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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업체 인명사고 반영안하는 ESG평가…문제없나?

  • 2023.08.21(월) 13:00

한국ESG기준원, SPC삼립 평가에 인명사고 반영 안해
SPC삼립 아닌 계열사 사고는 평가 대상 아니라는 논리
사고난 SPL‧샤니와 긴밀한 협력…"공급망 관리책임 있어"

지난해 10월 SPC그룹 계열사 노동자가 소스배합기 기계에 몸이 끼면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SPC삼립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 산업안전 등을 평가하는 사회(S) 부문 평가에서 양호한 성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SPC삼립의 ESG평가를 진행한 한국ESG기준원은 SPC삼립이 아닌 SPC그룹 계열사에서 일어난 사고이기 때문에 ESG평가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SPC삼립과 지난해 사고가 일어난 계열사는 원재료나 완제품 등을 서로 팔고 사들이면서 거래를 주고받는 협력관계이다. ESG평가에서 사회(S)부문에 속하는 공급망 관리 평가체계에 따르면 비윤리적인 노동 등 ESG를 준수하지 않은 협력업체에서 만든 원재료나 제품을 사오는 것도 평가항목에 속한다.

따라서 지분관계가 없는 계열사에서 일어난 일이더라도 SPC삼립과 완전히 별개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ESG기준원, SPC삼립 사회부문 평가에 인명사고 반영 안 해

한국ESG기준원과 SPC삼립이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지난해 ESG통합등급은 B등급이다. SPC삼립은 2019년부터 3년간 ESG통합등급을 B+등급으로 받았다가 지난해에 한 단계 내려간 B등급을 받았다.

ESG기준원은 자체 ESG모범규준과 국내 ESG관련 법 및 제도를 기반으로 SPC삼립의 ESG평가등급을 매겼다.

SPC삼립이 받은 B등급은 보통등급에 속한다. ESG기준원의 ESG등급은 S(탁월), A+(매우 우수), A(우수), B+(양호), B(보통), C(취약), D(매우 취약) 7가지로 S~B+까지 양호군에 속하고 B~D는 취약군에 속한다. 

SPC삼립의 EGS통합등급이 내려간 것은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전반의 등급이 한 단계씩 떨어졌기 때문이다.

SPC삼립의 ESG세부등급을 보면 2021년 환경 B등급, 사회 A등급, 지배구조 B+ 등급이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환경 C등급, 사회 B+등급, 지배구조 B등급을 받았고 그결과 ESG통합등급도 내려갔다. 

사회부문의 등급하향 조정은 얼핏 보면 지난해 10월 일어난 인명사고의 여파처럼 보이지만, ESG기준원은 인명사고를 사회부문 등급에 반영하지 않았다.

ESG기준원 관계자는 "지난해 일어난 인명사고는 SPC그룹의 계열사인 SPL에서 발생한 사고이며, 평가 시 평가대상기업에서 발생한 사건‧사고를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해 사고를 근거로 감점을 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계열사서 일어난 인명사고라지만.. 긴밀한 협력관계

실제 SPL은 SPC삼립과 직접적인 지분관계가 없고 SPC그룹 내 계열사(수평관계)로 묶여있다. SPL의 최대주주는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지주사 파리크라상이다. 

하지만 SPC삼립과 SPL의 내부거래를 보면 두 기업은 서로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 SPC삼립은 SPL을 대상으로 112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SPL은 SPC그룹 브랜드인 파리바게트에 납품하는 반제품(완제품으로 만들기 이전 단계)이나 반죽을 생산하는 곳이다. 파리바게트 등에 납품을 위한 밀가루 등 원재료는 SPC삼립으로부터 사온다. 

또 지난해 SPC삼립은 SPL에 제품생산의뢰를 맡기고 원재료나 완제품 등을 사오는데 104억원을 쓰기도 했다. 2021년에서 SPC삼립은 SPL과 매출거래 971억원, 매입거래 91억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가 서로 원재료와 제품 등을 사고팔면서 거래관계를 지속해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일 샤니 제빵공장에서 일어난 끼임 사고 역시 SPC삼립에서 일어난 사고가 아니다. 비상장사인 샤니의 지분은 허영인 SPC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자와 파리크라상 등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샤니 역시 SPC삼립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PC삼립은 제분 등 원재료 판매를 통해 샤니를 대상으로 120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 SPC삼립은 샤니로부터 원재료나 제품 구입을 위해 2616억원을 썼다. 

SPC삼립 관계자는 "SPC삼립과 SPL, 샤니 등 주요 계열사들이 엮여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11월 SPC안전경영위원회가 생산 라인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 사진=SPC삼립

"SPC삼립, 공급망 관리측면에서 책임있어"

단순히 해당기업에서 일어난 사고나 지분관계만으로 ESG평가를 한다면 지난해 SPL에서 일어난 인명사고와 마찬가지로 지난 8일 발생한 샤니 공장의 인명사고 역시 올해 SPC삼립 ESG평가에는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SPC삼립과 인명사고가 일어난 SPL, 샤니가 서로 매출‧매입 등 협력관계에 있는 만큼 ESG평가 중 공급망 관리측면에서 SPC삼립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 EGS평가때 SPC삼립의 직원 근무환경, 안전수칙만 따져볼 것이 아니라 SPC삼립과 거래하는 계열사인 SPL과 샤니의 직원 근무환경 및 안전수칙도 따져서 평가에 반영해야한다는 것이다. 

지난 2021년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K-ESG 가이드라인에서도 협력업체 등 공급망 관리는 ESG평가에서 중요한 항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민간 평가기관인 한국ESG평가원은 지난 9일 이슈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SPL 인명사고와 마찬가지로 이번 샤니공장 사고 역시 SPC삼립이 직접적으로 책임져야 할 사안은 없어보인다"며 "다만 ESG 사회부분의 공급망관리 측면에서 협력회사 관계 평가상 주요한 이슈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국ESG평가원은 또 "이번 사건은 협력업체에 대한 ESG리스크관리가 미흡했다는 점에서 ESG사회부문 평가에서 감점 처리가 불가피하다"며 "특히 유사사건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음에도 고쳐지지 않고 SPC그룹의 물질적 투자, 안전관련 가치강조 등 근본적인 공장 현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SPC삼립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창협 한국ESG평가원 평가위원은 "ESG공급망 평가에 따르면 재료부터 생산, 납품하는 협력업체까지 전체 생산 프로세스 과정이 ESG평가항목에 들어간다"며 "만약 지난해 SPC삼립의 ESG를 평가했다면 당연히 인명사고 문제를 반영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민간 ESG평가사인 서스틴베스트의 한 관계자는 "지분관계가 없는 하청업체에서 사고가 났더라도 ESG평가대상기업에 책임을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SPC삼립의 ESG등급 평가를 한 서스틴베스트는 ESG통합등급을 한국ESG기준원보다 낮은 B미만의 등급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SPC삼립의 ESG등급을 평가한 S&P글로벌은 SPC삼립의 ESG통합평가점수 4점을 줬다. S&P글로벌은 ESG점수를 0~100사이로 측정하고 100에 가까울수록 좋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본다. 

한편 지난해 인명사고를 ESG평가에 반영하지 않은 한국EGS기준원 관계자는 올해 발생한 샤니공장 사고와 관련해서는 SPC삼립과는 분리된 별도의 계열사인 샤니에서 발생한 사고로 반영 여부는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다만 이러한 사고들이 SPC삼립 기업가치 훼손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 등을 검토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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