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광다이오드(LED) 플립칩(Flip-Chip)을 설계, 개발, 제조하는 기업인 에스엘바이오닉스. 플립칩은 반도체 칩을 금속선 없이 기판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광효율이 좋고 열방출이 낮아 삼성전자 TV에 주로 납품하고 있어요. 이런 에스엘바이오닉스가 최근 '분할' 공시를 냈는데요.
액면가 500원에서 100원으로
기업의 분할공시는 요즘 주식시장의 뜨거운 감자인 물적분할과 함께 인적분할을 포함하는 '회사분할'과 '주식분할' 공시가 있어요. 주식분할은 보통 액면분할로 인식되는데요. 액면가가 없는 무액면주식도 있지만 무액면주식으로 전환한 상장사는 거의 없어 이번엔 액면분할만 다룰게요.
액면가는 회사가 처음 주식을 만들 때 주식증서에 적는 금액으로 주식의 최초 장부가로 이해할 수 있는데요. 주식의 실제 시장가치와는 다르지만 기업 운영에 중요한 요소예요. 액면가와 주식수를 곱해 나온 금액이 회사의 자본금이 되기 때문. 또 주식을 새로 발행할 때 액면가 이상으로 발행한 금액은 주식발행초과금으로 자본에 쌓여 회사 자본구조를 더 튼튼히 할 수 있어요.
액면분할은 이런 액면가를 쪼개서 줄인다는 뜻. 다만 액면가를 줄이는 비율만큼 주식수를 늘리기 때문에 자본금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 에스엘바이오닉스는 현재 1주당 500원인 액면가를 100원으로 낮추기로 했는데요. 액면가가 5분의 1로 줄어든 만큼 발행주식수는 5배로 늘어나요.
현재 에스엘바이오닉스의 전체 발행주식은 941만2581주. 분할 후에는 4706만2905주로 늘어요. 에스엘바이오닉스 100주를 가진 주주라면 주식수가 500주로 늘어나죠. 액면분할을 해도 자본금에는 변화가 없다고 했는데요. 기업가치나 주식가치도 변화 없이 그대로예요. 주식수가 5배로 늘어나는 대신 주가가 5분의 1로 줄기 때문!
에스엘바이오닉스 주식시세는 4000원(24일 종가)인데요. 100주를 가지고 있던 주주의 주식가치는 총 40만원. 주식분할 후에는 4000원의 5분의 1 가격인 800원짜리 주식 500주를 가지게 돼요.
주식분할이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
별다른 변화가 없는데도 회사가 주식분할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에스엘바이오닉스는 "유통주식수를 늘려 이전보다 활발한 주식거래를 목적"으로 주식분할을 했어요.
1주당 거래 가격을 낮추면 자연적으로 거래량이 늘고 가격 부담으로 거래에 참여하지 못했던 신규 투자자도 유입될 수 있어 주식거래량이 늘어나 주가상승 유인이 될 수 있어요. 또 평소 거래량이 많지 않으면 소수의 매수·매도 주문으로도 주가가 출렁일 수도 있는데요. 이런 변동성을 낮춰 주가를 안정시키는 효과도 볼 수 있어요.
에스엘바이오닉스 주식분할 효력발생일은 8월 18일. 이날 주식수가 5배 늘어나고, 신주 상장일인 9월 13일부터 늘어난 주식의 거래가 시작돼요. 참고로 주식분할은 정관변경 사항으로 주주총회 결의(8월 1일)를 통해 이뤄지고 일정이나 절차 등은 주총 과정에서 변경될 수 있어요.
동전주 전락…주가부양 효과 미미할 수 있어
그런데 주식분할은 대개 1주당 주가가 10만원 이상으로 높아 거래가 쉽지 않을 때 효과가 커요. 삼성전자 주식을 단숨에 국민주식으로 바꾼 액면분할이 대표적인 예인데요. 주가가 낮으면 이런 효과를 보기는 어려워요. 애초에 가격 부담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거래량이 크게 늘지 않아 기대하는 주가부양 효과가 미미할 가능성이 높은 거죠.
특히 에스엘바이오닉스는 현재 주가가 5000원이 채 되지 않아 액면분할 후 주가는 1000원 미만인 '동전주'로 전락하는데요. 동전주는 작전세력의 표적이 되기 쉬워 주가가 급등락하는 테마주가 많아요. 낮은 주가로 인해 주식시장에서 '기업가치가 낮다'고 인식하는 경우도 있고 최대주주가 싼값에 지분을 늘리기 위해 액면분할로 주가를 동전주로 떨어트리는 경우도 있어요. 주가를 든든히 받쳐줄 기관이나 외국인은 이러한 동전주에 거의 투자하지 않는다는 점도 기억해 주세요.
더욱이 에스엘바이오닉스는 최근 몇년간 적자를 지속하고 있어 지난해 11월 결손을 메우려고 자본금을 줄이는 10대 1 감자를 진행했어요. 감자는 말 그대로 자본금을 줄이는 건데요. 액면가 그대로 10주를 1주로 병합하는 무상감자를 실시해 당시 4579만6037주였던 주식 수를 457만9603주로 줄였어요.
2020년에는 유통주식수가 많아 적정 수준으로 줄여 주가를 안정시키겠다며 주식분할과 반대인 주식병합(액면가 100원→500원)을 하기도 했는데요. 당시 8372만9901주이던 주식을 1674만5980주로 줄였어요. 이번 액면분할로 늘어나는 주식은 이때보다 약 3배 가량 많은 4706만2905주.
최근 무상증자나 액면분할로 주가가 상승하는 기업들이 있지만, 이처럼 주식수 변동이 잦은 회사는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어요.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액면분할만 보고 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라며 "회사의 실적이나 상황, 전환사채 발행 규모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어요.
에스엘바이오닉스는 13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한 상태로 오는 8월 주식전환(전환가 3381원~3526원) 시점이 도래해요. 재작년 17억원 지난해 5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 11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매출은 작년 1분기 61억원에서 54억원으로 줄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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