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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기업' 쌓인 한국증시…전문가들 "장기대책 필요"

  • 2025.02.06(목) 14:10

금감원, 6일 한국증시 활성화를 위한 열린 토론 개최
부실 누적된 국내 증시‥상장사 33.5%가 영업손실
"밸류업 공시·지수 등 단기성과에 치중" 쓴소리
주주충실의무 도입·스튜어드십코드 개정 제안도

위기에 처한 한국증시의 해법을 모색하는 토론 자리에서 전문가들이 정부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에 대해 아쉬운 점을 토로했다. 정부가 벤치마킹 삼은 일본 사례와 다르게 장기적 관점의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일부 전문가는 이사의 주주충실의무를 도입하는 상법개정과 스튜어드십코드 가이드라인 개정을 제안했다. 

금융감독원이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한국증시 활성화를 위한 열린 토론회'를 개최했다./사진=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은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한국증시 활성화를 위한 열린 토론'을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가계와 기업의 대출은 둔화하고 있고 예금증가율이 올라가면서 안전선호 현상이 뚜렷하다"며 "국내기업의 미래에 대해 많은 의문점이 든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 창업기업수는 감소한 반면, 파산신청건수는 증가 추세다. 그럼에도 정작 부도기업 수는 늘어나지 않고 있다. 한 마디로 부실한 기업들이 정리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그만큼 부실이 많이 쌓이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주식 시장에서 건강하지 못한 기업들의 퇴출이 일상화하고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에 따르면 2023년도 기준 상장사 2500곳 중에서 영업손실을 기록한 기업 수가 무려 33.5%에 달한다. 

토론자로 참석한 박세영 노무라금융투자전무는 "우리나라 증시 활성화를 위해 양질의 상장사가 많아야 하고 투자자들이 소유하고 싶은 기업들이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중요 지표인 중복상장 비율을 보면 우리나라는 18.4%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만 3.1% 중국 1.98% 미국 0.45%에 비해서 우리나라 중복상장 비율은 상당히 높다"며 "이는 투자자들이 기업 가치 평가를 하는 데 있어서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수현 법무법인 광장 연구위원은 "작년 우리나라의 밸류업 정책을 살펴보면 기업 가치 제고 개선 계획에 대한 공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만들어 산출하는 것 등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단기적인 해소책을 수립해 추진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런 방안은 시장의 회의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김 연구위원은 일본은 시장 전체의 건전성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신규상장 요건 상장페지 요건을 대폭 강화한 후속 조치로 기업가치제고 계획 공시를 제출받았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상장 폐지 요건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밸류업 공시 등에 한정해 정책이 나와 안타깝다"며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식 시장에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깊이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천준범 한국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이사의 주주충실의무를 도입하는 상법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천 부회장은 "모두가 투자자와 주주를 보호하자고 말하지만, 누가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이며 누가 책임질지에 답을 할 수 없다면 투자자보호 원칙은 뜬구름에 불과하다"며 "우리나라 상법은 주주에 대한 보호의무에 답을 주지 못한다"고 짚었다. 

천 부회장은 최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항소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무죄를 선고받은 사례를 언급하며 "반대로 법원은 보호 의무가 없다라는 법을 명확히 해 주고 있다"며 "사회적으로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 도입과 관련) 입법 논의가 매우 활발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법원 해석으론 주주충실 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는게 재판부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변호사도 이해하기 어려운 세세한 규정 보완이 아니라 회사가 확실히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하도록 하겠다는 명확한 원칙 선언과 의무가 먼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장은 "기업의 실질적인 행동 변화를 필요로 하는 시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주주들도 좀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라며 스튜어드십코드 가이드라인 개정을 제안했다. 

안 원장은 "투자자들이 비재무 정보나 ESG, 분쟁 관련 이슈에 관해서는 정보를 입수하기 어렵다는 애로사항을 토로한다"며 "공시 대상을 조금 줄인다 하더라도 투자자가 원하는 정보를 현재 제공하도록 제도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개정 가이드라인엔 의미있는 주주활동을 위해 기관투자자 간 협의를 허용하는 내용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안 원장은 "기관투자자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어떻게 주주 관여 활동을 할 것인지 서로 좋은 아이디어를 교환하는 것조차도 자본시장법상의 5%룰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 기관투자자들이 주주 관여 활동이 용이하게 할 수 있도록 스튜어드십코드 개정으로 뒷받침해야 하고, 자본시장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백브리핑에서 정부가 이사의 주주충실의무를 명시하는 상법 개정 대신, 재무거래에 한정한 자본시장법을 개정하기로 한 것에 대해 "너무 큰 그림을 그려서 아예 한 발자국도 못 나가는 것보다는 그렇게라도 노력을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싶어 작년 말 법안을 제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부안이 2~3월에 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법사위에 상정된 야당의 상법개정안에 대해서도 챙겨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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