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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돈까지 끌어 쓴다' 개미군단, 곳곳에 위험 뇌관

  • 2020.04.06(월) 16:58

주식투자 신드롬 '묻지마식 투자' 과열
금융당국 자제 요청…변동성 지속 예고

지방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김모(40대 남성)씨. 얼마 전 지방자치단체와 은행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코로나 극복 소상공인 대출자금' 3000만원을 받아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연 1%대에 불과한 저금리로 대출을 받았는데 매장 운영에 모든 자금을 투입하자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운 지인이나 손님들이 하나같이 있는 돈 없는 돈을 끌어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더욱 애가 탄다.

서울에서 세종시로 파견 간 회사원 이모(30대 남성)씨는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의 개미다. 그는 하루에 수십 번씩 스마트폰 앱으로 주식 계좌를 들여다본다. 최근 지방 발령 이후 서울 아파트에 세입자를 받으면서 전세금을 모조리 주식에 투자했는데 증시가 출렁일 때마다 놀란 가슴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국내 증시가 역대급 '롤러코스터'를 타는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신드롬에 가까울 정도의 주식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문제는 과거보다 주가가 낮아졌다는 이유만으로 주식에 뛰어드는 '묻지마식 투자', 은행 대출 등을 이용한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 등이 확산하면서 향후 증시가 또 다시 폭락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 은행에서 빚내는 개인 급증

6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3월 말 기준 113조12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2월)보다 무려 2조원 이상 급증한 금액이다. 3월에 개인신용대출이 2조원을 넘긴 것은 손에 꼽을 정도다. 작년 3월에는 전월(2019년 2월)보다 오히려 5000억원 감소했다.

개인신용대출 증가액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코로나19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등이 늘어난 것도 있으나 위의 사례처럼 증시가 급락하자 은행에서 빚을 내 주식투자에 나서는 개인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개인은 지난 3월 한달간 코스피에서만 11조1869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를 기록했던 1월(4조4830억원)과 2월(4조8973억원)을 가뿐히 뛰어넘는 금액이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최근(4월1일 기준) 47조원을 웃돌며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3월 한달 동안 82만여개가 늘어 3월 말 기준 3073만여개에 달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400조~1500조에 달하는 부동자금이 마땅히 갈 곳이 없어진 요인도 있다"라며 "예전에는 위기가 발생하면 은행 예금에 자금이 몰렸지만 현재는 안전에 대한 기준도 모호하고 부동산 시장으로 진입도 여의치 않다보니 삼성전자 같은 우량종목 투자가 각광을 받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감소하던 신용융자 잔액 반등 

증권사로부터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이는 개인이 늘면서 한동안 뚜렷하게 감소하던 신용융자 잔액도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지난 1일 기준 코스닥시장 신용잔액은 3조4213억원으로, 지난달 25일에 비해 1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사자' 행렬은 좀처럼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개인들의 투자 여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투자자 예탁금을 비롯해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가 눈에 띄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 연구원은 "투자자 예탁금은 많게는 20조~22조원 수준을 유지했는데 요즘처럼 40조원이 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개인들의 저가매수 심리 확대로 주식거래 활동계좌수는 3월에만 82만개 이상 증가했는데 이는 2009년 4월 다음으로 역대 2번째 기록"이라며 "예탁금은 전 분기 대비 52%나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당분간 거래대금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이례적 자제 요청한 금융당국

개인 투자자들의 '묻지마 투자'가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자 금융당국도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 상황 점검회의'에서 "단순히 과거보다 주가가 낮아졌다는 이유만으로 투자에 뛰어드는 묻지마식 투자나 과도한 대출을 이용한 레버리지 투자 등은 자제해 주시기를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가 공식 석상에서 개인투자자의 주식 매수에 대해 자제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증권가에서도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단기간 급증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은행 대출 등으로 주식투자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팀장은 "아직 국내 중시에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오지 않고 있고 글로벌 자금에 대한 안전자산으로의 쏠림 현상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라며 "단기간에 변동성이 줄어들기 보다 지속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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