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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5월 부분 재개에 뿔난 개미들…전면 허용 주장도 '팽팽'

  • 2021.02.04(목) 13:59

코스피·코스닥 대형주 일부 허용…제도개선·시스템 구축 병행
개인 대주 제도도 대폭 손질…각 시장 참여자 간 온도차 여전

금융위원회(금융위)가 공매도 금지를 재연장했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한시적 공매도 금지 기한인 3월에 전면 해제를 고수한 것에서 크게 물러난 것이다.

금융위는 오는 5월3일을 공매도 부분 재개 시점으로 잡고 제도 개선 및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개인 투자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주식 대여 물량을 확보해 개인들의 공매도 참여를 점차 높여 나가겠다는 구상도 발표했다.

다만, 공매도 영구 폐지를 주장해온 개인들은 공매도 재개 소식에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유관 학계와 증권 업계는 대체로 환영하며 장기적으로는 공매도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 5월3일 일부 종목에 한해 공매도 재개

4일 금융위에 따르면 다음달 15일 끝나는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가 5월3일까지 연장된다. 기존 해제 시점에서 약 한 달 반 정도 연기된 것이다. 지난해 3월 금융위는 코로나19로 인해 시장 지수가 곤두박질치는 등 변동성이 커지자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이후 시장은 반등세를 거듭한 끝에 코스피 지수가 역사적 3000포인트를 돌파했고, 코스닥은 1000포인트를 목전에 두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공매도 해제 시점이 다가오면서 시장 참여자들 간 공매도 금지 연장 및 재개 여부가 뜨거운 관심사가 됐다.

금융위는 국내 주식시장 상황, 다른 국가의 공매도 재개상황, 국내 증시의 국제적 위상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금지조치 해제에 따른 증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를 전체 종목에 적용하는 게 아니라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 지수 구성종목부터 공매도를 재개하기로 했다. 시가총액(시총)이 크고, 유동성이 풍부해 공매도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 등을 감안했다는 의견이다.

대표적으로 코스피200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등이 포진해 있고, 코스닥150에는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에이치엘비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만, 이들 편입종목이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따져봐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코스피200의 경우 전체 917개 상장사 시가총액인 2060조원 중 88%를 차지하고 있고, 코스닥150은 전체 1470개 종목의 시총인 392조원에서 50% 가량의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금융위는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 구성종목 외 나머지 종목은 재개·금지의 효과, 시장상황 등을 감안해 추후 재개방법 및 시기 등을 별도 결정하기로 했다.

은성수 금융위 위원장은 "국제적으로 연결돼 있는 우리 자본시장 환경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인 공매도를 완전 금지 또는 무기한 금지하기는 어렵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고 재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공매도 재개에 대한 시장의 우려와 염려가 큰 상황인 만큼, 부분적 재개를 통해 시장충격을 최소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금융위원회

◇ 제도개선·시스템 구축…개인 공매도 참여 유도

금융위는 공매도 재개 결정과 함께 제도개선 및 시스템 구축을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최근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오는 4월6일부터는 불법공매도에 대한 과징금 및 형사처벌 부과가 가능해지고, 불법공매도 시도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공매도 목적 대차거래정보를 전산시스템을 통해 5년 간 보관하는 것을 의무화한 것이 요지다.  

구체적으로 불법 공매도에 적발되면 최대 주문한 금액까지의 과징금이 부과되고, 1년 이상의 형사 처벌도 수반될 수 있다.

여기에 무차입 공매도 적발주기를 현행 6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고, 당일 선매도·후매수 등 다양한 방식의 불법 공매도에 대응해 적출 기법을 고도화 하는 등 감시 및 사후 단속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한국거래소 내 불법 공매도 점검을 위한 전담조직을 이달 내 설치될 계획이다. 

특히, 공매도가 재개 후 장중 종목 별 공매도 호가정보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급격한 가격하락 및 공매도 급증 등의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해당 종목을 대상으로 즉시 특별감리에 착수하기로 하는 등 강도 높은 관리·감독도 병행된다.

금융위는 남은 기간 동안 불법 공매도에 대한 감시·처벌 수준을 대폭 격상하는 시스템을 유관 기관들과 함께 구축하는 한편, 개인들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금융위 배포 자료에 따르면 증권·보험사 등과 긴밀한 협의와 설득을 지속한 결과, 2조원 내지 3조원 수준의 대주물량을 확보했고, 공매도 재개 시점까지 코스피200, 코스닥150 중 대부분 종목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증권사들은 결제위험 관리가 어렵고 수익도 높지 않은 개인에 대한 주식 대여에는 소극적인 측면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로 인해 개인 투자자는 기관 및 외국인에 비해 주식차입이 어려워 사실상 공매도 기회가 차단돼 왔다.

