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이 증시 거래대금 감소 여파에 3분기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다만 투자은행(IB) 부문은 제 몫을 톡톡히 했다. 평소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채권자본시장(DCM)에 더해 비상장 우량 기업들의 잇따른 증시 합류로 호황을 맞은 주식자본시장(ECM) 부문도 힘을 냈다.
수탁수수료 감소 직격탄
25일 KB증권에 따르면 3분기 연결 기준 순이익은 17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3% 감소했다. 영업이익과 세전순이익은 2361억원, 2336억원으로 같은 기간 각각 1.5%, 16.8% 줄었다.
1~2분기 양호한 성과를 기록한 덕분에 3분기까지의 누적 순익은 54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6% 증가했다. 영업익과 세전순익은 7295억원, 7481억원으로 같은 기간 각각 65.1%, 57.5% 늘었다.
증시 전반의 거래대금 감소가 3분기 실적 부진의 단초가 됐다.
올 초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의 일평균거래대금은 64조원 이상을 기록할 만큼 거래가 활발했지만 최근 증시 조정 국면이 지속되면서 이달 22일 기준 19조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는 KB증권을 비롯한 증권사들의 수탁 수수료 수익 감소로 이어졌다.
올 들어 3분기까지 KB증권이 벌어들인 수탁수수료는 516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수익인 5950억원의 3분의 2 수준까지 도달했지만, 분기별 실적 추이를 보면 지난 1분기 2022억원에서 2분기 1639억원으로, 3분기에는 다시 1501억원으로 수익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IB 실력은 여전하네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감소 여파에 시달리는 와중에 IB 부문은 실적을 떠받치는 역할을 했다. 지난 1분기 811억원이었던 KB증권의 IB 수수료 수익은 2분기 906억원으로 11.7% 가량 증가했고, 3분기에는 10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났다.
3분기 KB증권의 채권발행시장 점유율은 23.5%로 경쟁사들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DCM 부문에서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에 못잖게 ECM의 활약도 눈에 띈다.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던 카카오뱅크, 롯데렌탈, 현대중공업 등 대형 IPO의 주관 계약을 체결한 것을 비롯해 엘앤에프, 맥쿼리인프라 등의 유상증자에도 주관사로 참여했다.
MZ세대 공략은 성공적
IB뿐 아니라 금융상품 부문도 더 큰 실적 악화를 막았다.
KB증권이 업계 최초 구독경제 모델로 선보인 '프라임 클럽(Prime Club) 서비스'는 지난 8월 초 가입자 수가 28만명을 돌파하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서비스는 소액투자자와 온라인 고객들에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M-able'을 통해 필요한 투자정보를 적시에 제공하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경우 유선과 M-able, 홈트레이딩시스템(HTS) 'H-able', 홈페이지를 통해 프라임PB의 컨설팅까지 제공한다.
특히 MZ(밀레니얼+Z세대)세대를 겨냥해 야심차게 MTS 'M-able미니(마블 미니) 또한 출시 한 달 만에 다운로드 건수 20만건을 돌파하는 등 리테일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금융상품 수수료 수익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440억원에 그쳤던 금융상품 수수료는 올해 3분기까지 이미 473억원을 달성했다.
KB증권 관계자는 "글로벌 증시 조정에도 주식·채권·파생상품 거래 등을 담당하는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이 주가연계증권(ELS) 등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냈다"며 "두산인프라코어, 교보생명 등 대형 인수금융 참여와 현대HCN 등 인수합병(M&A) 자문, 물류단지 및 지식산업센터 등 대형 비거주 부동산 딜 비중도 증가하면서 3분기 실적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