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완전 비과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 도입이 예고된 가운데 중개형 ISA로의 '머니무브(자금 이동)'가 지금보다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과세 ISA 제도 적용 대상이 국내 주식과 주식형 공모펀드 수익으로 한정되는 등 중개형 ISA에 각종 혜택이 집중되면서 상대적 매력이 훨씬 커져서다.
ISA, 2023년부터 비과세
기획재정부가 지난 26일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오는 2023년부터 ISA 계좌를 통해 국내 상장주식을 매매하거나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에 투자할 경우 금융투자소득이 발생하더라도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지난 2016년 서민형 만능종합통장을 표방해 출시된 ISA는 하나의 계좌에서 예·적금과 펀드, 주식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넣어 관리·보유하도록 하는 계좌로 일정 의무기간 보유해 발생한 소득에 비과세 혜택을 주는 상품이다. 현재 ISA 계좌는 △신탁형 △일임형 △투자중개형 3개로 나뉘어 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ISA 제도 활성화를 위해 ISA 제도를 예금형과 투자형으로 이원화해 투자형에 비과세 혜택을 주도록 하는 정부안을 발의했으나 기재부는 상품 개정 대신 ISA 제도 자체에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중개형 ISA에 '비과세 혜택' 집중
다만 ISA 계좌별 특성에 따라 실질적으로 따져보면 비과세 혜택은 중개형 ISA 보유자에게 집중적으로 돌아간다. 기재부가 비과세 혜택을 국내 상장주식 매매와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가입·환매 등을 통해 발생한 수익에 한정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증시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수익도 비과세 대상으로 포함된다.
세 종류의 ISA 계좌 중 실질적으로 국내 주식 매매가 가능한 상품은 중개형 ISA가 유일하다. 일임·신탁형 ISA에서도 주식형 펀드 등에 투자가 가능하지만 일임·신탁형 계좌 대부분이 은행에서 개설되면서 주로 예·적금 위주로 운용돼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실제 신탁형 ISA는 지난 5월 말 기준 6조3627억원의 계좌 잔액 중 예·적금 비중이 84.5%(5조3755억원)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 중에서도 은행에서 판매된 신탁형 ISA의 경우 전체 계좌 잔액 5조7033억원 중 예·적금 비중에 90%(5조1324억원)에 달했다. 반면 국내 주식형펀드와 ETF의 편입 비중은 각각 0.2%(295억원), 0.4%(454억원)에 그쳤다.
중개형 ISA는 국내 주식투자 비중이 압도적이다. 중개형 ISA 계좌 잔액인 1조2270억원 중 주식투자 비중은 전체의 49.8%(6115억원)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한다. ETF 투자 비중도 10.5%(1289억원)로 높으며 국내 주식형 펀드는 0.4%(46억원) 수준이다.
은행, ETF 매매 조율 나섰지만 '불발'
최근 금융위가 일임·신탁형 ISA 계좌에서의 ETF 매매가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린 점도 중개형 ISA의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올해 국내 주식과 ETF에 자유롭게 투자가 가능한 중개형 ISA가 등장하며 자금을 끌어모으자 은행권에선 금융위에 일임형 ISA 계좌에서의 ETF 매매와 신탁형 ISA 계좌에서의 ETF 실시간 매매 허용을 골자로 한 비조치 의견서를 각각 제출했다. 그러나 금융위는 두 건 모두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
이에 따라 은행에서 개설한 일임형 ISA 계좌에서는 국내 주식 매매, 국내 ETF 매매가 불가능하고 신탁형 ISA 계좌에서는 ETF 매매는 가능하나 실시간 매매가 불가능해 매매 타이밍이 중요한 투자자에겐 실익이 없다. 사실상 중개형 ISA가 투자형 ISA가 되는 셈이다.
박두성 금투협 증권지원2부장은 "올 들어 은행의 신탁형 ISA 가입자 중 증권사의 중개형 ISA 계좌로 이동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 제도 개선안이 발표되면서 ISA의 패러다임이 기존 예·적금 상품에서 투자 상품으로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재 ISA 사업을 영위하는 증권사는 총 18개사로 이 중 7개사(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가 중개형 ISA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중개형 ISA 사업에 나서는 증권사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개형 ISA 시장의 몸집 역시 더 커질 전망이다.
박 부장은 "기존에 중개형 ISA 계좌는 증권사 위탁계좌와 상호 보완재 성격이 강했으나 비과세 혜택의 도입에 따라 앞으로는 대체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