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증권이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1조원대 대형 증권사로 발돋움한다. 올 들어 한화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유상증자로 각각 자기자본을 1조원, 4조원대로 키우는 등 증권사들의 자본 덩치 키우기가 본격화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현대차증권은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고 장기 성장 기반 구축과 재무 건전성 제고를 위해 1036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키로 했다.
중소기업은행과 한국투자캐피탈,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 농심캐피탈로 구성된 투자자 집단을 대상으로 한 3자배정 방식이다.
현 발행주식 2934만주의 32%에 해당하는 신주 942만주를 발행한다. 신주 발행가액은 주당 1만1000원이다. 액면가(5000원)의 2.2배 수준으로 최근일 가중산술평균주가(1만282원)보다 6.98% 할증한 금액이다.
의결권이 없으나 오는 2024년까지 매년 3.8%의 배당수익률을 안겨 주는 조건이다. 일반 금융기관 회사채 평균 수익률(2.447%)보다 1.3%포인트 금리가 높다.
앞서 메리츠종금증권과 키움증권도 이 같은 방식의 상환전환우선주를 각각 7480억원, 3552억원 발행해 자본을 확충한 바 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키움증권이 발행한 RCPS의 배당수익률(4.1%)보다 수익률이 다소 낮게 책정됐음에도 투자자들의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장 리스크를 줄이고 기존 투자자들에게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방식 중 하나로 RCPS를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증권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1조원 이상의 대형 투자은행(IB)로 올라서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올 6월말 기준 현대차증권 별도 기준 자본총계는 8657억원이다. 유상증자로 끌어들인 자금(1036억원)을 단순 합산하면 1조원에 살짝 못 미친다.
다만 올 상반기(1~6월) 누적 순이익이 지난해 연간 실적을 웃도는 500억원에 달하는데다 하반기 실적 개선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에는 자기자본 1조원대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자본 적정성 개선으로 신용등급 상향 및 영업력 강화를 기대한다"라며 "이를 통해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증권이 유상증자에 나선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10년 만이다. 현대차증권은 옛 신흥증권을 현대자동차가 2008년 인수해 계열편입한 증권사다.
인수 직후 현대자동차는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기아차 등과 총 1000억원 규모 출자에 나섰으며 이듬해인 2009년에도 주주배정 방식의 2000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해 추가로 자본을 수혈한 바 있다.
현대차증권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1조원 이상 증권사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앞서 한화투자증권은 올해초 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해 자기자본을 6월 말 기준 1조원대로 확대했다.
아울러 신한금융투자는 '초대형 IB' 최소 요건인 자기자본 4조원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난 5월 무려 660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