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가 초고액자산가인 '슈퍼리치' 유치 경쟁에 한창이다. 앞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촉발한 역대급 유동성으로 자산가들이 급증하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주요 증권사들은 이들 개개인의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하는가 하면 회계법인 등과도 협업해 특별 관리에 나서고 있다.
이미 지난해에만 국내 백만장자가 130만명에 육박한 가운데 앞으로 더욱 급증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만큼, 증권사들의 경쟁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회계법인 손 잡은 한투·NH, 미래·삼성, 전담 서비스 가열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삼정회계법인(KPMG)과 초고액자산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증권사의 슈퍼리치 전담조직인 GWM(Global Wealth Management)은 이 협약을 통해 초고액자산가들의 가업 승계나 인수합병(M&A) 및 파이낸싱 관련 자문을 제공하겠다는 설명이다. 2020년 9월 신설된 GWM은 슈퍼리치의 생애주기 전체를 관리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NH투자증권도 최근 한영회계법인과 가업승계컨설팅을 위한 제휴를 맺었다. 30억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고액자산가 관리에 특화된 프리미어블루(Premier Blue)본부가 주축이 돼 슈퍼리치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 증권사는 지난해 10월 프리미어블루본부 산하에 100억원 이상을 가진 초고액자산가 전담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론칭했다. 이를 통해 슈퍼리치의 사회공헌이나 재단설립 등 맞춤형 솔루션 제공에 한창이다.
미래에셋증권은 2011년 업계 최초로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작년 3월에는 예탁금 100억원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한 '미래에셋세이지클럽 패밀리오피스'를 선보이며 변호사와 세무사, 부동산 전문위원 등 전문가들이 협업하는 토탈 서비스를 완성했다.
삼성증권은 2010년 업계 최초로 초고액자산가 전담 점포를 열고 슈퍼리치 전용 SNI(Success&Investment) 서비스 시작한 증권사다. 2020년 7월에는 기관투자가급의 파트너 서비스를 개인 고객에 제공하는 '멀티 패밀리오피스'를 선보였고 올해 초에는 뉴리치 전담 영업조직인 'The SNI Center'를 열기도 했다.
이외에도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5월 고액자산가를 위한 금융센터를 서울 광화문에 이전 오픈하고 맞춤형 금융상품 판매를 비롯해 기업자금운영, 세무 상담 서비스를 하고 있다. KB증권은 초고액자산가를 위한 절세연구소를 지난달 열기도 했다.
2026년엔 국내 백만장자 205만명…"잠재력 높은 시장"
증권사들이 슈퍼리치 전담조직을 확대·개편하고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사활을 거는 건 실제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어서다. 앞서 코로나19 팬데믹발(發) 유동성에 자산가격이 치솟으면서 국내 슈퍼리치는 빠르게 늘어났다. 이는 실제 수치로 확인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가 최근 공개한 '글로벌 부 보고서 2022'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가운데 100만달러, 우리 돈으로 14억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백만장자는 지난해 기준 129만명에 이른다. 이는 2020년 117만4000명 대비 10%가량이나 급증한 수치다. 순자산이 5000만달러(약 700억원) 이상인 슈퍼리치 또한 3886명으로 집계돼 세계 11위를 기록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오는 2026년 한국의 백만장자가 205만9000명에 다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5년 새 슈퍼리치가 60% 폭증할 것이란 관측이다.
슈퍼리치가 굴리는 자금 규모 자체는 남다르다. 그만큼 이들의 유치 정도는 증권사 수익과 직결된다.
증권사 관계자는 "초고액자산가가 늘어나면 단적으로 금융상품 판매수수료나 금융수지 등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며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슈퍼리치들은 수익에 매우 민감하지만, 증권사에 대한 로열티도 강한 편"이라며 "'프리미어'들을 위한 영업모델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