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의자로 유명한 바디프랜드 전 경영진이 지인에게 미공개정보를 넘긴 혐의로 금융당국에 의해 검찰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말까지 바디프랜드 대표이사를 지냈던 박 모 전 대표는 피투자기업인 코스닥 상장사 오스템의 유상증자 정보를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 A씨에게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오스템 주식을 매수하고 유상증자 공시가 뜬 후 주가가 오르자 이를 매도해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제14차 회의(회의날짜 8월 24일) 의사록에 따르면 증선위는 박모 전 바디프랜드 대표와 그의 지인 A씨에 대해 수사기관 통보조치를 의결했다.
바디프랜드‧오스템, 2016년부터 협력
박 모 전 대표는 바디프랜드를 지난 7년 간 이끌었다. 2011년부터 바디프랜드에 합류하고 2015년부터 대표이사직을 맡았다.
박 전 대표는 바디프랜드를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전 대표 재임시절 바디프랜드의 기업공개(IPO) 가능성도 점쳐졌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일신상의 이유로 바디프랜드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오스템은 2016년부터 바디프랜드와 함께 안마의자에 들어가는 부품을 공동 개발해 오면서 협력사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본업은 자동차 부품회사지만 바디프랜드와 협력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바디프랜드 계열사인 에이치케이피컴퍼니(HKP컴퍼니)가 오스템 지분에 투자하면서 두 회사는 바흐라는 합작회사를 통해 안마의자를 생산해 오고 있다. 한때 바디프랜드가 오스템(코스닥 상장사)을 통해 우회 상장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6월 기준 바디프랜드는 계열회사 에이치케이피컴퍼니(HKP컴퍼니) 등과 함께 오스템 지분 12%를 보유 중이다. 오스템 최대주주인 김정우 회장에 이은 2대주주이다.유상증자 정보 지인에게 넘겨준 혐의
문제의 발단이 된 건 3년 전 오스템이 유상증자 발표를 하면서다. 오스템은 지난 2020년 9월 바디프랜드를 상대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신주 200만주를 바디프랜드에 배정하는 대가로 현금 46억1000만원을 확보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바디프랜드는 안마의자 업계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바디프랜드가 오스템에 자금조달을 하겠다는 공시가 나오면서 오스템 주가는 연일 강세를 보였다.
실제로 2020년 9월 9일 유상증자 결정 공시가 올라온 후 당일 오스템 주가(종가 기준)는 전일 대비 30% 올랐다. 이후 9월 11일, 14일에도 주가가 계속 올라 상한가에 마감했다.
문제는 유상증자 내용이 대외적으로 공시되기 전 박 모 전 대표가 사전에 유상증자 정보를 지인 A씨에게 넘겨 준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미공개정보 이용은 자본시장법이 금지하는 대표적인 불공정거래 중 하나다.
A씨는 2020년 9월 1일부터 8일까지 오스템 주식을 매수하고 9월 15일부터 28일까지 매수한 오스템 지분을 처분했다고 증선위에 진술했다. A씨는 오스템 주식 22만주를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거래 시점을 따져보면 A씨의 오스템 주식 매수 및 매도 행위가 유상증자 공시(9월 9일) 전후로 이루어진 것이다.
금융당국은 평소 박 전 대표와 A씨의 개인적인 친분관계 및 서로 아무런 대가없이 억 단위의 금전거래를 하고 있었고 투자하는 종목도 겹치는 등 여러 가지 정황에 비추어 사전에 박 전 대표가 A씨에게 유상증자 정보를 넘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증선위 의사록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A씨에게 10억원 넘게 빌려주고 2020년 6월에도 5억원을 투자목적으로 빌려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도 같은 종목 동시에 투자
다만 금융당국이 개인적인 친분과 금전거래만으로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를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금감원이 박 전 대표의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를 강력하게 의심한 지점은 박 전 대표와 A씨가 과거부터 수차례 같은 종목을 비슷한 시기에 매수‧매도한 정황이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0년 A씨가 B종목 주식을 매수하자 박 전 대표는 3일 뒤에 동일한 종목을 매수했고 두 달 뒤 A씨가 C종목을 매매하자 박 전 대표는 같은 날 똑같은 C종목을 매매했다. 또 D종목을 A씨가 매수하자 박 전 대표는 일주일 뒤 같은 종목을 또 매수했다.
이처럼 박 전 대표와 A씨는 같은 날 또는 며칠 차이로 다수의 주식 종목을 매매했고 A씨가 매수한 주식 중 일부는 박 전 대표에게 빌린 돈으로 산 것으로 알려졌다. 양자 간에 주식에 대한 정보가 평소에 충분히 이루어졌다는 정황증거인 셈이다.
최종적으로 금감원이 미공개정보 이용혐의를 확신한 건 A씨가 오스템 주식을 매수하기 전 샀던 E주식의 매매거래정황이다.
E주식 역시 A씨가 먼저 매수하자 이후 박 전 대표가 E주식을 매수했고 비슷한 시점에 A씨가 오스템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했다. 금감원은 이 시점에 오스템 유상증자에 대한 미공개 정보 교환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에 대해 박 전 대표와 A씨는 모두 부인했다. 증선위 의사록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과거에 두 사람의 주식투자 종목이 겹친다는 사실 등은 모두 정황에 불과하고 미공개정보를 전달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A씨 역시 "어느 누구로부터 미공개정보를 수령한 사실이 없다"며 "2020년 9월 초순경에 스스로 당시 전기차 시장 흐름과 기본적인 재무제표 등을 분석해 오스템 주식을 매수한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박모 전 대표와 지인 모두 수사기관 통보
증선위는 지난 8월 열린 제14차 회의를 통해 박 모 전 대표와 A씨를 미공개정보 이용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수사기관에 통보하기로 결정했다. 금융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증선위는 의결 후 곧 바로 검찰에 사건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공개정보 이용과는 별개로 증선위에서는 박 전 대표와 A씨 간 무상으로 이루어진 금전거래 역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증선위 한 위원은 "미공개정보 혐의보다도 제일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10억원을 무상으로 받아쓰는 관계가 아무리 박 전 대표가 돈이 많아도 이래도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 전 대표‧지인 A씨와 함께 오스템 노동조합위원장도 유상증자 미공개정보 이용혐의로 수사기관 통보를 받았다. 해당 위원장은 유상증자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오스템 주식 7만101주를 매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