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변환장치 등 전기 기기 제조업체인 코스닥 상장사 이화전기가 최근 실시한 유상증자에서 흥행에 실패했어요. 이유는 '주주우선배정' 방식을 택했기 때문인데요.
앞서 공시줍줍에서 이화전기의 유상증자 방식에 대해 간단히 알아봤었는데요. 청약 결과를 통해 흥행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주주들이 알아야 할 점들을 다시 짚어볼게요.
▷관련기사: [공시줍줍]주주에게 불리한 '주주우선배정' 증자하는 이화전기
유상증자 흥행 실패한 이유
당초 이화전기는 총 4800만주 유상증자로 458억원(신주발행가액 955원)을 조달할 계획이었어요. 기존 발행주식의 57.5%에 해당하는 대규모 증자인데요.
유상증자 방식은 기존 주주에게 먼저 유상증자 참여기회를 주고 남은 실권주를 다수 투자자에게 공개 모집하는 '주주우선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
'주주우선배정' 방식은 일반적인 '주주배정' 방식과 차이가 있는데요. 유상증자에 우선적으로 참여기회가 있는 것은 같지만 신규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표인 '신주인수권'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에요.
유상증자는 새로운 주식을 대거 발행하는 것이어서 증자 전과 비교하면 주당 가치 희석이 불가피해요. 그래서 주주배정 방식에선 기존 주주에게 신주를 살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주고, 만약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신주인수권을 다른 투자자에게 팔아 유상증자에 따른 주식가치 희석을 일정 부분 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반면 신주인수권을 받지 못하는 주주우선배정 방식은 이런 보상을 받을 수 없어 기존 주주에게 다소 불리한 방법이에요.
또 주주우선배정방식은 기존 주주(구주주)의 초과청약도 인정하지 않아요. 초과청약은 보유지분과 신주배정비율을 곱한 숫자를 넘어서서 청약에 참여할 수 있는 걸 말해요.
인기가 많은 주식이라면 기존 주주들이 초과청약을 통해 더 많은 주식을 가져가려고 해 실권주 발생 가능성도 작아지겠죠. 보통 최대 20%까지 초과청약이 가능한데요. 이화전기 주주들은 보유지분보다 더 많이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싶어도 참여할 수 없었어요. 일반적인 주주배정 방식보다 실권주가 생길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었던 상황.
그럼 실제 청약 결과가 어땠는지 볼까요?
유상증자 조달자금 458억원 → 377억원
청약 결과는 4800만주 중 3954만4422주만 청약이 이뤄져 청약률이 82.38%에 그쳤어요. 따라서 당초 계획한 규모에서 17.62%에 해당하는 845만5578주의 실권주가 발생한 것. 이로 인해 이화전기가 조달하려던 금액 458억원은 377억원(3954만4422주X955원)으로 줄어들었어요.
▷관련공시: 이화전기 6월30일 유상증자 또는 주식관련사채 등의 청약결과(자율공시)
▷관련공시: 이화전기 7월5일 유상증자 또는 주식관련사채 등의 청약결과(자율공시)
먼저 청약 기회가 주어졌던 기존주주들의 참여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47.02%(2257만1022주)에 그쳤고, 나머지 실권주 일반공모 청약도 35.36%(1697만3400주)에 그치며 흥행에 실패했어요.
보통 실권주는 유상증자를 주관한 증권사가 인수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화전기 유상증자는 증권사가 미청약 주식을 책임지지 않고 단순 실무만 처리하는 모집주선 방식으로 계약해 845만5578주의 실권주는 모두 발행하지 않기로 했어요. 주관 증권사 역시 실권주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볼 수도 있어요.
주가 희석 덜해 주주에게는 좋은 일?
미발행한 실권주가 많은 만큼 일부 투자자들은 '주가 희석 부담이 줄어 주주에게는 더 좋은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실권주가 많다고 해도 이화전기가 신규 발행하는 주식수는 3954만주가 넘어요. 기존 발행주식의 47%로 거의 절반 수준! 사실상 물량부담은 피할 수 없어요.
신주 상장일은 오는 7월 19일인데요. 이화전기 주식시세는 1135원(7일 종가)으로 유상증자 신주발행가(955원)보다 18% 가량 높아요. 상장 당일 기존발행주식의 절반에 해당하는 대규모 물량부담과 이로 인한 주가 변동성을 염두에 둬야 해요.
