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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재개까지 '딱 열흘'…"개미들 이 종목은 피해라"

  • 2021.04.23(금) 06:00

다음 달 3일 재개…개인 대주제도 시행
표적종목 접근 신중…고평가 위주 공격

약 1년 여간 금지됐던 공매도가 재개 초읽기에 들어갔다. 다음 달 3일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편입 종목에 한해 부분적으로 공매도가 다시 시행된다. 금융당국은 '개인 대주제도'를 신설해 공매도 거래를 확산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기대보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앞선다. 개인투자자들이 당장 역베팅에 익숙해질지 미지수란 이유에서다. 증권가에서는 과도한 수익률을 내고 있거나 고평가된 종목이 공매도 세력의 주된 표적 종목이 될 수 있다며 가급적 피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금융당국, 공매도 재개 '불가피'…내달 3일 재개

금융당국은 공매도 재개 시점을 일찌감치 다음 달 3일로 못 박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열린 제1차 임시회의에서 공매도 재개 시기를 전하면서 다른 국가들의 공매도 재개 상황, 국내 증시의 국제적 위상 등을 감안할 때 공매도 재개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데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매도 금지 조치가 1년 이상 지속돼 왔던 만큼 연착륙을 위해 전 종목에 적용하는 게 아니라 코스피200과 코스닥 150 편입 종목에 한해서만 일단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당국은 이와 동시에 불법 공매도에 대한 시장 감시와 처벌 수준도 강화했다. 지난 6일부터 주문 범위 내 과징금 부과가 가능해졌고 경우에 따라 1년 이상의 유기징역과 함께 부당이득의 최대 5배에 달하는 벌금을 매길 수 있게 됐다.

공매도 활성화를 위해 재개 시점에 맞춰 개인 대주제도도 실시하기로 했다. 금융투자협회와 한국거래소가 제공하는 개인 공매도 사전의무교육과 모의 거래 과정 이수한 개인투자자들은 누구나 개인 공매도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를 활용하면 개인 투자자는 최장 60일까지 차입 기간을 보장받는다. 즉 빌린 주식을 두 달 내로만 대여 기관에 반환하면 된다.

개인 대주제는 신용융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우선 키움증권과 NH투자증권을 비롯한 17개사가 재개 시점에 맞춰 서비스를 시행하고 이베스트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 등 11개사는 연내 합류할 예정이다. 

◇개인 대주제, 대중성에는 여전히 '의문'

금융당국이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거부감과 반발을 의식해 개인 대주제를 마련했지만 접근성이 얼마나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지금까지 공매도는 말 그대로 외국인과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전유물이었다. 금지 조치가 시행된 지난해 3월16일 기준 공매도 잔고 상위 50개 종목의 대량 잔고 보유자는 대부분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모간스탠리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대차 거래에 참여한 주된 투자 주체도 외국인과 국내 금융회사였다. 주식 차입의 63.46%를 외국인이 담당했고 국내 증권사가 33.73%로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개인 대주제가 실시된다고 해도 대중성이 부여될지는 의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1000만 투자자 시대를 맞아 극히 일부에 한해 개인 대주제를 이용하고자 하는 수요는 있겠지만 당초 예상했던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공매도 자체가 고도의 매매기법과 고급 정보들을 수반해야 하는 영역이다 보니 섣불리 뛰어들었다가 낭패만 보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개인 대주제 시스템에서 대여주식 풀 구성을 맡은 한국국증권금융도 크게 다르지 않은 입장이다. 증권금융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은 지금까지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매매 형태에 익숙해져 있는데 교육 30분, 모의투자 1시간을 이수한다고 해서 공매도에 도가 튼 외국인이나 기관들처럼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과연 의도한 만큼 개인 대주제가 확산될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주가 상승 과도하거나 고평가된 종목 피해야

증권가에서는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가급적 공매도 세력의 표적이 될 수 있는 종목들은 피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개인 대주제가 시행된다고 해도 아직은 낯설기만 한 투자기법이고, 기관과 외국인에 비해 주가 방향성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기본적으로 주가 상승이 과하거나 고평가된 종목은 피하는 게 좋다.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편입 종목들 중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글로벌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이 그 대상이다.

예를 들어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올해 선행 PER이 36.40배, 최근 한 달 수익률이 14.00%에 달한다. 비교 대상인 세계 최대 석유회사 아람코는 각각 21.00배, -0.80%를 나타내고 있고, 미국의 대형 석유업체 엑손모빌은 18.60배, -7.5%를 기록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의 PER은 상대적으로 높다.

최근 수년간 적자에 시달리다 지난해 흑자로 돌아선HMM은 PBR이 높은 케이스다. HMM의 올해 선행 PBR은 2.97배 수준, 같은 기간 수익률은 39.4%다. 글로벌 경쟁사인 독일 최대 컨테이너 해운 선사 하파그로이드(Hapag-Lloyd)는 2.95배, 11.9%, 세계 최대 선사인 덴마크 AP몰러-머스크는 1.37배, 3.9%를 기록하고 있다.

다음 달부터 공매도가 재개되는 이상 표적이 될 수 있는 종목은 국내·외 경쟁사들의 투자지표와 비교해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수 측면에서는 공매도의 영향력이 거의 없겠지만 종목별 공매도의 영향력은 천차만별일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공매도 세력들은 주가가 많이 올랐거나 고평가된 종목군을 위주로 공격을 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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