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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예탁결제원, 전자증권제 '미묘한 속내'

  • 2019.08.09(금) 13:47

수수료 감소로 연간 130억 영업수익 빠져
공공기관 해제 前단계, 수익·공공성 딜레마

전자증권제 시행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내달 16일부터 종이로 된 주식·사채 등의 실물 증권이 완전히 사라집니다. 주식 시장을 비롯한 금융투자 업계에 거대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전자증권제는 한국예탁결제원(이하 예탁결제원)의 역점 사업입니다. 전자등록기관으로서 제도를 실질적으로 운용할 유일한 기관이기 때문이죠. 

한국예탁결제원이 작년 하반기부터 선보인 전자증권제도 관련 TV 광고 장면. 이미지 출처=한국예탁결제원 유튜브 채널.

예탁결제원은 제도 도입부터 시스템 개발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과정에 상당한 공을 들였습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공중파 TV 등을 통해 선보인 전자증권제 소개 캠페인 광고도 예탁결제원의 작품입니다.

전자증권제의 '또 다른 이름'이 예탁결제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병래 예탁결제원 사장은 올해초 신년사에서 "전자증권제의 성공을 위해 역량을 모으자"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예탁결제원은 전자증권제가 역점 사업인 만큼 기대감이 높지만 다른 한편에선 걱정도 따르는 모습입니다. 제도 시행과 함께 수익원이 감소하기 때문인데요.

예탁결제원은 증권 발행과 등록관리, 결제 서비스를 주요 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예탁'이란 말 자체가 '맡겨 둔다'는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투자자(중간 예탁자인 증권사)로부터 유가증권을 받아 매매 거래에 따른 사무 일체를 책임지고 처리하는 일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해 영업수익 2258억원 가운데 예탁 수수료와 증권사 수수료로 벌어들인 수익(1178억원) 비중은 52%로 절반을 넘습니다.

전자증권제가 도입되면 종이 증권 발행 및 유통에 따른 관리 비용이 대폭 줄게 됩니다. 예탁결제원은 전자증권제 시행에 맞춰 얼마전 수수료 체계를 개편했는데요. 기존 수수료 항목을 없애거나 새로 만들거나, 수수료율을 낮추는 등 손을 봤다는 얘기입니다.

개편을 통해 몇가지 신설되는 항목이 있긴 하나 수수료율 인하 등에 따른 감소분이 더 크다 보니 전체 파이가 작아집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연간으로 130억원 가량 영업수익이 줄어듭니다.

기껏 공들여 도입했는데 돈이 되기는 커녕 실적에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겁니다. 예탁결제원은 이러한 일을 굳이 하려는 이유가 뭘까요.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전자증권제가 국가 정책이고 금융투자 업계 전반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수수료 수입이 줄어들긴 하나 사회 전반의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공공기관으로서 모두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이 같은 입장은 일견 당연하나 예탁결제원의 지위와 사업 환경을 둘러싼 변화 등을 감안하면 썩 명쾌한 답은 아닌 것 같습니다.

1974년 한국증권거래소 자회사로 설립한 예탁결제원은 2007년부터 '준정부기관'으로 분류되면서 정부 관리·감독을 받다 2015년 이보다 상대적으로 정부 영향력이 적은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됐습니다.

예탁결제원은 자본 시장이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게 윤활유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나 위에서 언급했듯이 독점으로 발생하는 수익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다보니 정부의 손바닥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는 모회사인 한국거래소와 거래소의 또 다른 계열사인 코스콤이 2015년 공공기관에서 나란히 해제된 것을 생각하면 예탁결제원으로서는 아쉬운 상황입니다.

비록 예탁결제원은 공공기관 해제의 중간 단계인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되긴 했으나 완전한 민간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지금이야 국내 유일의 예탁결제기관이나 정보기술(IT)의 발달로 금융 서비스의 국경이 사라지고 있어 예탁결제원의 역할이 언제 어떻게 바뀔 지 알 수 없다는 불안함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실제로 예탁결제원이 하고 있는 사업 가운데 전자투표 서비스는 서서히 독점적 성격을 잃어가고 있는데요.

올해초 미래에셋대우가 민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자체 플랫폼을 통해 상장사들에 전자투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데다 또 다른 대형사인 삼성증권도 이 시장에 가세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탁결제원은 지난해 11년 만에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달성했습니다. 이에 기반해 333억원 규모의 역대급 현금 배당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순이익은 최근 수년간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주주인 한국거래소와 코스콤, 일부 증권사 및 우리사주조합에 적지 않은 배당금이 흘러 들어가고 있습니다.

예탁결제원은 연봉이 높아 '신의 직장'으로도 유명한데요. 지난해 평균보수는 1억1160만원. 이 가운데 기본급은 5498만원으로 생각만큼 크지 않으나 상여와 성과급 항목이 잡히는 고정수당이 기본급에 준하는 수준(4503만원)이고 여기에 또 다른 인센티브가 추가로 붙으면서 연봉이 불어나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점들만 봐도 예탁결제원은 주주와 직원의 이익을 추구하는, 일반 기업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곳인데요. 스스로 내걸고 있는 간판인 '종합증권서비스기업'으로서 기업의 본질인 이윤 극대화에 충실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다만 태생부터 사회간접자본의 성격이 강하다 보니 공공의 이익을 떼어놓을 수 없다는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예탁결제원 내부에선 전자증권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있다고 하는데요. 주요 수익원인 증권사 수수료가 크게 빠지면서 향후 실적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지난 5월에 개최한 이사회에선 수수료 체계 개편으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 영향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언급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사회 멤버들도 비슷한 걱정을 하는 것인데요. 전자증권제에 대한 예탁결제원의 복잡한 속마음이 읽혀지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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