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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살얼음판 증시⋯곳곳에 잠재적 하락 뇌관

  • 2020.03.04(수) 10:14

대차잔고 21개월 만에 60조원 대 재진입해
하락장에도 '빚투' 신용공여잔고 10조 돌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매도 심리가 팽배해지면서 증시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공매도 선행 지표로 인식되는 대차잔고가 경고 수준까지 올라온데다 신용공여잔고가 늘면서 잠재 물량 출회에 대한 리스크를 키우고 있는 것. 특히 국내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오던 기관들마저 외국인보다 매도세를 키우고 있는 점도 잠재적 불안요소로 지목되고 있다.

◇ 대차잔고 21개월만에 다시 60조원대 

4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대차잔고는 지난달 60조원을 넘어서면서 2018년 5월 61조원 이후 21개월 만에 60조원 대에 다시 진입했다.

대차잔고는 주식을 대여한 뒤 빌린 상대방에게 아직 돌려주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이는 통상적으로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인식되는데 공매도 투자자는 대차거래를 이용해 주식을 빌린 뒤, 주가 하락을 예상해 빌린 주식을 팔아치우고 주가가 떨어지면 빌린 가격보다 싼 값에 주식을 사들여 차익을 남긴다.

즉, 국내 주식시장의 부진을 예상해 하락 베팅한 외국인 또는 기관 투자자들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가 국내 증시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친 지난달 17일부터 28일까지 코스피는 11.95%, 코스닥은 11.77% 빠졌다.

이 기간 외국인은 4조원 넘게 주식을 팔아치웠고 총 10거래일 동안 8거래일에서 매도세를 나타냈다. 이달 들어서도 2거래일간 1조원 이상 처분하는 등 팔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 신용잔고 증가⋯잠재매물 리스크 확대 

외국인과 기관이 대여한 주식 규모가 확대되는 사이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의 신용공여잔고는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11일 10조원 선을 넘어선 이후 전장까지 이를 웃도는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주식담보대출(주담대) 규모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신용공여잔고가 늘었다는 것은 잠재물량출회에 대한 위험성도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주담대는 상승장에서 이익을 배가 시켜주는 '레버리지' 기능을 하지만 최근 같은 하락장에서는 반대매매를 통해 개인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물량을 대거 시장으로 내보내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반대매매란 주식담보대출을 받은 당사자의 계좌 내 평가액이 대출 당시 적용된 담보 비율 이하로 떨어질 경우 증권사 등 대출을 해준 기관에서 당사자 의사와 상관없이 주식을 처분하는 매매를 뜻한다.

통상적으로 담보 비율은 증권사들 마다 다르지만 140~150% 밑으로 떨어지면 반대매매 조건에 해당되고, 시장 지수가 고점보다 15% 이상 빠지면 반대매매 물량이 나오기 시작한다.

이 경우 시장에 출회되는 물량에 따라 지수의 상단을 제한하거나 상승 모멘텀을 꺾어 오히려 하락 반전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 수급 불균형, 지수 반등 모멘텀 저해

여기에 불안정한 수급 여건도 국내 증시의 불안요소로 분류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최근 본격적인 매도세로 전환한 외국인들과는 다르게 기관들의 경우 연초부터 현재까지 매서운 매도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관은 올해 1월 6조원 이상을 팔아치운 가운데 지난달에도 3조원 가까운 매도세를 나타낸 바 있다. 지난해 연말 외국인들이 21거래일 연속 5조원 넘게 팔아치우는 동안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들이 개인 투자자들과 함께 5조원 가까이 순매수하면서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한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이처럼 수급 환경이 좋지 않은 가운데 신용공여잔고가 증가하는 유동성 과열 징후 등의 불안요소들이 진정되지 않는 이상 주식시장이 반등 모멘텀을 찾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금의 변동성 확대 국면을 통해 투기적인 매매 행태가 기회를 얻을 경우 주식시장의 상승 추세 회복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지도 모른다"며 "시장국면이 안정되는 시점부터 외국인과 기관의 전략 스탠스 변화를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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