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 간 대형사를 중심으로 진행된 덩치 싸움이 중소형사로 확대되고 있다. 앞다퉈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키우며 너도나도 자기자본 1조원대로 올라서고 있다. 늘어난 자기자본만큼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를 확대하고, IB 비즈니스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한화투자증권이 1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해 자기자본 1조원대로 올라선 데 이어 지난해 말부터 현대차증권, 하이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이 잇따라 대거 자본 확충에 나섰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기자본 5000억원 이상 1조원 이하 증권사는 총 9개사다. 전체 증권회사 자본 규모로는 14위인 교보증권부터 22위인 이베스트투자증권까지 포함된다.
이 중 현대차증권은 지난 11월 1036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했다. RCPS는 의결권은 없지만 약속한 시기가 되면 발행회사에서 상환을 받거나, 발행회사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우선주로 자본확충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이로써 자본총계가 9841억원가량으로 뛰어올랐고, 지난해 연결기준 연간 순이익 719억원을 달성하면서 1조원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단순 자본 확장 후 자본 총계만 감안하면 교보증권을 제쳤지만, 하이투자증권이 2계단 올라서면서 현대차증권은 그대로 15위를 지키게 됐다.
하이투자증권은 제3자 배정방식으로 1000억원 규모의 RCPS를 발행하고, 주주배정 방식으로 1175억원 규모의 보통주 발행도 병행해 총 217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계획대로 모든 절차가 완료되는 오는 2월 말경에는 자본총계가 1조원대를 넘어서면서 2계단 올라선 14위 자리에 오른다. 2조원을 목전에 둔 키움증권, 대신증권을 비롯해 1조1000억~1조2000억원 수준인 유안타증권, 한화투자증권, 신영증권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지난해 92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로 자기자본 5000억원대로 올라선 데 이어 최근 12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최근 몇년 간 매각을 위한 효율 경영을 해왔지만, 지난해 매각을 접고 김원규 대표를 영입한 후 성장 중심 경영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 초 'No.1 중형증권사'로 도약하기 위해 자기자본을 현재 2배 수준인 1조원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번에 이베스트투자증권 증자가 완료되면 자기자본 6221억원으로 올라서면서 순위 역시 현재 22위에서 20위로 상승한다. 이에 따라 SK증권과 KTB투자증권이 한 계단씩 밀릴 것으로 보인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권산업은 과거와는 달리 획일화된 비즈니스 모델에서 대형사와 중소형사, 그리고 중소형사 중에서도 특화된 수익모델을 가진 회사들로 변화 중"이라며 "기존 브로커리지에서 투자은행(IB), 트레이딩, 자기자본투자(PI)까지 업무가 확대되면서 자본이 뒷받침 되는 대형 증권사가 투자매력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