특히 신주상장예정일 이틀 전부터 '권리매도'가 가능한데요. 권리매도는 유상증자나 전환사채처럼 신주가 상장할 때 신주 받을 권리가 확정된 사람들이 미리 신주를 거래할 수 있는 걸 말해요. 우리나라 주식결제 시스템상 이틀 전에 상장될 주식을 매도하면 상장당일 수익을 확정할 수 있죠.
즉 7월 15일부터 권리매도로 물량이 시장에 미리 풀릴 수 있어 이때부터 주가 변동성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어요. 만약 권리매도를 하려는 투자자라면 상장일 주가 추이를 예상해 권리매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점도 기억해 주세요.
조달자금 줄어든 이화전기 차입금 상환 빨간불
이화전기가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은 377억원으로 당초 예상보다 81억원이 줄었는데요. 줄어든 자금은 차입금 상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요.
이화전기는 조달한 자금을 먼저 신규사업을 위한 공장신축 등 시설자금에 쓰겠다고 밝혔어요. 규모는 171억원. 다음으로 노후화된 공장시설 유지보수에 1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에요. 이렇게 총 181억원을 쓰고 나머지는 은행에서 빌린 차입금을 갚는 데 쓴다고 밝혔는데요.
이화전기는 오는 11월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 차입금이 253억5000만원 있어요. 100% 청약에 성공했다면 차입금을 모두 갚고도 일부 자금이 남았겠지만, 현재는 약 57억원이 모자란 상황. 차입금은 이미 지난 5월 이자를 높여주는 조건으로 만기를 한차례 미뤄 추가로 만기를 연장하기 쉽지 않아 보여요. 이외에 80억원 정도의 은행차입금이 더 있어요.
이화전기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올해 1분기 기준 99억원(별도) 정도인데요. 수년간 영업손실을 내고 있어 실제 영업을 해서 회사에 들어온 현금은 2년 연속 마이너스 상태예요.
이화전기는 최근 3년간 두 차례의 유상증자와 수차례의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으로 총 1187억원을 조달해 마이너스인 현금을 메꿔왔는데요. 남은 차입금 상환을 위해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필요할 수도 있어요.
특히 앞서 발행한 전환사채와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신규 주식 물량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기존 주주들에게 추가 물량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 주세요.
투자자가 더 알아둘 점
이번 유상증자 흥행실패의 첫번째 이유로 기존 주주의 청약참여 부진을 꼽을 수 있는데요.
특히 이화전기의 최대주주는 이 지적을 피해가기 어려워요. 컴퓨터부품, 서버시스템 유통·개발 기업인 이트론이 이화전기 지분 19.9%를 보유한 최대주주인데요. 이번 유상증자에는 단 10%만 참여했어요. 보유지분의 절반만 참여한 셈.
'최대주주라고 해도 다른 법인인데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화전기 지배구조를 뜯어보면 얘기가 달라져요. 이트론의 최대주주는 이아이디로 이트론 지분 9.4%를 보유한 화장품 제조·유통 회사인데요. 이아이디의 최대주주는 이화전기(20.44%)로 순환출자 구조로 되어있어요.
사실상 본인들이 추진하는 유상증자에 일부만 참여하고 나머지 주주들에게 책임을 떠넘긴 모양새인데요. 김성규 이화전기 대표이사는 이트론 사내이사이자 이아이디 대표이사도 겸직하고 있어요. 유상증자 추진과정과 내용을 회사 차원에서 모두 공유할 수 있는 상황. 결국 이화전기 스스로 흥행실패 책임을 피하긴 어려워 보여요.
이화전기 관계자는 "순환출자 구조인 것은 맞으나 자체적인 투자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라고 말했어요. 유상증자에 10%만 참여한 이유에 대해서는 "딱히 없다. 자세한 사항은 말하기 어렵다"라고 밝혔어요.
유상증자 이후 이트론의 지분은 19.9%에서 17.4%대로 낮아질 것으로 보여요. 보유지분율이 높지 않고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추가 지분 희석 가능성이 있어 지배구조 변동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점.
아울러 순환출자 구조는 실질적인 출자 없이도 자본금을 늘리는 효과를 볼 수 있어 적은 지분으로 기업집단을 지배하기 위한 방법으로 쓰이는데요.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하는 일부 기업이 부실해지면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 주세요.
* 공시줍줍의 모든 내용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분석일 뿐 투자 권유 또는 주식가치 상승 및 하락을 보장하는 의미를 담고 있지 않습니다.
* 독자 피드백 적극! 환영해요. 궁금한 내용 또는 잘못 알려드린 내용 보내주세요. 열심히 취재하고 점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