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반등장에서 '동학개미운동'을 이끌며 증시 주도 세력 중 하나로 떠오른 개인투자자들이 단타의 그림자에 갇혔다.
높은 투자 위험을 감수하면서 투기적인 행태를 보이는 가운데 신규 투자자 열 명 중 여섯 명은 마이너스(-) 수익률에 허덕일 지경이다.
반등장서 신규 투자자 10명 중 6명 '손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은 4개 증권사에서 제공한 개인투자자 20만4004명의 거래 자료를 분석해 '코로나19 국면의 개인투자자: 투자행태와 투자성과'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놨다.
3개 증권사 자료는 2020년 3월부터 10월까지의 거래 내역이며, 나머지 1곳은 2020년 3월부터 6월까지다. 전체 투자자 중 약 30%에 달하는 6만446명은 2020년 3월 이후 계좌를 새로 개설한 신규 투자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3~10월 전체 투자자의 수익률은 중간값 0.05%, 하위 10% -0.79%, 상위 10% 0.47%다. 투자자 간 수익률 격차가 큰 상황에서 42%의 투자자가 손실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기존 투자자와 신규 투자자로 구분하면 신규 투자자의 성과가 확연히 떨어진다. 손실을 본 투자자 가운데 60%는 신규 투자자다.
자본연은 개인투자자의 투자 성과에 영향을 미친 요인을 거래회전율과 일중 거래비중, 종목교체율 등 세 가지 지표를 활용해 조사했다. 그에 따르면 거래회전율과 일중 거래비중, 종목교체율이 높을수록 초과 수익률이 하락하고 투자자간 초과 수익률 편차가 크게 나타났다.
과도한 거래에는 높은 거래 비용이 뒤따를 뿐만 아니라 낮은 분산투자 수준과 투자전략의 비효율성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판단이다. 저연령대, 남성, 소액투자자가 저조한 투자 성과를 거둔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나이 어리고 자산 적을수록 위험 노출
거래 행태를 살펴보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패턴을 명확하게 읽을 수 있다. 일평균 보유종목에선 1종목을 보유한 투자자 20%, 1종목 초과 3종목 이하 39%, 3종목 초과 10종목 이하가 31%, 10종목 넘게 보유한 투자자가 9%에 이른다.
전체 투자자의 10명 중 6명의 보유종목이 3개 이하로 분산투자 수준이 낮은 편이다. 소수 종목에 대한 집중 투자로 개별 주식 투자에 따른 위험에 상당 부분 노출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일간 매수와 매도 금액의 평균값을 전일과 당일 보유주식 평가액의 평균값으로 나눠 계산한 전체 개인투자자의 일간 거래회전율은 6.8%. 분석기간 전체 주식시장 일간 거래회전율이 1.4%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기관투자자나 외국인투자자에 비해 개인투자자의 거래회전율은 매우 높다.
기존 투자자보단 신규 투자자가, 나이가 어릴수록 투자자산 규모가 작을수록 회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20대 이하 투자자의 회전율이 16.9%, 1000만원 이하 소액투자자의 회전율이 29.7%라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이들의 회전율을 보유기간으로 환산하면 고작 5.9일, 3.4일에 불과하다. 덩치가 큰 대형주보다는 매매가 상대적으로 쉬운 중소형주를 대상으로 한 투기적인 투자가 빈번하게 발견된다.
투자자가 특정 종목을 당일에 사서 그날 바로 파는 일중거래는 대표적인 투기 거래 형태다. 전체 개인투자자의 일중거래 비중은 55.4%로 전체 거래대금의 절반 이상이 일중거래로 이뤄지고 있다. 이 역시 나이가 어릴수록, 남성일수록, 투자자산 규모가 작을수록 그 비중이 높아 거래회전율이나 종목교체율의 투자자 패턴과 매우 유사하다.
간접투자 활용·투자 습관 개선 필요
단타성 투기적인 매매 행태는 결국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성과 부진으로 이어졌다. 자본연은 코로나19 국면에서 나타나는 신규 투자자의 저조한 성과는 개인 투자자의 직접투자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김민기 연구위원과 김준석 선임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의 주식 투자 행태 개선과 투자 성과 제고를 위한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상장지수펀드(ETF), 공모펀드 같은 간접투자수단의 활용도 확대 △정교한 주식 투자 관리 서비스 제공 △투자자의 습관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 등이다.
두 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 투자 행태의 문제점과 바람직한 투자 습관에 대한 홍보 및 교육이 광범위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관계당국과 업계, 학계 공동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