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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밸류업' 상장사 자율에 맡긴다…인센티브로 참여 유도

  • 2024.02.26(월) 09:30

금융위, 26일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발표
코스피 809개‧코스닥1598개사 자율추진
자본효율성‧배당 등 계획 수립해 자율공시
우수기업 표창 및 세정지원 등 인센티브도

정부가 평가절하 받고 있는 국내 주식시장의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상장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내놨다. 일명 '기업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이라 불리는 이 방안은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진행한 민생토론회에서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내놓은 자본시장 정책 중 하나다.  

정부는 우선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국내 상장사들의 현 상황을 정확히 평가‧분석하고 상장기업들이 스스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다만 어디까지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권고 사항이다. 정부는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상장사들의 참여율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상장사들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반영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 등 금융투자상품을 만들어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벤치마크(기준 수익률)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기업가치 제고 노력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에 이를 전담해 맡을 부서도 신설한다. 

금융위원회는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세미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자본시장연구원, 국민연금공단,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주요 상장기업 및 학계가 참여해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우리 자본시장이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상생의 장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고자 한다"며 "기업 스스로가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주주가치를 존중하는 기업문화가 확산‧정착할 수 있도록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국, 주요국 대비 PBR 낮고 배당도 짜다 

금융위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들고 나온 것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저평가 받고 있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상장사의 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척도인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5, 주가순이익비율(PER)은 19.76이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상장사의 평균 PBR은 1.04, PER은 14.16이다. 

이는 지난 10년 간 미국·일본·영국 등 선진국 평균(PBR 2.50, PER 19.69)과 비교해 낮은 것은 물론 대만·중국·인도 등 신흥국 평균(PBR 1.58, PER 14.32) 등과 비교해도 저조한 수치다. 

금융위는 우리나라 상장사들이 저평가 받고 있는 원인은 가지고 있는 자본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지난 10년간 한국 주식시장의 자기자본이익률(ROE)는 8%로 이 역시 미국·일본·영국 등 선진국 평균(11.6)보다 낮았다. 지난 10년 간 평균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현금배당총액 비율) 역시 한국은 26%인데 반해 주요 선진국은 49.5%에 달했다. 선진국은 기업 순이익이 절반을 주주들에게 돌려주는데 우리나라는 4분의 1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양적성장에 걸맞은 평가를 받으려면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기업 스스로 가치제고 노력해라" 

국내 상장사들이 가지고 있는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면 정부는 상장기업 스스로 현황을 진단하고 가치제고를 위한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봤다. 

먼저 코스피 상장사 809개사와 코스닥 상장사 1598개사 모두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상장기업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상장사는 '현황진단목표설정계획수립이행‧소통' 4단계를 통해 각 기업에 적합한 계획을 만들어 이를 투자자에게 공개하고 계획을 이행해야 한다. 

가령 상장사는 현황진단을 통해 자본비용 및 자본수익성, 지배구조 등이 적절한지를 다각적으로 파악하고 자본효율성 개선을 위해 중장기(3년 이상) 목표를 설정한다. 이후 목표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경영전략 및 추진일정을 세워야 한다.

또 계획이행과 목표달성 여부에 대한 평가를 주주 및 외부투자자와 함께 소통하고, 기업가치 제고노력에 대한 결과를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정부는 기업가치 제고 노력에 대해 매년 1회 상장사 홈페이지 및 거래소를 통해 자율적으로 공시하도록 했다. 다만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하고 있는 주요 코스피 상장사들은 기존 공시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담아 공시할 수 있다.인센티브 마련…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

다만 상장사 자율에 맡기면 기업가치 제고노력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상장사 참여를 유도하고 기업가치 제고노력을 반영한 금융투자상품 개발 및 스튜어드십 코드 반영 등을 통해 기관투자자의 투자결정에 참고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상장사들의 기업가치 제고노력을 종합평가해 매년 5월 기업 밸류업 표창을 하고 모범납세자 선정 및 R&D세액공제 사전심사 우대, 법인세 공제·감면 컨설팅 우대 등 세정지원도 한다. 한국거래소는 기업가지 제고계획이 제대로 공시되어 있는 지를 거래소 홈페이지에 일목요연하게 안내하고 참여 및 이행현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내년 백서도 발간할 계획이다. 

아울러 코리아 밸류업 지수 및 상장지수펀드(ETF)를 개발해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벤치마크 지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자산운용사 및 기관투자자, 전문가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올해 3~4분기 중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개발하고 ETF를 출시할 예정이다.

기업가치 제고노력을 기관투자자들의 투자판단에 활용할 수 있도록 스튜어드십코드에도 반영한다. 

거래소는 일반투자자들도 기업가치 제고노력을 투자판단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각 기업의 주요 투자지표를 비교 제공할 방침이다. 가령 분기별로 상장사들의 PBR‧PER‧ROE를 공표하고 연간배당성향 및 배당수익률도 비교 공시하는 방식이다. 

거래소는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중장기 과제로 이어나가기 위해 2월 내 전담부서를 신설할 예정이다. 또 상장사 IR담당자와 애널리스트‧학계 등 전문가, 국내외 투자자(IB운용사, 핀플루언서), 유관기관(한국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이 참여한 밸류업 자문단도 구성한다. 

금융위는 의견수렴을 거쳐 오는 5월 중 2차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올해 6월 내에는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최종 가이드라인을 확정한 뒤 이를 추진할 방침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기업 밸류업은 어떤 한두 가지 조치로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업‧투자자‧정부가 함께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과제인 만큼 국민 여러분도 긴 호흡으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지켜봐 주시고 성원해 주시길 당부 드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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