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의 '고난의 행군'이 이어지고 있다.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순이익이 30%씩 뒷걸음칠 것으로 예상된다. 매일 연저점 기록을 새로 쓰는 증시에 거래대금은 줄어들고 금리 오름세는 가팔라지는 등 영업 환경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된 탓이다.
심지어 지난 분기 방파제 역할을 해준 투자은행(IB)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마저 이익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이에 증권사 투자의견은 '중립'으로 줄줄이 떨어지고 목표가 하향 조정도 잇따르고 있다.
'빅5' 순익 예상치, 전년 대비 -28%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 지난해 순이익 상위 5개 국내 증권사의 올 2분기 순익 합계 전망치는 1조204억원으로 집계된다. 작년 같은 시기 1조4144억원과 비교해 28%가량 줄어든 것이다.
5사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가 확실한 것은 물론 예상 감소율도 두 자릿수에 이른다. 회사별로는 삼성증권이 –34.0%로 낙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고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도 -30.6%, -29.3%로 추정된다. 키움증권은 26.6% 깎일 것으로 보이며 한국금융지주는 19.3% 감소할 전망이다.
1분기와 비교하면 순이익 합계가 13.4% 증가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시장에서 눈높이 조정에 돌입하면서 전분기 대비 증감률은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유력하다. 5개사를 모두 분석하고 있는 KB증권은 2분기 순익 합계가 전분기 대비 38.3%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최고 실적을 찍었기 때문에 전년 동기 대비로 순익이 줄어드는 건 당연하다"며 "결국 이번 실적 발표는 전분기과 비교해 이익이 얼마나 감소할지가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믿었던 IB·부동산PF '너마저'
우선 거래대금 축소로 인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 감소가 예상된다. 증시 상황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은 빠르게 주식시장을 떠나고 있다. 이에 2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17조2000억원으로 1분기보다 12.8% 줄었다.
예탁금과 신용거래융자에서 나오는 브로커리지 이자 수지도 줄 것으로 보인다. 빚투(빚내어 투자)는 물론이고 증시 대기자금으로 인식되는 예탁금마저 빠지는 상황인 탓이다. 6월말 기준 고객예탁금은 전분기 대비 9.1%, 신용융자잔고는 19.6% 감소했다.
실적 발목을 잡는 또 다른 요소는 채권 운용 실적이다. 인플레이션 방어를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을 본격화한 가운데 시중 금리는 치솟고 있다. 2분기 마지막 달이었던 6월중 국고채 10년물 금리과 3년물 금리는 각각 3.795%, 3.745%까지 뛰며 10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금리 상승은 채권가격 하락을 의미한다. 금리가 오르면 증권사가 갖고있는 채권 가치가 낮아지고 매매손실이 커진다는 의미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증권사 실적과 주가의 가장 큰 걸림돌은 금리 상승에 따른 운용 부문 부진"이라며 "높은 시장 금리 수준은 투자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1분기 실적을 방어해줬던 IB부문까지 부진할 것이란 걱정이 나온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브로커리지나 채권 운용 실적이 워낙 좋지 않은 탓에 IB가 그나마 견조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라며 "IB부문의 실적은 지난 분기보다 약간 나아지거나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연내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삼았던 기업들이 상장 계획을 미루거나 취소하면서 IB사업부의 주된 먹거리였던 주관 수수료 수익이 크게 줄었다. 2분기 공모 규모는 5009억원으로 1분기 13조3000억원 대비 96.23% 급감했다.
부동산 PF 사업 역시 금리 상승 타격이 우려된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건설 원재료 가격 급등과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PF 수익성 하락이 우려된다"며 "특히 금융감독원이 부동산 PF 대출과 관련해 리스크 관리를 권고했다는 점에서 향후 수익 기여도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앞서 금감원은 보험, 카드, 캐피탈 등 여신전문업계와의 간담회에서 부동산 PF에 대한 전수검사를 예고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투자의견과 목표가도 줄줄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KB증권은 증권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내렸다. NH투자증권은 한국금융지주의 목표가를 11만원에서 9만5000원으로 내렸고, BNK투자증권은 미래에셋증권의 목표가를 1만2000원에서 9000원으로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