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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증권사 리포트 유료화가 어때서

  • 2019.07.24(수) 17:09

KB증권 등 리포트 판매업무 등록
서비스와 투자 분리 필요성 제기

얼마전 KB증권이 리서치 판매업을 부업으로 등록했다가 고객들로부터 '리포트를 돈 받고 파는 거 아니냐'는 의혹(?)을 받은 일이 있다. 그동안 국내 증권사들이 발행하는 투자 보고서 대부분이 무료인 것을 감안하면 고객 입장에서 펄쩍 뛸 만했다.

따지고 보면 증권사가 리포트 판매업을 부업으로 등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키움증권은 이미 10년 전에 관련 업무를 추가했다. 자기자본 업계 1위 미래에셋대우를 비롯해 한화투자, 신영 등 상당수가 수년 전에 등록했다.

KB증권에 앞서 지난 1월엔 메리츠종금증권이 유료 보고서를 내겠다고 신고했다. 올 들어 두개 증권사가 연이어 유료화 키워드를 꺼내면서 투자자들의 이목이 자연히 쏠리는 것이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이용자 확보를 위해 상장기업 및 산업에 대한 분석 자료를 무료로 제공해 왔다. 증시가 호황이던 시기, '증권사의 꽃'으로 불리던 애널리스트의 리포트에 따라 해당 종목 주가가 출렁이던 적이 많았다.

최근엔 분위기가 달라졌다. 증권사의 주식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 비중이 줄어들면서 리서치의 위상이 가라 앉았다. 공짜 서비스인 리포트는 지식재산권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해외 사례와 극명히 대조된다. 해외 자산운용사나 헤지펀드는 정당한 댓가를 지급하고 리포트를 사다 본다. 오히려 법적 분쟁을 피하고자 수수료를 내려고 한다.

글로벌 트렌드에 따라 국내 증권사들도 리포트 유료화 전환을 적극 검토해 볼만하다. 흥미로운 것은 증권사들의 애매한 반응이다. 일반 고객 대상의 리포트 유료화 계획은 없다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KB증권 등은 이번에 금융당국에 등록한 것은 개인 고객이 아닌 해외 기업 대상으로 투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절차일 뿐이라고 한다. 그동안 해외 기업 대상 유료 서비스를 하려해도 관련 업무 등록이 안되어 있었다는 설명이다.

증권사들이 다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날 리포트가 공짜에서 유료로 전환되면 고객들이 등을 돌리고 떠날 수 있을테니 말이다. 다른 나라처럼 모든 증권사가 일괄적으로 유료화에 나선다면 모를까, 눈치보기에 나설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과 금융투자협회 차원에서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글로벌 금융투자회사와의 교류가 확대되고 이들을 통해 유료화 서비스가 일부 이뤄지면 결국 유료화가 될 수 밖에 없다. 

보고서의 퀄리티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유료화가 필요하다. 국내 독립리서치 기관인 리서치알음은 작년 말부터 월 9900원의 구독료를 받고 유료 리포트 실험에 나서고 있는데 성공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일부 핀테크 기업이 선보인 증권 관련 앱에선 이용자 맞춤형 서비스가 유료로 팔리고 있다.

증권사들의 업무가 훨씬 다양해지고 있고 그만큼 서비스 개선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남들보다 한발 앞서도 모자랄 판이다. 주뼛하고 눈치보다간 놓칠 수 있다. 10여년 전만해도 인터넷 상에서 공짜로 돌아다니던 음악이나 영화, 드라마 파일이 지금은 유료로 서비스 되고 있다. 리포트도 제값 받는 콘텐츠 대접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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