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7조원 규모 미국 내 15개 호텔 인수 작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것과 동시에 치열한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게 됐다.
안방보험이 미국 법원에 미래에셋을 상대로 호텔 인수계약 이행 완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자 미래에셋은 '계약 취소'로 응수했다. 안방보험 측이 정보 공개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미래에셋은 계약금으로 맡겨놓은 7000억원을 돌려달라는 요청을 해놓았으나 반환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안방보험이 이와 별개로 미래에셋에 2조7000억원 규모의 출자 약정금을 약속대로 투자하라고 미국 법원에 청구해서다.
6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중국 안방보험과 체결한 호텔 매매계약서에 대한 해지 통지서를 지난 3일 안방 측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계약금을 보관 중인 에스크로 대리인(Escrow Agent)에게 계약금 반환 요청서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안방보험은 지난달 17일에 해당 거래 종결을 희망했으나 거래종결 선행조건 미충족 사유를 발견했다"며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안방 측에 위반사항을 15일내 해소하지 않으면 해지할 권리가 발생한다고 통지했고 5월2일로 기한이 종료돼 계약 해지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은 작년 9월 안방보험으로부터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등 9개 주요 도시에 분포되어 있는 고급 호텔 및 리조트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인수 대금은 58억달러로 우리 돈으로 약 7조원, 미래에셋은 이 가운데 10%인 7000억원을 계약금으로 납부한 상태다.
인수 자금은 그룹 계열사가 각각 나눠 내기로 했다. 주력 계열사 미래에셋대우가 1조8000억원 가량을 투자하고 다른 계열사인 미래에셋생명(5000억원)과 미래에셋자산운용(1900억원) 등도 참여하기로 했다. 미래에셋이 총 2조3000억원의 자금을 넣고 나머지 금액은 현지 투자은행 등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후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계약 이후 인수 대상 호텔과 관련해 제 3자와 소송 중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양측이 충돌했다.
미국 등기소는 등기권 관리가 전산화 되지 않아 부동산 권리 보호를 위해선 등기권 외에 부동산권리보험회사로부터 '권원보험'이라는 확인·보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안방보험의 소송 문제로 권원보험 발급이 거부되자 미래에셋은 '거래종결 선행조건 미충족' 사유를 들면서 계약 해지권을 행사한 것이다.
이에 안방 측은 지난 4일 보도자료를 내고 "미래에셋의 매매계약 해제는 그 자체로 매매계약 위반에 해당한다는 답변서를 보냈으며 에스크로 에이전트에 계약이 해제되지 않았으니 계약금을 돌려주지 말라고 통지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안방 측은 미국 법원에 낸 소장에서 미래에셋측의 주장에 대해 "의무 불이행에 대한 책임을 면하려는 것, 자신의 의무들을 회피하기 위한 주장 중 그 어느 것도 타당한 논리를 제공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으로 소송 과정에서 관전 포인트로 꼽히는 것이 계약금의 반환 여부다. 미래에셋측은 반환 소송을 통해서라도 계약금을 되찾아 오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안방측도 미래에셋에 출자 약정금 2조7000억원을 예정대로 내라고 미국 법원에 청구하면서 양측은 지리한 법정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안방보험이 미국 법원에 낸 소장에 따르면 안방보험은 '미래에셋이 매매계약을 해제하거나 계약을 이행해야 할 의무에 부합하지 않는 행위를 금지해달라'고 요청했다.
미래에셋은 작년 9월 호텔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동시에 22억달러(약 2조7000억원)의 현금을 안방 측에 매매 대금의 일부로 지급하는 '출자약정서(ECLs)'를 체결했는데 이러한 출자 약정금을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법원이 강제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안방보험은 소장에서 "안방 측은 계약에 따라 부과된 각각의 거래종결조건을 모두 충족했으니 미래에셋도 거래를 종결한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라며 "미래에셋은 출자약정서에서 보증한 자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 입장에선 계약을 포기하더라도 계약금 7000억원 뿐만 아니라 출자하기로 한 2조6000억원의 자산이 동결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