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증거금 63조원. 청약 건수 239만 건. 역대급 기록을 남겼던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 청약이 벌써 한 달 전의 일이네요.
오늘 공시줍줍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 이후 진행한 공모주 청약 데이터를 통해 앞으로 있을 공모 청약을 간단하게 예상해보는 내용을 그래픽과 함께 준비했어요.
SK바이오사이언스 이후 지금까지 공모 청약을 진행한 곳은 ▲라이프시맨틱스(3월 11~12일, 한국투자) ▲제노코(3월 15~16일, DB금융투자) ▲자이언트스텝(3월 15~16일, 한국투자) ▲엔시스(3월 22~23일, 미래에셋) 4곳이에요.
이 가운데 미래에셋, 한국투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 청약 공동주관회사로 참여한 곳. 따라서 SK바이오사이언스 전·후 공모 청약에 관한 관심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가늠해볼 수 있어요.
미래에셋은 대형 증권회사답게 SK바이오사이언스 이전에도 많으면 12만명, 적어도 5만명 안팎의 공모 청약 건수를 기록했네요. 하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 이후 진행한 엔시스 청약에서는 이전 숫자를 훌쩍 뛰어넘어 28만명에 육박하는 투자자들이 청약에 참여했어요.
참고로 28만명이란 숫자는 지난해 공모주 청약 열풍의 주인공이었던 SK바이오팜(23만1886명)과 빅히트엔터테인먼트(25만3055명)를 웃도는 숫자. SK바이오팜과 빅히트는 균등배정 시행 이전이긴 하지만, 반대로 5~6개 증권사에 모여든 청약 건수를 모두 합산한 숫자라는 점. 따라서 미래에셋 홀로 진행한 엔시스 청약에 28만명이 모인 것은 균등배정 효과를 생각해도 상당한 숫자라고 할 수 있어요.
한국투자증권은 SK바이오사이언스 이전에 진행한 공모 청약에선 10만명을 넘어서지 못했지만 이후 진행한 두 번의 청약은 모두 10만명을 훌쩍 넘었죠.
마지막으로 비교해볼 곳은 DB금융투자. 이 증권사는 제노코 공모 청약을 최근 주관했는데 8만명 이상이 참여했어요. DB금융투자가 가장 최근 공모 청약을 진행한 사례는 작년 12월 초 티엘비(2만4601명)였는데 당시와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가 있죠.
올해 중소형증권사가 SK바이오사이언스 이전에 균등배정 방식으로 진행한 공모 청약 결과를 봐도 ▲프레스티지바이오(2만567명, 유안타) ▲씨이랩(3만1316명, IBK) ▲유일에너테크(4만2758명, 신영)의 청약 건수는 5만명 이하였다는 점. SK바이오사이언스 이후 진행한 제노코 청약에 쏠린 관심이 남달랐다는 점을 알 수 있어요.
종합하면 SK바이오사이언스 이후 고객 수가 많은 대형증권사가 주관하는 공모 청약은 10만명은 기본, 관심이 높으면 20~30만명도 쉽게 몰릴 수 있다는 점. 고객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중소형증권사가 진행하는 공모 청약이라도 청약자 10만명을 기록하는 사례가 어색하지 않을 것이란 점.
물론 이러한 통계가 앞으로의 공모 청약에서 예외없이 나타난다고 확신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SK바이오사이언스에 쏠렸던 239만건이란 청약 건수는 우리나라 증시에서 그동안 소수의 전유물이었던 공모 청약이 대중적인 투자 흐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라는 건 틀림없어 보여요.
오는 28일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맞먹는 규모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공모 청약을 준비하고 있어요. 또 한 번의 기록이 나올까요?
균등배정 도입으로 상장 직후 단기차익 실현 매물이 늘어났고, 공모주 열풍 속에 희망공모가 상단에서 공모가격을 정하는 기업도 늘면서 상장 후 수익률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분석(SK증권 나승두 애널리스트)도 나오고 있어요. 공모주에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투자 위험요인도 꼼꼼히 살펴보는 게 중요한 시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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