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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돌 금융플랫폼]①포털-증권 대표끼리 뭉쳤다

  • 2020.01.02(목) 14:40

네이버-미래 vs 카카오-한투 '금융 연합전선'
초대형 IB, 금융혁신 위해 대규모 지분투자

금융 서비스와 인터넷 플랫폼 간 이종 결합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최대포털 네이버-카카오가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등 선도 증권사와 협력을 통해 전에 없던 서비스로 영토를 확장 중인 것이다. 숨막히는 변화의 현장을 짚어보고 이들의 향후 사업 전략과 미래를 조명해본다. [편집자]

'네이버-미래에셋 vs 카카오-한국투자'

지난 11월 출범한 네이버 금융 계열사 네이버파이낸셜과 2년 전 인터넷은행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의 계열사 한국카카오은행(이하 카뱅)의 연합 구도를 그리면 이러한 양강 체제가 펼쳐진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국내 최대 검색포털 네이버가 결제 사업을 떼어내 신설한 회사에 증권업계 자기자본 1위 미래에셋대우가 지분 투자로 참여한 곳이다. 카뱅은 모바일의 강자 카카오가 주도해 꾸린 인터넷전문은행으로 '3년 연속 순이익 실적 1위' 타이틀을 보유한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 한국투자금융지주 등이 출자했다.

공교롭게도 금융투자 업계 최대 라이벌 관계인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이 인터넷 산업을 나란히 이끌고 있는 네이버·카카오와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아울러 이들 초대형 투자은행(IB)이 금융 혁신을 위해 적지 않은 자금을 쏟아 부은 점이 관심을 모은다.

◇ 미래에셋 8000억 쏟은 네이버파이낸셜

네이버파이낸셜과 카뱅은 각각 미래에셋금융그룹과 한국투자금융그룹의 막대한 지분 투자에 기반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네이버파이낸셜에는 미래에셋이 8000억원을, 카뱅에는 한국투자가 총 6200억원을 출자했다.

우선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가 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의 사업부문을 물적분할 방식으로 떼어내 올 11월에 세운 100% 완전 자회사다. 앞서 네이버는 올 2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금융 사업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속도를 높이기 위해 사내 독립 기업(CIC)인 네이버페이를 분사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미래에셋대우가 50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이 투입돼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이달 13일 미래에셋대우를 포함한 미래에셋금융 그룹 4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총 7993억원 규모 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키로 했다. 신주 43만주(보통주 21만여주+우선주 21만여주)를 액면가(5000원)의 37배인 186만5000원에 발행키로 했다. 자본금 50억원의 신생 네이버파이낸셜의 기업가치를 2조7000억원 가량으로 평가한 것이다.

신주 가운데 대부분인 36만주를 미래에셋대우가 가져가기로 했다. 계획대로 유상증자가 마무리 되면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파이낸셜의 보통주 기준 지분 17.7%를 보유하며 최대주주 네이버(82.3%)에 이어 주요 주주로 오른다.

계열사인 미래에셋캐피탈과 미래에셋생명, 미래에셋펀드서비스도 네이버파이낸셜 지분 일부를 확보하나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라는 점에서 단순 투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대우를 포함한 미래에셋금융 계열사 4개사가 총 8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핀테크 기업에 과감하게 투자하는 것이라 의미가 있다. 미래에셋측에 따르면 이 같은 규모는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 사상 최대 투자 규모다.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투자된 총 금액(약 5800억)을 상회한다.

◇ 한투지주, 카뱅에 4년간 총 6200억 투자

한국투자금융지주도 카뱅에 만만치 않은 자금을 들였다. 카뱅은 카카오가 2016년 1월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하기 위해 설립한 회사다.

금융위원회로부터 은행업 본인가 의결(2017년 4월)에 앞서 한국투자금융지주가 1740억원을 들여 카뱅 지분 58%를 취득(2016년 12월)하면서 최대주주로 올랐다. 이듬해 카뱅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추가로 2900억원을 출자했으며, 지난해와 올해에도 같은 방식으로 각각 1860억원, 2500억원을 또 다시 투입했다.

지난달 카카오가 카뱅 지분을 되살 수 있는 콜옵션을 행사하면서 한투지주는 보유 지분 일부인 16%(5760만주)를 액면가(5000원)에 매각, 2880억원의 투자금을 회수했다. 이를 감안하면 한투지주는 지난 4년간 총 6120억원을 카뱅에 투입한 것이다.

카카오의 콜옵션 행사와 맞물려 한투지주 내부적으로 카뱅 보유 지분을 재편하면서 최근 지배구조가 크게 바뀌었다. 한투지주는 카카오에 매각하고 남은 카뱅 지분 29%를 손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 4895억원을 받고 팔았다.

이는 ‘금융지주회사는 자회사가 아닌 회사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할 수 없다’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른 것인데 남은 주식 1주는 제3자이자 카뱅의 또 다른 주주인 예스24에 넘겼다.

이로써 한투지주의 카뱅 지분은 '5%-1주'로 축소됐다. 카카오가 카뱅의 최대주주로 올라서고 한투지주(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는 2대 주주로 내려가는 구조다.

카뱅은 지난달 임직원 보상 차원에서 우리사주조합을 대상으로 255억원 규모의 신주를 발행, 납입자본금이 기존 1조8000억원에서 1조8225억원으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무려 3분의 1 가량이 한국투자금융그룹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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