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링은 투자자들을 불안케 하는 정치 리스크 가운데 '전체 시스템을 와해시킬수 있는 구조적 변화'를 중심으로 세계 권력구조 재편을 고찰했다. 위기가 발생할 경우 '대대적으로 조율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전제하에서다.
이전까지는 리스크에 대해 조율된 형태로 대응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주요 경제 정상회의는 정치 또는 군사적 동맹국 내에서 이뤄졌다. 우여곡절도 겪었지만 미국, 유럽과 일본은 공통된 정치적 목적하에 일치단결해왔다.
2008년의 케이스가 대표적이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로 세계 경제가 공황 위기에 직면했을 때 부시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G20 지도자들이 워싱턴에 모여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결합된 경기부양책을 통해 시장 안정성을 복원하기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다음번의 위기는 다를 것이라고 베어링은 진단했다. 오히려 누구도 원치 않았지만 국가간 경쟁과 부주의로 금본위제가 몰락했던 1920년대와 여러측면에서 흡사할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파운드화의 패권에 불만을 품은 프랑스는 영국을 도와줄 생각이 전혀 없었고, 독일은 전후 배상으로 무력한 상태였으며, 러시아는 내전에 휩싸였고, 미국은 상원의 국제연맹 비준 거부로 사실상 국제문제에서 손을 뗀 상태였다.
100년전의 상황과 유사하게 "앞으로의 위기국면에서는 경쟁국과의 적대 관계속에서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기회를 노리는 나라들이 많을 것"이라고 베어링은 진단했다.
우선 중국에 대해서는 미국보다 시장 혼란을 잘 견뎌낼 수 있다고 믿고 역내 협력국들의 안정성에 집중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경우 시장 불안을 이용해 중국으로부터 양보를 끌어내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유럽은 이미 미국과의 미래 관계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으며, 더 이상 미국에 순순히 협조하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러시아는 경제적 영향력이 제한적이지만, 서방 경제와 정치권을 교란시킬 기회를 절대 놓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어링은 "오늘날 위기관리를 위한 국제공조 가능성은 10년전에 비해 훨씬 낮아졌다"며 "단기투자자가 아닌 장기투자자라면 불확실한 성공 가능성에 주의를 기울여야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