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마이너스(-) 가격으로 떨어지는 초유의 일이 발생하자 이를 대비하지 못한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장애가 발생했다.
원유 같이 눈에 보이는 현물 자산이 0원 밑으로 떨어져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이라곤 미처 예상하지 못했고 시스템도 이를 인식하지 못해서다. 이러한 오류로 일부 원유 선물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부터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키움증권을 비롯한 상당수 증권사 HTS에서 전산 장애가 발생했다.
이들 증권사의 HTS 상에서 원유값이 이례적으로 마이너스대로 떨어지자 시스템이 이를 인식하지 못하면서 매매가 중단됐고, 일부 투자자들은 강제 반대매매를 당하면서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투자업체 관계자는 "원유 같이 눈에 보이는 현물 자산 가격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기에 대부분 시스템에선 최저값을 마이너스가 아닌 0으로 설정한 상태"라며 "국제 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음수 상태로 내려가면서 이를 인식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키움증권 HTS에선 관련 선물 종목인 '미니 크루드 오일 5월물' 거래가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미니 크루드 오일 선물이란 일반 크루드 오일 선물 거래의 절반 가량의 물량으로 거래되는 상품을 말한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00배럴 단위로 거래된다.
HTS에서 선물 거래가 중단되면서 제때 청산 주문을 넣지 못한 투자자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한 투자자는 키움증권 고객센터 게시판에 "오늘 새벽 3시에 미니 크루드 오일 5월물을 최저가로 매수했고 마이너스로 떨어지길래 청산을 시도했으나 차트가 오류나고 자동 청산 주문이 안됐으며 바로팔기 주문도 거부됐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증거금을 예탁하는 원유 선물 거래의 특성상 HTS 거래 중단은 '캐시콜(cash call)' 같은 투자자 손실로 이어진다. 캐시콜이란 마진콜(margin call, 추가 증거금 납입 요구)을 받은 고객이 정해진 시간까지 추가 증거금을 예탁하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고객의 미결제약정을 임의로 반대매매해 처분하는 것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 키움증권 관계자는 "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매도 주문이 안 간 것 같다"라며 "미니 크루드 오일은 해외 선물이라 거래량이 그리 많지 않아 피해 규모도 예상만큼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피해보상은 내부 규정 및 절차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