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재점화한 무역 전쟁이 갈수록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 언급에 이어 유럽연합(EU) 등에 대해 철강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쉴 새 없이 기름을 붓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흐름은 11월 예정된 미국의 중간 선거까지 지속될 전망이지만 과도한 비관론은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일부에서는 협상을 통해 최악의 상황을 피하면서 무역 갈등이 차츰 완화될 것이란 낙관론도 나온다.
◇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포화
미국은 지난 1일부터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멕시코의 철강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EU와 캐나다 역시 미국 관세 제품에 대해 28억 유로 규모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며 무역 전쟁이 지속되고 있다. EU는 주요 철강 품목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연말까지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한국은 철강제품에 대한 최종 관세 면제국에 포함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산 자동차에 대해 25%의 관세 부과 방안을 꺼내들면서 긴장하고 있다. 자동차 수출국인 유럽과 일본, 멕시코도 민감하게 반응 중이다.
이미 미국이 중국 제품에 대해 관세 부과를 결정하며 갈등을 지속 중인 미국과 중국은 주말 사이 중국과 경제 회담을 가졌다. 미국은 이달 중순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수입 관세 인상 리스트를 발표할 예정이며 중국 역시 가만있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다. 이달 말까지는 미국 핵심 기술에 대한 중국계 자본 투자를 제한하는 방안도 내놓을 예정에 있다.
◇ 11월까진 증시 계속 괴롭힐 듯
이처럼 무역 갈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증시에도 계속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적어도 11월 중간 선거 전까지는 영향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쪽이 많다.
대신증권은 "트럼프가 자동차와 유럽을 타깃으로 한 보호무역 강화 조치에 나서며 보호무역 정책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인시켜줬다"며 "11월 중간선거까지 북한 이슈와 함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한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NH투자증권도 "미국 무역협상과 함께 유럽과의 무역 협상 난항도 존재하는 점은 지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하이투자증권도 자동차 관세에 선별 없는 적용이 현실화된다면 일본, 멕시코, 유럽, 한국의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고 부품까지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치적 액션 성격이 강하다고 해도 확정 이전까지는 주가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밝혔다.
◇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할듯
다만 최근까지 상황을 비춰볼 때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을 것이란 믿음도 여전한 모습이다. 실제로 미·중 양국 모두 등을 돌리기보다 협상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 주말 미중 경제 회담 이후 중국은 세부 사항을 밝히지 않으면서도 구체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말했다. 농산품과 에너지 분야의 협력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제품 수입도 늘리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번 무역 갈등으로 중국의 미국산 상품과 서비스 수입 확대에 따른 손해가 불가피해 보이지만 신산업과 서비스업 육성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는 수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11월 중요한 이벤트를 앞두고 이달 중 극적인 합의가 도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향후 정면충돌보다는 점차 봉합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나금융투자도 "트럼프 발언으로 잡음이 발생하고 있지만 큰 틀에서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이 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글로벌 금융시장 심리 개선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