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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매입에 배당 마법도 안 통하는 증시

  • 2022.10.10(월) 09:13

작년 대비 자사주 매입·분기 배당 늘어
하락장 속 주가 부양 효과는 기대 이하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 우려로 하락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상장사들이 저평가된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대표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안으로 꼽히는 자사주 매입과 중간 배당 등을 앞다퉈 내놓는 모습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금리가 오르면서 주식 투자 자체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지는 터라 자사주 매입 등이 예전처럼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자사주 매입·분기배당도 소용없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3분기까지의 코스피, 코스닥 회사의 자사주 취득 신고는 총 388건. 이는 지난해 연간 취득 신고건수인 314건을 넘어서는 것이다. 

분기나 반기 단위로 배당금을 주는 곳도 늘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서 올해 배당 지급 기준일을 분기 말(4분기 제외)로 잡은 종목은 164개다. 작년 반기·분기 배당을 실시한 124개보다 40개나 늘었다. 

자사주 매입과 중간 배당은 주주가치 개선을 위한 수단이다. 기업의 자사주 매수는 곧 주가 상승에 대한 자신감으로 인식되며, 유통주식 수를 줄여 주당 가치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배당은 기업의 이익잉여금을 빼서 주주들에게 현물로 지급하는데, 중간 배당은 반기나 분기 단위로 이뤄져 주주들의 현금흐름에 도움을 준다.

연초까지만 해도 3000포인트에 이르던 코스피 지수가 2200선으로 떨어지는 등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 스스로 주가 부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실망스럽기만 하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9월23일 자사주 136만주 규모의 매입 결정을 공시했는데, 주가는 다음 거래일인 26일 전일 대비 6.74% 빠졌다. 신원은 같은 달 28일 매입 계획을 밝힌 후 다음날 1.71% 올랐지만 하루 만에 0.67% 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원제약은 자사주 취득을 하겠다고 밝혔음에도 공시 다음날 0.62% 내리면서 4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배당 역시 마찬가지로 효과가 미미하다. 네이버의 경우 회사 설립 이래 최초로 분기 배당을 실시하기로 해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배정 기준일이 9월30일이었기 때문에 배당을 받고 싶은 투자자는 9월28일까지 주식을 매수해야 했다.

그러나 오히려 이날 주가는 전일 대비 1.96% 빠졌다. 여기에 미국 포쉬마크(M&A) 인수에 대한 시장 우려가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주며 주가는 20만원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금리 발작에 주식 투자 외면

이같은 기업들의 노력에도 주가가 하락하는 이유는 금리 상승세 속 주식 투자 매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탓이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영국의 감세 정책 여파로 한때 4%를 돌파한 뒤 여전히 3.8%에 육박하는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최소 수익률인 COE가 높아지면서 증시를 떠나 예금,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의 '역 머니무브'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증시 주변자금으로 여겨지는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달 하루 평균 52조774억원으로 1월보다 약 13조원 감소했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장은 "이번 달에도 약세장이 예상되는데, 타이밍을 잘못 맞추면 오히려 채권 투자보다 수익률이 저조할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자 입장에선 심리적으로 쫓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 실적 하향 조정이 이뤄지고 있어 배당 지급 자체가 기업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실제로 고배당 업종으로 알려진 금융주의 배당 부담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대출 성장률 둔화가 계속되면서 경상이익 부담이 점증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특히 최근에는 배당 불확실성까지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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