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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줍줍]팜젠사이언스, 전환가 최저 500원…CB 발행 의미

  • 2021.05.21(금) 07:00

홍콩계펀드 SC로이‧미국 린든캐피탈에 300억원 CB 발행 결정
3월 주총서 CB 발행한도 3000억원으로 늘리는 정관내용 변경
주가하락시 CB투자자 손해 덜어…기존 주주는 희석 부담 떠안아

팜젠사이언스(과거이름 우리들제약)가 지난 17일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공시를 발표했어요.

▷관련공시: 팜젠사이언스 5월 17일 주요사항보고서(전환사채권발행결정)

팜젠사이언스는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화장품까지 다양한 사업을 하며,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계열사 엑세스바이오와 맞물려 코로나 진단키트 관련주로 부상하기도 했어요.

팜젠사이언스가 300억원 규모로 발행하기로 한 전환사채는 영어로 'convertible bond(CB)'라고 해요. CB는 회사채(회사가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빌리면서 발행해주는 증서)의 일종인데, 추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전환청구권)가 붙어있는 채권이에요.

CB를 발행한 팜젠사이언스는 투자자로부터 300억원의 현금을 받는데요. 대신 팜젠사이언스는 CB 투자자에게 중간 중간 이자를 줘야하고 투자자가 채권을 주식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하면 새로 주식을 찍어 줘야 해요.

팜젠사이언스는 왜 CB를 발행하기로 한 걸까요, 또 이번 CB발행이 기존 주주 또는 투자자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이번 공시줍줍에서 알아볼게요.

재료구입비 등 운영자금에 300억원 투입

팜젠사이언스는 300억원의 CB를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담보부 사모 전환사채' 방식으로 발행하기로 결정. 즉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에게 파는 공모형태가 아닌 50인 미만의 특정 투자자에게 파는 사모방식으로 CB를 판매하기로 했어요.

팜젠사이언스 CB를 사갈 투자자는 홍콩계 펀드 SC로이(SC Lowy Financial (HK) Limited)와 미국 린든캐피탈(Linden Capital L.P). 각각 150억원의 CB를 인수할 예정이에요. 참고로 이 투자자들은 지난해 팜젠사이언스가 발행한 20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각각 100억원어치씩 사간 곳이기도 해요.

팜젠사이언스는 운영자금에 쓰려고 CB를 발행했어요. 회사는 "300억원의 자금을 부자재 매입, 회사 운영경비 등에 사용할 예정"이며 "향후 회사 운영상황에 따라 사용처는 바뀔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CB투자자인 SC로이와 린든캐피탈은 오는 8월부터 3개월마다 팜젠사이언스로부터 이자를 받아요. 이를 표면이자율이라고 하는데요. 연간 지급할 이자율(3.5%)을 3개월마다 나눠서 주는 것. 사채의 만기가 돌아오는 2026년 5월 27일에는 만기이자 3.5%도 받는데요. 만기이자율은 채권 만기 때 연복리로 계산한 이자. 다만 이 때 그동안 받은 표면이자는 빼고 만기이자를 지급해요.

액면가 500원까지 전환가격 조정 가능

CB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인데요. 얼마에 팜젠사이언스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지는 공시의 8. 사채발행방법에서 '전환가격(전환가액)'에 나와 있어요. 공시에 따르면 1주당 1만3300원에 팜젠사이언스 신주로 바꿀 수 있어요.

CB 투자자 입장에서 당연히 현재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팜젠사이언스 주가가 전환가격보다 높아야 CB에 투자할 이유가 생기겠죠. 만약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가보다 전환가격이 더 비싸다면 차익실현이 불가능해서 CB에 투자할 이유가 없기 때문.

그런데 20일 기준 팜젠사이언스의 주가는 1만1700원(종가 기준). 17일 CB발행결정을 공시했을 때의 전환가격(1만3300원)보다 1600원 더 낮은 가격이죠.

이렇게 주가가 추후 내려갔을 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리픽싱(refixing)이에요.

리픽싱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가변동(시가)에 따라 전환가격을 조정하는 것을 말해요. CB투자자의 리스크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일종의 에프터서비스인 셈.

공시에 따르면 팜젠사이어스는 전환가격을 최저 500원까지 조정할 수 있다고 했는데요. 500원은 팜젠사이언스 주식의 액면가. 주가 변동에 따라 1만3300원이었던 전환가격이 액면가인 500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뜻이에요. CB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가가 내려가도 전환가격을 계속 조정할 수 있으니 위험부담을 낮추는 수단이죠.

전환가 최저 500원이 담고 있는 의미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CB의 전환가격은 최초 전환가격의 70%까지 조정할 수 있어요. 규정에 따르면 팜젠사이언스의 최저 전환가격은 최초 전환가격(1만3300원)기준 9310원이에요.

그런데 앞서 팜젠사이언스의 전환사채 최저 조정가격은 500원이라고 했어요. CB투자자인 SC로이와 린든캐피탈 입장에서 전환가격을 액면가까지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투자요소. 반면 기존 팜젠사이언스 주주에겐 마른하늘에 날벼락인데요.

