날을 세우고 있지만 최근 수입산 철강제품 관세 부과에서도 우려가 일부 완화되는 등 협상을 통해 충돌 강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트럼프 정부는 한국에 대해 철강 관세를 면제했고 유럽연합(EU)과 브라질에 대한 면제 가능성도 높은 상태다.
KB증권은 "60일간의 조정 기간을 부여했고 관세 품목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미국이 무역전쟁 자체보다는 환율 조정과 수요 조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지난해 여름 북핵 이슈 때와 비슷하게 단기간 혼란에 무게를 실었다.
하이투자증권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둘 모두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점에서 확신 리스크와 함께 협상을 통한 해결 방안도 잠재해 있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도 "미국과 중국의 경우 서로 수출 의존도가 가장 높다는 점에서 무역전쟁 촉발은 양국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며 "법안 수정 및 협상을 통해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