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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줍줍]LG 5000억 자사주 매입, 근데 왜 신탁계약이지? 

  • 2022.06.03(금) 08:00

[3분공시]매입기간 길고 부담 적어 회사에 유리
소각안하면 잠재 물량부담 돌아올 수 있어

LG그룹 지주회사 ㈜LG가 지난달 27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한다고 발표했어요. 17년만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 소식에 주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투자자들도 자사주 매입 소식을 호재로 인식하죠.

그런데 LG는 왜 직접 매입이 아닌 '신탁계약'을 선택했을까요? 공시줍줍에서 LG의 선택 이유가 무엇일지 알아볼게요.

공시 내용에 뭐가 담겼어?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LG는 KB증권과 2022년 5월 30일부터 2024년 12월 31일까지 약 2년 반 동안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신탁계약을 체결했어요. LG가 직접 시장에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KB증권에 5000억원을 맡기고 이 기간동안 대신 사달라고 계약을 한 거예요. 

투자자가 알아둘 점!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는 방법은 직접 자기주식을 사는 '자기주식취득'과 금융사에 돈을 맡겨 대신 회사주식을 사게 하는 '자기주식취득신탁계약' 두 가지가 있어요.

금융당국은 회사가 대량으로 자기주식을 사거나 처분하면 시장 가격에 혼란을 줄 수 있고, 재무건전성이나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수도 있어 엄격한 규제를 두고 있는데요. 두 방법에 대한 규제가 조금 달라요.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기업이 자사주를 직접 취득할 때는 이사회에서 회사가 사들일 주식수를 정하고 이사회 전날 종가를 기준으로 취득예정금액을 결정해요. 그리고 공시한 다음날부터 3개월 안에 정한 주식을 모두 사야 해요. 

LG가 발표한 5000억원을 이사회 전일 종가(7만4000원)로 계산하면 675만6756주가 나오는데요. 직접매입을 한다면, 675만주 이상을 3개월 안에 사들여야 하는 거죠. 규모가 큰 만큼 매입이 쉽지 않을 수도 있는데요.

이유는 자사주 매입 공시 후 주가가 오른다면 회사는 예상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들여 자사주를 사들여야 하지만, 자사주 취득 기간에 취득방법이나 수량, 기간 등은 바꿀 수 없기 때문이에요. 

물론 매입하려는 금액을 나눠 여러 번에 걸쳐 자사주를 사들일 수도 있는데요. 다만 신고한 주식을 모두 사서 취득결과보고서를 낸 후 새롭게 매번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해 절차가 복잡해요.

만약 3개월 내 신고한 주식을 다 사지 못했다면 한달이 지난 후에야 이사회를 다시 열 수 있어 원하는 타이밍에 자사주를 매수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더욱이 한번에 5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공시하는 것보다 시장에 미칠 효과도 떨어지겠죠. 

반면 신탁계약은 자사주를 취득키로한 계약 기간이 길다는 점(보통 6개월~1년), 특히 LG는 2년 반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하는 만큼 회사로서는 자금 뿐만 아니라 주가 변동에 따른 부담을 덜 수 있어요.

또한 신탁계약은 체결후 6개월이 지나면 계약해지도 가능해요. 금융사가 계약금액만큼 자사주를 사지 못했더라도 해지할 수 있고, 금액 일부만 해지하는 것도 가능해요. 계약기간 내 자사주를 예정 금액만큼 다 사지 못했다면 계약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고, 직접취득과 달리 신탁계약 중 추가로 자기주식취득신탁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어요. 

또한 금융사가 계약기간 내 알아서 주식을 사고팔 수 있어 매입단가를 시장 상황에 따라 맞출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금 부담도 상대적으로 덜해요. 계약해지때 회사는 주식이 아닌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도 있어요.

종합하면, 자사주 직접 취득에 비해 신탁계약은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상대적으로 넓어서 기업에 더 유리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다만 투자자 입장에선 매입기간이 길고, 반드시 예정수량을 취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해요.

특히 자사주는 회사가 매입 후 소각을 해야 장기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주주의 이익으로 돌아오는데요. 신탁계약 만료 후 회사가 현금으로 돌려받는다면 장기적인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겠죠. 

또 주식으로 받는다고 해도 소각하지 않으면 경영권 방어나 교환사채 발행, 스톡옵션행사 등 기업의 필요에 따라 쓰일 수 있어 언젠가 시장에 잠재적인 물량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꼭 기억해 주세요. 

LG 측은 신탁계약을 선택한 이유로 "직접 취득시 단기간에 취득해야 하는데 규모가 워낙 커 단기간에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이 아닌 만큼 규모와 취득기간을 고려해 신탁계약으로 결정했다"라고 설명했어요.

또한 "하루 일정량 취득매매전략을 내부적으로 정해 주기적으로 매매할 계획으로 매크로(통화정책, 환율 등 대외변수)로 주가가 큰폭으로 하락해도 주기적인 매매로 변동성을 축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신탁계약으로 실제 예정 수량만큼 자사주를 취득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투자자들의 의구심과 관련해서는 "주주들과의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에 금액만큼 전량 취득할 계획이며 규모 때문에 장기간 매입방법을 택했을 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는 않다"라고 덧붙였어요.

* 공시줍줍의 모든 내용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분석일 뿐 투자 권유 또는 주식가치 상승 및 하락을 보장하는 의미를 담고 있지 않습니다.

* 독자 피드백 적극! 환영해요. 궁금한 내용 또는 잘못 알려드린 내용 보내주세요. 열심히 취재하고 점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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