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가 경영권 확보를 위해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 중인 오스템임플란트. 오는 24일(금요일) 공개매수가 끝나는데요.
그동안 오스템임플란트 주가는 공개매수 가격(19만원) 안쪽에서 움직였어요. 주가가 18만원대 후반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엄태관 대표이사가 지난 17일 보유하고 있던 주식 전부를 팔았어요.
▷관련공시: 오스템임플란트 2월 17일 임원ㆍ주요주주특정증권등소유상황보고서
엄 대표는 2017년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으로부터 대표이사직을 넘겨받아 지금까지 회사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엄 대표는 이번에 보유 지분 1110주 전부를 주당 18만8300원에 장내에서 매도하면서 단순계산으로 2억900만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어요.
수십 수백억 원을 손에 쥐고 거래하는 최대주주나 경영진들의 소식과 비교하면 금액 자체는 많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어요. 다만 이번 지분매도 이야기를 공시줍줍에서 다루는 건 엄 대표가 회사를 이끌어 왔던 경영진이기 때문이에요.
취득단가 주당 500원, 장내매도로 양도세 면제
엄 대표는 오스템임플란트 역사와 함께한 인물이에요. 2001년 입사해 재직한 기간만 23년에 달해요. 2005년 오스템임플란트 이사직에 이름을 올렸고 2007년 2월 오스템임플란트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엄 대표는 처음으로 '임원·주요주주 특정증권등 소유상황보고서' 공시를 올렸어요.
▷관련공시: 오스템임플란트 2007년 2월 16일 임원ㆍ주요주주특정증권등소유상황보고서
참고로 '임원·주요주주 특정증권등 소유상황보고서'는 회사의 임원이나 주요주주 등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보유지분에 변동이 있으면 5일 이내에 공시해야 하는 보고서예요.
2007년 2월 엄 대표는 1960주를 가지고 있다고 공시했어요. 당시 엄 대표의 보유주식 1주당 취득단가는 500원. 오스템임플란트 상장 당시 공모가(주당 1만5000원)과 비교하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회사 주식을 확보한 것이죠.
엄 대표는 2015년 250주를 7만원대에 매도해 주당 7만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얻었어요. 다시 2016년 600주를 7만원 대에 매도해 시세차익을 얻고 남은 주식(1110주)을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건데요.
▷관련공시: 오스템임플란트 2015년 12월 11일 임원ㆍ주요주주특정증권등소유상황보고서
▷관련공시: 오스템임플란트 2016년 1월 25일 임원ㆍ주요주주특정증권등소유상황보고서
이번에 보유 지분 전부를 처분하면서 엄 대표는 2억원의 현금을 확보했어요. 전체 금액은 많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주식취득단가를 생각하면 엄 대표가 얻은 시세차익은 상당하죠.
엄 대표가 공개매수 가격(19만원)보다 낮은 주당 18만8300원에 장내에서 매도한 이유는 여러 판단이 있겠지만, 절세 전략도 감안했을 것으로 보여요.
장외거래에 해당해 양도소득세를 내야하는 공개매수와 달리 장내에서 주식을 팔면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죠. 오스템임플란트가 상장한 코스닥시장에선 지분 2% 이상 또는 금액 10억 이상인 경우만 장내 거래시 양도세를 내는데 엄 대표는 해당 사항이 없어요. 취득단가가 500원이었던 엄 대표가 만약 공개매수에 응해 주식을 팔았다면 양도세만 수천만원이 나왔을꺼예요.
최대주주 지분매각에 자녀에 증여까지
공개매수 기간 보유주식을 모두 매각한 대표이사뿐 아니라 오스템임플란트 최대주주인 최규옥 회장은 더 큰 수혜를 입고 있는데요.
최규옥 회장은 지난 1월 21일 덴트스트리인베스트먼트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어요. 최 회장 보유주식 중 일부인 144만2421주를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UCK와 MBK파트너스가 만든 특수목적법인)가 주당 19만원에 사기로 한 것이죠.
최 회장은 또 지난 2020년 10월 회사가 발행한 전환사채 500억원 중 200억원 규모를 콜옵션을 가지고 있었고, 최근 콜옵션을 자녀 두 명에게 절반씩 증여했죠.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는 향후 두 자녀가 콜옵션으로 확보하는 전환사채도 인수할 예정. 그 대가로 두 자녀는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의 776억원 상당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받을 예정이에요. 200억원의 전환사채를 내주고 776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손에 쥐게 된 것이죠.
공개매수에 가려진 경영진 책임
현재 공개매수 가격(19만원)보다 주가가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공개매수에 참여하려는 주주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요.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가 성공적으로 끝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요.
지금은 공개매수 영향으로 오스템임플란트 주가가 올라 분위기가 좋지만 1년 전만 해도 오스템임플란트는 2000억원이 넘는 직원의 횡령 때문에 상장폐지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소액주주들의 불안감이 상당했죠.
역대급 횡령사실이 밝혀졌지만 한국거래소가 상장유지를 결정하면서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은 지난해 4월부터 다시 거래를 재개했어요.
다만 수개월 동안 주식거래가 막힌 동안 소액주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고, 이 과정에서 불안감에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저가에 매도한 주주들도 상당수였는데요. 해당 투자자들은 지난해 12월 회사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내기도 했어요.
▷관련공시: 오스템임플란트 1월 6일 증권관련집단소송의제기ㆍ소송허가신청(거래소공시)
이런 상황을 목격해온 엄태관 대표는 주당 500원에 취득한 보유 지분 전부를 18만원 대에 팔았고, 최대주주인 최 회장은 역대급 가격(19만원)에 주식을 처분하기로 했죠. 최 회장 자녀들도 아버지로부터 받은 전환사채 콜옵션을 통해 앉은자리에서 776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확보할 예정이고요.
불안감에 손해를 보며 주식을 매도했던 소액주주들과 달리 지금 막대한 차익을 얻고 있는 경영진의 모습은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