따라서 금융위는 신용도와 담보력이 높은 증권금융(증금)을 통해 결제 불이행과 같은 리스크를 해소하고, 증권사·보험사 등과 같은 금융기관들로부터 개인들의 주식 대여를 확대하는 개인대주 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증금이 기존에 제시한 바 있는 'K-대주시스템'은 조기 구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마찬가지로 공매도 재개 시점인 5월3일 이후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종목에서 이를 허용할 방침으로 약 2~3조원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개인 대주가 실시되면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들이 점차 늘 것으로 금융위는 예상했다.

은 위원장은 "앞으로도 다양한 기관의 협조를 통해 대여물량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갈 것"이라며 "신용융자를 취급하는 모든 증권사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개인 공매도 접근성과 편의성을 계속해서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 개미들 '분통'…"선거용 대책·코스닥도 결국 영향"

이번 발표와 관련해 시장 참여자들 간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개인들은 선거용 반쪽짜리 대책이라며 분통을 터뜨렸고, 학계와 업계에서는 금융위가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전면 허용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을 대변하는 한국주식투자연합회 정의정 대표는 공매도 재개에 따른 국민들의 예상되는 피해는 외면한 채 안일한 대책을 내놨다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한마디로 선거용 대책이라고 본다"며 "대형 종목 공매도로 지수가 하락하면 지수연동 상품에 연계돼 여타 종목도 하락의 태풍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발표는 공매도 세력이 계속  개인 투자자 재산을 쉽게 가져가는 구도를 혁파하지 못한 반쪽짜리 대책"이라며 "코스피 지수가 다시 2000대로 내려앉는 것은 시간문제가 됐다"고 날선 반응을 보였다.

그는 "공매도 세력이 개인 투자자 대비 39배 수익을 챙기는 국민 피해에 대한 근본대책은 내놓지 않고 미봉책으로 마무리한다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국민의 원성을 눈 감고 방치하는 금융위의 안일한 대응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는 혹평을 내놨다.

다수의 코스닥 상장 기업들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대기업들의 1·2차 벤더 또는 부품 납품 업체들이다. 따라서 공매도가 허용돼 대형주들의 주가가 하락하면 이와 연동해 코스닥 종목들의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이는 지수 하락을 부추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런 연관성으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공매도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월21일부터 30일까지 열흘간 뉴스·커뮤니티·사회관계망서비스(SNS)·기업·정부·공공기관 등 12개 채널 22만개 사이트를 대상으로 '셀트리온+공매도' 키워드와 '셀트리온+동학' 등 두 조합에 대해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월27일 이전 '셀트리온+공매도' 포스팅 수는 일별 127~251건에 그쳤지만 27일 이후에는 최소 316건에서 최대 623건으로 두 배 이상 크게 늘었다. 

그 만큼 일반 국민들이 공매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 학계 '전면 허용해야'…증권업계 '중립적'

이런 여론과 국민 정서와는 달리 학계와 업계는 발표 내용 상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한 국내 대학 교수는 "이번 발표는 현실적인 절충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공매도 불허 종목들이 훨씬 많기는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반대 여론이 상당히 높은 것을 감안했을 때 전면적인 허용은 금융위 입장에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매도 재개 필요성을 지적하는 쪽도 목소리를 크게 내진 못하지만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학계나 업계 쪽에서는 공매도 재개 필요성을 많이 지적해 왔기 때문에 양쪽 주장을 적절히 반영해 현실적인 타협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전면 허용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나머지 금지 종목에 대한 구체적인 해제 스케줄을 발표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게 더 합리적인 방향이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외국인 자금 이탈을 우려해 무기한 금지는 득보다 실이 크다는 입장을 보였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패시브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공매도가 필요하다"며 "글로벌 지수 산출기관인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FTSE(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 등은 공매도 가능 여부를 시장등급 평가요소로 활용하고, 추종자금의 국내투자 금액이 28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공매도를 무기한 연장하거나 금지할 경우 득보다 실이 더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그는 지난해 6월 장기간 공매도 금지 조치를 지속한 터키는 MSCI로부터 시장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은 바 있다고 소개했다. 

정치권에서도 공매도 재개에 대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해괴하게도 한 달도, 3개월도, 6개월도 아닌 한 달 반만 연장이라는 누가 봐도 의심스런 결정을 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기존에 본인이 문제제기한 '제도보완 후 공매도 재개'라는 주장에 금융당국도 수긍하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이해하고 환영한다"며 "공매도의 제도적 문제점을 찾아 바로잡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금융당국과 국회가 반드시 해야 할 의무로 향후에도 자본시장에서의 불공정을 바로잡는 일에 정부와 여당이 책임있는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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