시가조정으로 전환가격이 내려간다는 것은 그만큼 주가하락을 동반한다는 뜻이어서 그 자체로 팜젠사이언스 주주에겐 좋지 않죠. 더군다나 전환가격이 내려가는 만큼 CB 투자자에게 발행해야 하는 신주 물량은 늘어나요.

CB 투자자는 전환가격이 낮아지는 대신 주식을 많이 받으니 CB투자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반면 기존 주주들은 주가 하락도 부담인 상황에서 회사의 총 발행주식수까지 늘어나면서 보유한 주식가치의 희석 우려라는 악재까지 나타날 수도 있는 셈이죠.

SC로이와 린든캐피탈이 300억원 규모의 CB를 모두 주식으로 바꾸면(전환가액 1만3300원 기준) 현재 총 발행주식수(1471만2933주)의 15.33%(225만5639주) 규모.

팜젠사이언스가 액면가 500원까지 CB 전환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건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 희석 우려보다 CB투자자의 손실 만회에 더 많은 무게중심을 뒀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이러한 분석이 가능한 건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회사 정관까지 바꿔가며 발행한도를 늘렸기 때문.

팜젠사이언스는 3월 17일 정기주총을 열고 특별결의(주총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수와 총 발행주식수의 3분의 1 이상의 수가 동의해야 함)를 통해 CB, BW의 발행한도를 기존 5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늘렸어요. 발행한도가 늘어나면서 이번에 발행할 CB의 전환가격을 최저가격인 액면가까지 조정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관련공시: 팜젠사이언스 3월 17일 주주총회소집공고

콜옵션에 희망 거는 주주들

팜젠사이언스 2가지 옵션이 있는데요. 바로 풋옵션(Put Option)과 콜옵션(Call Option)이에요.

풋옵션은 투자자가 회사에 CB를 되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예요. 콜옵션은 회사가 투자자에게 CB를 되살 수 있는 권리예요. 빚을 빨리 갚으라고 요구하면 풋옵션, 빚을 빨리 갚겠다고 나서면 콜옵션.

팜젠사이언스 CB의 풋옵션과 콜옵션은 2022년 5월 27일부터 행사할 수 있는데요. 만약 CB투자자와 팜젠바이오가 동시에 풋옵션과 콜옵션을 행사하면 어느 것이 우선할까요. 공시에 따르면 풋옵션과 콜옵션이 동시에 이루어지면 콜옵션이 우선해요. 회사의 권리를 먼저 인정하는 것!

팜젠사이언스 주주들은 회사의 콜옵션 행사에 기대를 품고 있어요. CB는 언제든지 주식으로 바뀔 수 있는 잠재 물량이죠. CB물량이 많은 만큼 주식으로 바뀔 때 대량의 신주가 쏟아져 나올 수 있어서 회사나 기존 주주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회사는 기존 주주 보호와 안정적인 주가 관리 차원에서 콜옵션을 행사해요.

다만 콜옵션은 주로 회사 주가가 상승할 때 많이 이루어져요. 주가가 상승하면 CB투자자는 차익을 많이 남기기 위해 주식 전환을 행사하는데 회사입장에서는 하루빨리 사채를 갚아 주식으로 전환하는 물량을 줄이는 것이 안정적인 주가관리 측면에서도 좋기 때문.

올해 1분기 별도재무제표 기준 팜젠사이언스는 영업손실 13억원, 당기순손실 15억원을 기록했어요. CB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을 회사 운영에 사용해 경영상황이 나아지고 여윳돈도 생긴다면 주가도 상승세를 타겠죠. 이때 회사가 CB를 갚겠다고 나설 수 있어요.

[추가포인트]

회사나 최대주주는 지분확보 차원에서 콜옵션을 확보하기도 해요. 

참고로 팜젠사이언스는 지난해 11월에도 이번 CB투자자와 같은 SC로이, 린든캐피탈을 대상으로 200억원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는데, 그중 일부 물량은 이미 콜옵션 계약이 맺어져 있어요. 

▷관련공시: 팜젠사이언스 2020년 12월 11일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일반)

공시를 보면 팜젠사이언스(당시이름 우리들제약)는 실질적 대주주인 한의상 회장 및 가족 3명과 BW콜옵션 계약을 맺었어요. 즉 외국계 투자자자 가지고 있는 BW 중 일부를 대주주 일가가 콜옵션 형태로 확보하고 있는 것이죠. 

이 물량은 올해 11월부터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데, 주식전환 여부는 그때가야 알 수 있어요. 다만 이 콜옵션 계약으로 인해 외국계투자자가 보유한 BW가 향후 주식으로 바뀌면 물량부담이 커지지만 대주주 일가가 지분확보를 위해 주식으로 전환하면 기존 주주의 물량부담은 덜하겠죠. 

콜옵션 계약이 맺어져 있는 BW와 최근 발행한 CB 모두 같은 투자자(SC로이, 린든캐피탈)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 풋옵션과 콜옵션 등 발행조건도 비슷하다는 점에서 이번 CB도 BW처럼 향후 유사한 행보(대주주 일가가 지분확보를 위해 CB투자자와 콜옵션 계약을 맺는)가 나올지 앞으로 더 관찰해 볼 필요가 있어요. 

독자 피드백 적극! 환영해요. 궁금한 내용 또는 잘못 알려드린 내용 보내주세요. 열심히 취재하고 점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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