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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파워인맥]'두터운 유리천장' 여성 임원 3% 불과

  • 2019.07.01(월) 15:36

주요 임원 750명 중 21명뿐
3곳 중 1곳 여성 임원 없어 

증권업만큼 맨파워(Man Power)를 기반으로 하는 곳이 없다. 주식 브로커리지(위탁매매)와 자산관리(WM), 투자은행(IB) 같은 전문 서비스는 사람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증권업의 핵심 경쟁력이 사람이다 보니 인적 네트워크가 자본력 못지않게 중요하다. 최근에는 기관투자자나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한 금융투자가 확대되면서 끈끈한 인맥이 '초대형 딜'의 성사 여부를 가르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증권사의 임원진 프로필을 통해 얼기설기 엮인 증권가 파워인맥을 따라가본다. [편집자]

"CLO(Chief Listening Officer·최고 청취 책임자)가 되겠다."

증권업계 최초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된 박정림 대표이사가 취임사에서 한 말이다. 올해 증권업계 인사에서 박 사장의 취임은 업계에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을 깨는 시그널이라는 기대감이 쏟아졌다.

현실은 어떨까. 당장 여성 임원 수가 턱없이 부족하고, 임원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는 여성 인재 풀(POOL)도 협소해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당분간 제2의 박정림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1일 비즈니스워치가 자기자본 5000억 이상 21개 증권사 분기보고서상에 올라온 주요 임원 750명(3월 말 기준)을 조사한 결과 이 중 21명만이 여성으로 집계됐다. 전체 임원 중 2.9%에 불과한 수준이다.

미래에셋대우는 김미정 상무보, 남미옥 상무보, 박숙경 상무보 등 3명이 이름을 올려 여성 임원이 가장 많았다. 미래에셋대우는 2017년 이미 그룹 차원에서 미래에셋캐피탈 대표로 윤자경 대표를 선임하면서 여성에 대한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이후 윤자경 전 대표 미래에셋대우 상무로 자리를 옮겼지만 올해 4월 일신상의 이유로 회사를 떠나면서 3명 만이 여성 임원으로 등재됐다. 결국 현재 전체 임원 97명 중 여성 임원은 3명에 불과해 비율로 보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삼성증권은 이재경 전무와 박경희 상무 등 2명이 임원 명단에 올랐다. 특히 이재경 전무는 삼성증권에서 첫 여성 지점장, 첫 여성 임원 등의 타이틀을 달고 전무 자리까지 올랐다.

KB증권도 박정림 사장과 홍은주 사외이사 등 2명이 포함됐다. 박정림 사장은 순수 증권업계 출신은 아니다. 은행 출신이지만 증권과 금융지주의 다양한 부문을 두루 거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이명희 전무가 지난해 25억원대 연봉을 받으며 여성 임원 중 연봉킹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또 최근 한정원 청와대 행정관을 상무로 영입해 2명의 여성 임원을 뒀다.

대신증권은 이어룡 회장과 이순남 상무보 등 2명이 등재됐다. 이어룡 회장은 양재봉 창업주의 며느리로, 최근 아들인 양홍석 사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키움증권은 여성 임원 불모지였지만 올해 성효용 사외이사와 최혜경 이사대우 등 2명을 등재해 간신히 비난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신한금융투자는 왕미화 신한은행 자산관리(WM)그룹 부행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은행 WM 부행장과 증권 부사장을 겸직하게 됐다. 이 밖에도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유안타증권, IBK투자증권, SK증권, KTB투자증권 등이 1명의 여성 임원을 등재해 보여주기식 여성 인재 등용에 그치고 있다. 

집계에 포함된 21개 증권사 중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교보증권, 현대차증권, 하이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DB금융투자 등 7개 증권사는 여성 임원이 전무했다. 신영증권 역시 3월 말 기준으로 1명이었던 여성 임원이 4월 사임하면서 부재한 상황이다. 

초대형IB 중에선 유일하게 한국투자증권이 여성 임원이 부재했다. 등기임원과 미등기임원을 모두 합쳐 45명이나 되지만 모두 남성으로 채워졌다. 특히 한화투자증권, 현대차증권, 하이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DB금융투자 등 제조 그룹사 계열 증권회사의 경우 여성 임원이 부재해 산업적 특성이 계열회사 문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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