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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첫 여성 CEO 나왔지만…여전히 '방탄 유리천장'

  • 2018.12.24(월) 16:28

여성임원 비율 낮고 후보풀 협소
업무 특성상 초창기 남성 선호해

최근 여의도 증권가에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탄생하며 금융투자 업계의 두터운 '유리천장(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막는 보이지 않는 벽)'이 뚫렸다. 하지만 제2, 제3의 주인공이 당장 추가로 나오긴 어려워 보인다. 여성의 증권업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으나 고위직 임원이 드물어 인재 풀(POOL)이 협소하기 때문이다.

 

증권사 및 관련 금융투자 지주사를 비롯해 유관 기관의 사장 후보군이 대부분 남성으로 채워져 있다. 당분간 여성 CEO 등장 소식을 추가로 접하기 힘든 이유다. 

   

 

◇ 눈 씻고 찾아보기 힘든 여성 부사장


24일 미래에셋대우를 비롯해 자기자본 1조원 이상 주요 증권사 11개사(NH투자·삼성·KB·한국투자·신한금융투자·메리츠종금·하나금융투자·키움·대신·유안타증권) 임원 현황(9월말 기준)을 살펴보면 차기 사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부사장 가운데 여성은 거의 없다.

   
최초의 '여성 증권사 CEO' 타이틀을 거머쥔 KB증권만 해도 박정림 신임 대표이사(WM부문장 부사장)를 제외한 5명의 부사장이 모두 남성이다. KB증권의 2800여명 전체 임직원 가운데 여성 인력은 40%에 달하는 1100명으로 적지 않다. 
   

그러나 상무 이상 임원 54명 가운데 여성은 박 신임 대표를 포함해 고작 두명이다. 그나마 비상근직인 사외이사(홍은주 이사)를 제외하면 사장 후보군에서 여성 인재는 전무하다.
 
박 신임 대표가 겸직(국민은행 부행장)하고 있는 KB금융의 임원 현황을 살펴봐도 사외이사(최명희 이사) 1명을 제외하고 여성이 거의 없다.

  
미래에셋대우와 삼성·메리츠종금·대신증권에선 여성 임원이 가뭄에 콩나듯 있으나 남성의 압도적인 숫자에 가려진다. 전무 이상 여성 인력이 있는 곳은 삼성과 메리츠종금증권 정도이나 이제 막 승진한 케이스라 차기 CEO 후보로 꼽기 어렵다. 아예 여성 임원이 없는 곳도 수두룩하다. 
   

◇ 증권 유관기관은 아예 부재


금융투자 유관 기관도 여성 고위직 인재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한국거래소는 임직원 842명 가운데 주요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 소속 상임이사 7명과 비상임이사 8명이 모두 남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요 자회사인 한국예탁결제원도 임직원 628명 가운데 여성 인력은 173명으로 적지 않은 수준이나 사장 이하 본부장까지 15명의 주요 임원 가운데 여성은 김정미 전자증권추진본부장이 유일하다.
 
거래소의 또 다른 자회사이자 정보기술(IT) 솔루션 업체인 코스콤 역시 최근 여성이 활발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테크(Tech) 기업 답지 않게 고위직 여성을 찾기 힘들다. 전체 임직원 710명 가운데 여성 임원은 한명도 없다. 

 

◇ 업권 특성 반영돼…일부 변화 조짐 긍정적

  

증권 업계에 여성 인력이 남성에 비해 눈에 띄게 적은 이유는 초창기 브로커리지(중개업) 업무 성격상 남성 인력을 선호한 것이 컸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고객의 보유 주식 회전율을 높여 수수료를 발생시키는 업무 특성상 과거에는 과감한 영업을 위해 남성 직원을 많이 뽑았다"며 "기관이나 법인 고객 가운데 남성이 많았는데 이들을 상대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남성을 선호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다소 바뀌고 있다. 이 관계자는 "자산관리(WM) 업무 등 여성의 섬세함이 요구되는 영역이 늘어나면서 추세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라며 "부장급인 지점장에 여성 승진자가 많아지고 있으며 일부 금융투자 지주사에선 장기적 관점에서 여성 인재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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